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싸하게 나를 가르치며
오늘 아침도 제때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못 일어나면 어찌하라고 어젯밤 일러두긴 했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부엌에 가니 남편이 마침 압력밥솥 불을 끄고는 곧장 김을 뺀다.
“조금 더 둬야 해. 뜸 들게.”
“시간 없어.”
미안함과 고마움을 걷어가 버리는 투덜끼 배인 음성이군.
부엌에서는 그저, ‘아, 네~에’ 하라고 말했건만.
도사님 말씀에는 오직 ‘네~’라고 해야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아침에 못 일어날 수도 있는 거야? 그래도 괜찮은 거야?
아침에 못 일어날 수도 있는 거였어!
그 미안함!
아침에 내가 밥 못할 수도 있는 거구나.
그 죄책감!!
아침에 내가 못 일어나도 정말 괜찮은 거구나~
괜찮고말고!!!
그럼 아침에 내가 밥 안 해도 괜찮은 거야??
당근! 말함 뭣햐?
괜찮은 게 아니라, 안 해도 돼ㅡ 돼ㅡ
놀랍고 놀라운 일이야. 내 사전에 없던 것들이야.
사전을 새로 만들어야지.
가부장제가 뭔지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
사람들이 가부장제 지킴이, 공범 어쩌고 할 때 대부분의 여자와 소수의 남자는 예외라 생각했다. 그들은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한참 뒤에 그게 아님을 딸들 때문에, 덕분에, 뜨끔하게 깨달았을 때도 여전히 나는 예외였다. 내가 그것의 피해자임은 좀더 확실히 알았으나 공범인 줄은 몰랐다. 또 다시, 내가 바로 가부장제의 지킴이자 공범이었음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을 때는 억울하고 분하기까지 했다. 알려고 하지 않는 한 조금도 알 수 없으며 알려고 해도 알기 어렵도록 만들어진 구조 속에서 나 역시 자동으로 돌아가며 구석구석 든든히 그것을 떠받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었다.
멋도 모르고 내발로 들어가서는 자유롭다고 믿도록 치밀하고 정교하게 장치된 의무의 감옥. 수천 년 묵어 벌레 꾀고 썩어가는 지하감옥. 질문도 열쇠도 숨겨놓고 온통 꽃으로 위장할수록 팽팽 돌아가는 기계. 자연의 섭리인 듯 작동되는 그것. 없는 척, 모르는 척하도록 강요되는 그것. 열쇠를 찾아야겠다. 사람이 되어야겠어. 난 내가 모르는 게 뭔지도 모르고 남만 가르쳤어. 수업시간에 애들이랑 성평등 토론은 어떻게 했던 거지? 삐죽삐죽 눈에 보이는 게 많았음에도 몸통을 몰랐어. 맵싸하게 나를 가르치며 내것으로 진짜 쌓이는 시간이다, 비로소 내가 산다.
깨달은 기념으로 냉이무침 도전!
흐음, 맛있겠다. 향기를 무친다.
흥, 내가 먹으려고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