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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여심 Sep 15. 2024

9월의 잡초

키 큰 벼과 식물들

  8월 말 일주일 만에 텃밭을 갔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대하지 않게 온갖 키 큰 풀들이 자라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마철이 지났기 때문에 많이 자라리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텃밭에는 가을 분위기를 내기 위해 자라나는 키 큰 풀들이 참 많았다. 강아지풀, 바랭이, 왕바랭이, 방동사니...

  

#왕바랭이

  어떡하지... 야자매트 깔아 둔 곳과 약간의 이랑을 제외하고 모두 이 풀들이 자라나 있었다. 고민을 했다. 풀을 뽑는 것은 내가 애초에 하기로 한 느리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농사가 아니다. 어떡하지...


  일단 아직 조성되지 않은 정원은 그래로 두고 큰길과 고랑의 풀들을 베기로 했다. 남편은 예초기를 들고 모든 풀과 싸우려고 들고 나는 "여기만 여기만"을 연이어 외쳤다. 풀을 벤 자리는 박스를 펼쳐 모두 덮어두어 햇빛을 차단하자. 노동력 최소화하기.


  다시 일주일 후... 베어 내지 않은 풀들은 많이 누워있었다. 그래 더 추워지면 저절로 시들 것이다. 씨가 이미 맺은 것이 많아서 다 베어서 퇴비통에 넣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 올해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봄과 여름에 내 사랑 토끼풀 정원을 만끽하듯 사초과, 벼과 풀들로 가을을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랑스럽게 바람에 살랑거리는 강아지풀들.

 잡초 중의 잡초라고 불리는 무시무시한 왕바랭이. 기다란 씨앗을 맺어 내게 가을이 왔다고 손짓을 한다.

 금방동사니 이삭은 또 얼마나 예쁘게 머리를 땋았는지.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넉넉한 농부의 마음이 되어 자연을 믿고 식물을 믿고 땅을 믿고 흙을 믿고 보이지 않는 땅속의 생물을 믿고 9월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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