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엄마의 삶을 이해하며 피어난 '나'라는 꽃

3부 내 안의 아이를 안아주다.

by 한아름

엄마는 딸 다섯, 아들 둘 중 넷째 딸로 태어났다.
위로도 딸, 아래도 딸. 그 시절, ‘딸 많은 집’은 축복이 아니라 걱정거리였고,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외할머니는 엄마를 임신했을 때 아들을 간절히 바랐고, 그래서 엄마의 이름은 ‘기남基男’이었다. ‘남자동생 터를 닦는다’는 뜻의 이름. 태어나면서 부터, 엄마는 자신이 아닌 '다음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했다.


엄마의 감정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늘 '조용히', '참고', '필요한 사람이 돼라'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가르침 속에 묻혀 자라났다.

밥 짓고, 빨래하고, 밭일하며 하루를 살아내던 외할머니 곁에서, 엄마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나 감정을 포기하고, 책임만을 배우며 컸다.

“결혼하면 그 집 귀신이 되는 거야.”
“부모 이름에 먹칠하지 마라.”
“어른 말에 토 달지 마.”
엄마가 자라면서 들었던 말들이다.


엄마는 자기 마음을 말할 줄 몰랐고, 사랑을 언어와 눈빛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밥으로 물건으로 책임지려 했다. 담긴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밥과 물건은 '의무와 대충'이라고 나에게는 왜곡되어 전달되었다.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아.’
‘나는 사랑받지 못했어.’
그 생각이 나를 외롭게 만들었고, 엄마가 해준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네 외할아버지는 뭘 사든 꼭 제일 좋은 걸 사셨어. 자식들한테는 ‘제일 좋은 걸로 주세요’ 하셨지. 나도 너 키울 때 그랬다.”


엄마는 없는 살림에도 내게 좋은 옷을 입히려 했고, 깨끗하고 따뜻한 이불로 덮어주었고, 먹는 것 하나도 ‘좋은 것’만 주려 애썼다. 나에게는 그냥 옷이었고 이불이었으며 밥이었는데 그 물건들은 엄마만의 사랑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건 엄마가 배운 사랑의 방식이었다.

엄마는 사랑을 말로 표현하진 못했지만, 엄마만의 방법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엄마가 안쓰럽고, 내 마음이 아렸다. 코 끝이 찡해지고 마음이 멍해졌다.


‘왜 나는 그 사랑을 몰라줬을까.’
‘왜 그걸 느낄 수 없었을까.’

'왜 그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왜 엄마를 미워하느라 내가 사랑받지 못했다는 꼬리표를 달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줬을까?'


이제는 안다.
엄마의 사랑을 내가 몰라준 게 아니라, 서로 달라서 전달되지 않았던 것임을.
내가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 고마움을 모르고, 간절히 원했던 사랑이 ‘표현되지 않아’ 받는 방법을 몰랐던 것임을. 사랑은 표현되어야 전해지고, 전해져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엄마에게서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억울했고, 외로웠고, 때로는 사랑받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내가 원했던 건 눈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고, 함께 웃는 사랑이었지만
엄마는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그래서 엄마는 좋은 것을 주기 위해 늘 바빴고, 내 곁에 있었지만, 나와 함께하는 시간과 마음이 부족해 내 마음엔 머물지 못했다.

엄마는 나를 사랑했지만, 사랑을 말로 하지 못했고 그 사랑이 늘 나를 허기지게 했던 것이다.


이제는, 사랑의 주파수를 맞춰보고 싶다.
내가 받고 싶었던 그 사랑을 나 스스로에게 먼저 주고 이제는 엄마에게도 주고 싶다.

엄마가 경험한 사랑은 엄마가 나에게 주었다면, 내가 알아차린 사랑을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 먼저 주려한다.


듣고 싶었던 말을, 원했던 행동을 내가 먼저 엄마에게 건넬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서로를 치유하는 시간이 되고 사랑하는 것이리라.


엄마는 여전히 말보단 행동으로 표현한다.
김장을 해 보내고, 고구마며 감자를 택배에 넣어 보내고, 어색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화 끝에 꺼낸다.
나는 그 말이 아직 낯설지만, 그래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말에 담긴 서툰 사랑을.


엄마는 나에게 정서적으로 다가오지 못했지만, 나는 이제 엄마에게 다정한 딸이 되고 싶다.
엄마를 안아주고, 웃어주고,“사랑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은 엄마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엄마를 이해하는 일이, 내 안에 얼어붙은 아이를 녹이는 일이었음을 나는 이제 안다.


엄마를 향한 사랑이 피어날수록 나라는 꽃도 피어나고 있다.
그 꽃은, 엄마가 전해주지 못한 따뜻함으로 내 안에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라고 있다.


“엄마를 이해하는 일은
결국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로 이어집니다.
오늘, 나와 엄마의 마음에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나길 바랍니다.”


나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받은 사랑을 재해석하고, 주지 못한 사랑을 채우는 시간

엄마가 주지 못한 사랑을 원망하던 내가
이제는 그 사랑을 스스로 줄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더는 결핍 속에 머물지 않게 되었다.


엄마는 나를 사랑했지만, 다르게 표현했다.
그 사랑을 다시 읽고, 내가 원했던 방식으로
내게 사랑을 주는 연습을 시작해 본다.

내가 엄마를 이해할수록, 나는 나를 더 따뜻하게 돌볼 수 있다.
그것이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를 더 단단히 살아가는 힘이 된다.



<엄마를 이해하며, 나를 안아주는 시간〉


1. 나의 기억 속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엄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나는 장면을 적어보세요.
예: 늘 바쁘게 움직이던 엄마, 늘 무표정했던 얼굴, 말없이 도시락을 챙겨주던 손…


엄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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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가 원했던 엄마의 말이나 행동은 무엇이었나요?


그 시절의 나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받고 싶었던 행동을 떠올려 보세요.
예: “넌 소중해.” “괜찮아, 속상했겠다.” 나를 꼭 안아주는 장면…


내가 원했던 말/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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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건넬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지금의 내가 엄마를 이해하고 안아준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예: “엄마도 외로웠지.” “그때는 정말 힘들었겠다.” “나는 엄마 딸이라 고마워.”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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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엄마를 바라보며 나의 상처, 나의 사랑, 나의 회복을 돌아봅니다.


나에 대해 알게 된 점:
································································································


5. 이제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


그때 사랑받고 싶었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을 써주세요.


내게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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