어머나 세상에나.
복실이네 집 마당에 노란 감국이 예쁘게 피었다.
복실이는 우리 집 강아지이고 감국은 들국화의 하나이다.
우리 집 여기저기에 감국이 피었는데 복실이네 집 마당의 꽃이 최고다.
화분 몇 개와 꽃밭에는 삽목한 모종을 심었으니 꽃이 피는 것은 당연한데,
복실이네 집 마당에는 꽃씨를 뿌린 적도, 모종을 심은 적도 없는데 소복하게 피었다.
예쁘다.
복실이가, 강아지가 나보다 꽃을 더 잘 가꿨다고 할 수 있겠다.
비결을 알고 싶지만, 물어본들 알려줄 리 없는 복실이다.
흥 칫 뿡
나는 복실이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야겠다.
먹고 자고 놀고 멍 때리고 … 어머나, 복실이와 나는 꽤 비슷하게 살고 있구먼, 그래.
복실이를 , 강아지를 이겨 보겠다고 궁리하다 책 하나를 발견했다.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그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적 허영이든, 호기심이든 경외하는 마음이든 뭐든 간에 읽고는 싶은데,
잘 되지 않더라
노벨상의 무게감이 지적 허영, 호기심과 경외하는 마음을 가뿐하게 누른다.
어려울 것 같아, 재미없을 것 같아 , 내용이 무거울 것 같아,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아.
이번에도 그렇다.
책 주문을 잽싸게 했고
배송은 로켓보다 빨리 되었건만
몇 날 며칠 책상 위에 두고만 있었다.
“복실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라는 작가를 알아? 너는 모르지? 내가 읽고 이야기해 줄까?”
<저항의 멜랑콜리>를 읽기 시작한다.
에고야, 난 짧고 간결한 문장을 좋아하는데 말이다.
문장이 내 취향이 아니다.
분위기도 소란스럽다.
플라우프 부인이 기차를 타고 오는 첫 장은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리는 기차 안이라 그러려니 했다.
부인이 집으로 돌아와 홀로 있는데도 뭔가 수다스럽고 소란스럽다.
뭐지? 왜 이렇게 시끄럽고 불안하지? 작가의 의도인가.
다행히 흥미가 생긴다.
더 읽기로 한다.
다 읽고 복실이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하하하
혹여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복실이만도 못하다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