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업무지시에 대처하는 워킹맘의 자세(2)
"돼지와 씨름하지 말라는 것이 내가 오래 전에 깨달은 교훈이다. 돼지와 씨름하면 나도 더러워진다. 게다가 돼지가 그걸 좋아한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의 이 말은 육아를 하며 내가 자주 떠올리는 문장 중 하나다. 미운 네 살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우리집 꼬마들은 뜬금없이 각자의 머릿속에 있는 상황에 맞게 세상을 컨트롤하려고 온갖 꼬라지를 부린다. 특히 사랑을 많이 주는 엄마아빠에게 아이들은 가장 큰 감정의 파도를 들이붓는다. 그럴 때 아이들이 짠 판에 들어가지 않는 게 관건이다. 그저 한걸음 떨어져서 태연하게 대응할 때 아이들의 훈육이 더 빨리 끝나고 엄마의 감정도 상하지 않는다.
신임 차장의 부당한 업무지시에도 나는 이렇게 대응하기로 했다. 한걸음 떨어져서 그가 만든 무대에 그가 만든 역할로 연기하지 않기로.
부당한 업무지시에 내가 분노하며 하극상을 부리는 것도 그가 원하는 대로 연기하는 것이다. 부당함을 속으로 삭히며 그 지시를 따르는 것도 그가 원하는 순종적인 직원의 역할을 감내하는 것이다. 둘 다 그의 각본 안에 있는 캐릭터였다.
나는 차분하게 다음 날 차장님이 시키신 일들을 군소리 없이 일단 처리한 뒤 차장님께 면담을 요청했고,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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