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결국 터져버렸어요.

"말하면, 숨이 쉬어져요. 살아져요"

by 한아름

며칠 동안 조용히

나비는 고양이 옆에 앉아 있었어요.


괜찮냐고도,
'힘내'라는 말도 없이,
그냥 조용히, 그 자리에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고양이는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어요.
가슴이 울렁거리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무언가가 차올랐어요.

그동안 참았던 감정들이 뒤죽박죽 올라왔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엄마에게 맞춰줘야 했을 때의 슬픔,

힘들어도 표현하지 못했을 때의 억울함,
기대한 만큼 인정받지 못할 때의 서운함,
엄마가 언제 화낼지, 언제 지적할지, 뭐가 나타날지 몰라 마음 졸이던 두려움,
그리고 진심으로 연결되는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의 외로움......



"엉엉~악"

그 순간 터졌어요.

눈물과 울음이 번복된 울부짖음이었어요.

마음속 작은 울렁임으로 시작해

흐느낌으로 엉엉 울어버렸어요.

자신이 그냥 안쓰러웠어요.


“나도!! 나도 그냥 안아줘,”

“내 얘기 좀 들어줘”

“나 진짜 힘들어!!!”


참았던 울음을 있는 힘껏 쏟아냈어요.


숨이 끊길 것처럼 울었어요.
목이 메이고,
손이 떨렸어요.


그러자 그 틈에
진짜 하고 싶었던 말들이
툭툭 튀어나왔어요.


“나 무서워. 누가 나 좀 지켜줬으면 좋겠어."

"나 힘들어. 방법 좀 알려줘."

"나 포기하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누가 한 번만, 진심으로 내 편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난 그냥 사랑받고 싶어…”

"나 버리지 마."


마음껏 쏟아내자 머리가 핑 돌았어요.

그 순간에도 나비는 고양이 곁에 묵묵히 있었어요.

고양이는 그 말들을 하고 있는 자신이 낯설었어요.

그동안 이런 말들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지금,
고양이는 마음속의 말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울 수도 있었어요.

평소 고양이는 울지도 못하고, 마음의 말도 하지 못했거든요.

늘 다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행동을 했거든요.



나비는 아무 말 없이 고양이 옆에 그대로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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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하라고도, 참으라고도 하지 않았고

피하지도 않았고, 떠나지도 않았어요.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고양이를 봐줬어요.

"뭐든 다 괜찮아. 네가 다 옳아"라고 말해주는 듯했어요.


그때 고양이는 처음 알았어요.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이렇게 울어도 되는구나.’
‘이렇게 소리쳐도, 나를 미워하지 않네.’


그 울음은 고양이가 태어나서

처음 안전하다고 느끼는 울음이었어요.

그 울음 속에서 고양이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누구도 자신을 판단하지 않는 공간에서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자

자신의 호흡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가슴을 짓누르던 무게가 살짝 가벼워졌고,
손끝이 조금 따뜻해졌어요.

자신의 몸의 에너지가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몸 어딘가가 조금 밝아졌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거울을 보니,

검게 물들어 있던 털끝이 서서히 하얗게 돌아오고 있었어요.

아주 미세한 변화였지만, 분명히 느껴졌어요.


햇살이 따뜻하다고 느껴지고, 바람도 부드럽게 와닿았어요.

억눌렸던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어요.

아주 작게, 아주 서서히...

하지만 분명히.


고양이는 그 순간,
방문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요.

더 깊이 숨어 있다가, 결국 터져 나옵니다.

그걸 누군가 말없이 곁에서 들어준다면
우리는 처음으로
안전하게 울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울음 속에서
마음이 다시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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