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내가 왜 글을 쓰는가..?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된 건 2022년쯤이었다.
SNS 시대를 아주 누리며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다양한 플랫폼을 접해왔지만, 이상하게도 ‘진입장벽’이라는 요소는 나의 구미를 당겼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갖고 싶어지는 것처럼. ‘원한다고 아무나 쓸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는 점이 나에겐 묘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 삶에서 경험한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써서 승인 요청을 보냈고, 수락을 받았다. 그런데 서서히, 흥미가 툭 꺾였다. 그렇게 갈망하던 것이 내 손에 들어오니, 오히려 그 매력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어쩌면 브런치는 잠깐 반짝였던, 한여름밤의 꿈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느 한 분야에 깊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다.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해박한 지식도, 삶이 쌓여 누구에게 조언을 해 줄 만한 이야기도 없었다.
이곳엔 각 전문분야에서 인생의 내공을 살아오신 분들의 글들이 내 눈에 띄였고, ‘내가 과연 이곳에 글을 쓸 자격이 있나?’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공간의 평균 연령대가 내 또래보단 조금 높게 느껴졌다.
나는 브런치를 뒤로하고, 다시 내 삶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문득 다시 이 공간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따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날엔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고, 점점 글을 쓰는 일 자체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 빈도수가 늘었다.(요즘엔 매일 쓰고 있다.)
이 공간은 말로 풀기엔 복잡한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며 담아낼 수 있게 도와준다. 때로는 깊이 사유하게 만들고, 이따금은 정보를 찾아보게 하며 나를 더 넓게 만든다. 또 새로운 곳에 내 시선을 두게 한다.
연재북을 발간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나는 이 앱의 구조를 잘 몰랐다.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에서 공간을 둘러보다가 ‘연재 중’이라는 표시를 보게 되었다. ‘나도 해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 연재일을 내가 과연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쓰고 싶을 때 쓰자. 그리고 그런 내 방식이 꽤 잘 맞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성실하게는 쓰고 있으니까. 나중에 나에게 확신이 생기면 '연재 중' 불을 켤 것 같다.
문득 떠오른 영화 개념이 있다.
맥거핀(MacGuffin)
영화 속에서 인물들이 갈망하고 추적하지만, 실상 이야기의 본질은 아닌 어떤 요소를 일컫는다. 스토리를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이자, 관객의 흥미를 끄는 장치. 그것은 물건일 수도 있고, 정보나 장소, 사람일 수도 있다.
예컨대, 인디아나 존스가 쫓는 유물이나, 미션 임파서블의 기밀문서, 007 제임스 본드의 금괴, 위성무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브런치가 어쩌면 내 삶의 맥거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삶이라는 줄거리를 촉발시키는 도구. 내가 한때 그렇게 원하고 추구했지만, 결국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의 ‘나’가 더 중요했던 것. 글을 쓰는 이 플랫폼이 목적지가 아니라, 내가 변해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만든 단서 같은 것.
처음에는 어떤 분야에 깊은 지식이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보를 전달하려면, 전문가여야 하고, 무언가를 '잘 알아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점점 느끼는 것은 내가 겪고 느낀 '순간들'을 정리하는 것 자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정보 전달은 이미 잘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나만의 시선을 더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써 내려가면, 결국 나만의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공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글을 써 내려가는 이 순간만큼은 즐기고 있기에, 후회는 없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