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기 아까운 육아의 순간을 나눠요. 이.맛.육#14
어린이 동화로만 생각하던 요술램프와 지니가 나오는 드라마가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로 방영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어쩌면 시시할 수도 있는 소재가 전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걸 보면 동화는 어른들의 마음에도 성공적으로 와닿나보다.
이러니 한창 전래동화나 세계 명작에 빠져있는 세 살 꼬마들에게는 오죽하랴.
쌍둥이들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나와 신랑은 기발한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를 테면 저녁식사 시간에 낮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아빠를 보고 아들은
"엄마, 밥 먹다가 말하면 안돼요. 꼭꼭 씹어먹고 다 먹은 다음에 말하세요"라고 한다거나,
자기 전 거실에 널브러진 장난감들을 빨리 치우라고 말하면
"엄마, 그렇게 말고 장난감 좀 치워줄래? 라고 예쁘게 말하면 더 잘 치울 수 있어요"
같은 잔소리들은 먹던 밥을 사레들리게 할 정도로 나의 정곡을 찌른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가장 애용하는 무기는 따로 있다. 바로 피노키오다.
부쩍 해가 짧아지면서 평소와 비슷하게 하원을 해도 아이들이 체감하는 시간은 한참 늦게 느껴지는지, 요즘 아이들은 등원 인사를 나눌 때 "엄마, 오늘은 빨리 와야 해요"같은 부탁을 꽤 끈질기게 하고 있다.
"응~엄마 일찍 갈게"라는 약속을 받아내지 않으면 잡고 있는 다리를 놓아주질 않는다.
문제는 엄마의 약속이 거짓인지 아닌지까지 눈치를 정확하게 살핀다는 데 있다. 상황을 모면하려고 빨리 오겠다고 말한 날은 이런 저주(?)가 따라붙는다.
"엄마, 거짓말하면 안 돼요. 그럼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
가끔은 생각한다. 제대로 거울을 볼 틈이 없어서 그렇지, 내 코가 이미 조금씩 길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그도 그럴것이 집안일, 회사일 등등을 핑계로 책을 읽어달라거나, 종이접기를 같이 하자거나 하는 아이들의 부탁은 곧잘 뒷전으로 밀린다. 그리고"곧 갈게", "조금만 기다려", "이거 끝나고 해줄게" 같은 사소한 거짓말들이 아이들과 나의 사이에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오늘만큼은 이 귀여운 협박을 마음에 새기고, 퇴근시간이 땡하자마자 컴퓨터를 끄고 달려가 보겠노라 다짐해본다. 팀장님 눈치가 보이면 어떠랴. 평생을 피노키오 코로 살 순 없으니까 말이다.
25.10.30
오랜만에 나눠드리는 미운네살표 육아한조각이네요.
일주일의 절반이 지나가는 오늘이네요. 남은 한주도 힘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