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나를 감추고 숨는 법을 먼저 배웠다.
소리 내어 울면 누군가가 귀찮아할까 봐,
감정을 드러내면 혼날까 봐,
내 생각을 이야기하면 나를 싫어할까 봐
언제나 나를 감추고 이불속으로 숨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엄마 아빠의 말다툼 소리,
일찍 공장 가서 돈 벌어서 부모에게 보낸다는 옆집 아들과 비교하는 할머니의 부러움의 소리,
함께 있어도 관심은 남동생들에게 쏠리고 나에겐 눈길이 머물지 않는 소외의 시간이 고통스러워, 나는 엄마아빠와 가족이 함께 있는 안방으로 가고 싶었지만
혼자만의 공간으로 향했다.
내 존재가 그들에게 불편함이 될까 봐, 그로 인해 내가 상처받을까 봐
나는 입을 다문 채 귀를 막았다.
그때 내 안에 어린아이는 작게 웅크리고 있었다.
말 한마디에 눈치를 보며 귀를 쫑긋 세우고
혹시나 자신의 이야기가 들릴까 조마조마하던 아이,
선생님의 질문에도 대답을 못 하고 얼굴이 빨개졌던 아이.
무섭고, 억울하고, 슬펐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저 혼자 참고, 숨고, 감추었다.
그 아이는 지금도 내 안에 있다.
누군가가 큰소리를 내면 깜짝 놀라고,
칭찬을 받아도 어쩐지 민망해서 “아니에요”라며 선을 그었다.
마음속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하지만, 말로 꺼내는 건 여전히 어렵다.
'내가 좀 더 하지 뭐? 내가 조금 손해 보면 되는 것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 순간을 이겨내고 있었다.
‘왜 나는 이렇게 사는 게 힘들까.’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
'왜 나는 자꾸 넘어지는 인생을 살까.'
스스로를 궁금해하며
'내가 약한 것은 아닌가?',
' 내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의심하며 혼자서 울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때 내가 울었던 건,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감정을 들여다보고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지켜야 했기 때문에, 말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그 침묵은 나를 보호하려는 용기였다.
그런데, 그 침묵이, 숨고 참고 말하지 않고 감추는 그 습관이,
내 인생을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 아이가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제 그만 숨어도 된다고 이제 그만 침묵해도 된다고 어떻게 말하면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 아이가 시간이 될 때마다 놀아주고 이야기해 주고 함께 해주기로 했다.
“그때 정말 무서웠지.”
“함께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의 너는 잘못한 게 없었어.”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내가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익숙해졌다.
“오늘은 어땠어?”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있었어?”
그렇게 조금씩,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다.
감정을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그 감정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그 감정을 이해하고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과거의 아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로 존재하게 된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로
당신 안에도 그런 아이가 있지 않나요?
말하지 못했던, 울지 못했던,
사랑받고 싶었지만 애써 괜찮은 척했던 그 아이.
오늘,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그때, 네 마음은 어땠니?”
“지금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시절의 자신을
조금 더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 거예요.
《내 안의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는 시간》
1. 지금 내 마음 안에 있는 감정을 골라보세요.
(중복 선택 가능)
☐ 속상함 ☐ 외로움 ☐ 억울함 ☐ 슬픔 ☐ 불안 ☐ 분노 ☐ 무력감
☐ 공허함 ☐ 수치심 ☐ 말할 수 없는 감정 ☐ 잘 모르겠다
2. 그 감정을 처음 느꼈던 때를 떠올려볼까요?
“그때의 나는…” 으로 시작해서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예: 그때의 나는 엄마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있었지만 속으로는 너무 무서워서 말할 수 없었다.
3. 그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세요.
당신 안의 작은 아이에게 지금,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예: 그땐 정말 무서웠지. 지금은 괜찮아. 이제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
4. 오늘, 그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돌봄은?
(1~2가지 행동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세요)
☕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기
� 산책하며 내 감정 이름 붙이기
� 일기 쓰며 내 마음 들어주기
�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기
�️ 충분히 쉬기
✏️ 자유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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