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2월에 로마에 다녀왔다. 포르투갈의 도시 포르토에서 로마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포르토는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 1위’로 꼽히는 곳이다. 여유롭고, 사람들도 친절하며, 도시 분위기 자체가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진다.
열이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 열을 누그러뜨리기에 딱 좋은,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낭만이 스며든 도시랄까. 포르투갈 여행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적기로 하고, 오늘은 로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로마는 역사와 예술, 문화가 빠르게 숨 쉬는 도시다. 그 숨결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365일 내내 전 세계가 이곳으로 몰려든다.
로마에서 제일 기대한 곳 중 하나는 바티칸 박물관이었다.
바티칸 미술관-Musei Vaticani은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바티칸 시국 안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이다.
약 7만 점 이상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중 2만 점 정도가 전시되고 있다.
(고대 조각, 르네상스 회화, 중세 미술, 현대 종교 미술 등)
바티칸 미술관의 건물 구성은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고 방대하다. 단일 건물이 아니라, 여러 개의 궁전, 회랑(복도), 방, 박물관, 예배당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형태이다.
하이라이트 관람 루트는 대부분 한 방향 통로로 되어 있어서, 일방통행식으로 구경하며 길게 늘어진 복도와 전시실을 거쳐 마지막에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어진다.
나의 감탄은 단지 유물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 건물 자체에서 느껴지는 웅장함과 정교함 때문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더 우아해지고 품격 있어지는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놀라움 그 자체였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돌 한 조각 한 조각을 맞춰 만든 정교한 문양, 천장을 올려다보면 간격과 비율까지 완벽하게 계산된 패턴, 그리고 디테일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이음새들까지. 건물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고대 모자이크 바닥 - Opus Tessellatum (오푸스 테셀라툼)
작은 돌, 유리, 세라믹 조각을 사용하여 그림, 문양, 상징을 표현한다. 마치 바닥에 수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는 태피스트리 갤러리(직물 벽걸이 예술)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라파엘로의 제자들이 디자인하고, 브뤼셀의 직조 장인들이 제작한 것이다.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복음서의 장면들'이다.
가장 유명한 시스티나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스티나 성당 안에는 촬영이 불가하며 엄숙한 분위기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이드들은 밖에서 그림 축소판을 보고 설명을 한다.
천지창조(The Creation of the Heavens and the Earth)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총 9개의 중심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구약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시각적으로 펼친 것이다.
빛과 어둠의 분리, 해. 달. 식물의 창조, 물과 하늘의 분리, 아담의 창조, 이브의 창조, 원죄와 에덴동산에서의 추방, 노아의 제물, 노아의 홍수, 노아의 만취
최후의 심판(The Last Judgment)은 미켈란젤로가 그린 또 하나의 대작으로, 시스티나 성당 제단 벽화를 장식하고 있는 기독교 종말론의 상징적 장면이다.
르네상스 미술과 신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걸작이며, 인간 존재의 구원과 심판을 장엄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신약성경의 요한계시록을 비롯한 종말론적 내용을 바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인류의 구원 또는 심판을 다룬다.
약 300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장면은 위에서 아래로 크게 3층 구조로 나뉜다.
중앙 :
그리스도 - 강력한 심판자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오른손으로 구원을, 왼손으로 심판을 명함.
성모 마리아 - 예수 옆에 있으나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있음.
사도들과 성인들 - 그리스도를 둘러싸고 있으며, 상징적 도구(성 베드로의 열쇠 등)를 들고 있음.
상단 :
천국의 문과 천사들, 부활의 나팔을 부는 대천사들, 의인들이 천국으로 끌어올려짐.
하단 :
무덤에서 부활하는 자들, 끌려가는 죄인들,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들, 괴로워하는 영혼들, 카론(지옥의 뱃사공)과 미노스(지옥의 심판자)도 묘사되어 있음(이는 단테의 신곡 영향)
이 작품은 단순한 종교화를 넘어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신학, 해부학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역동적인 인체 묘사를 통해 당시 인체 해부학의 절정을 보여주며, 예수 역시 온화한 구세주의 모습이 아닌 근육질의 강인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관람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림 속에서 구원받는 자들과 저주받은 자들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인간의 죄와 운명, 구원과 심판이라는 주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는 단지 시각적인 충격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도덕적 성찰을 유도한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성 바르톨로메오가 들고 있는 벗겨진 피부에 미켈란젤로 자신의 얼굴이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 자신의 존재와 인간의 덧없음, 구원에 대한 개인적 고민까지 암시하는 자화상이기도 하다.
최후의 심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학적 선언문이며, 인간의 내면을 깊이 응시한 철학적 고백이다. 시스티나 성당을 찾는 이들에게 이 벽화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적 울림이 된다.
미켈란젤로의 일화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본래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였다. 그가 예술계에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피에타’와 ‘다비드 상’ 같은 걸작 덕분이었고, 사람들은 그를 조각가로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려 달라고 요청했다. 미켈란젤로는 그 제안을 듣고 망설였다. “나는 화가가 아닙니다.”라며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교황의 뜻은 단호했고, 결국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업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비계 위에 누운 채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붓을 들었다. 고개를 젖힌 채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목은 점점 뻣뻣해졌고, 등은 활처럼 휘어버렸다. 눈에는 페인트가 자꾸 떨어졌고, 온몸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턱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젖혀 그림을 그렸고,
머리에는 페인트가 뚝뚝 떨어졌고, 등은 활처럼 휘었소.”
그렇게 미켈란젤로는 4년 동안 혼자 힘으로 천장을 완성했고,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을 감탄하게 하는 불멸의 걸작이 되었다.
나는 이 그림 앞에서 가만히 몇 십분 동안 있었다. 도대체 자기 몸을 소모하면서까지 이렇게 그림에 힘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랬을까.
동시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보았던 가우디의 작품도 떠올랐다. 작가 본인의 영혼이 숨 쉬는 활동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신과 함께'
또한 그림들은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선과 악의 본질, 인간 세상의 이치, 그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여정에 관하여. 육체는 사라진 후, 우리의 영혼은 과연 어디로 향하는가?
작가가 이런 질문들을 관람자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려 했다면, 그 의도는 완벽히 전달된 것 같다.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며 계속 일을 하고 있다.
바티칸 미술관은 단순한 예술 전시 공간이 아니라, 신앙과 예술이 깊이 있게 만나는 특별한 장소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이자 로마 가톨릭 교회의 중심인 바티칸 시국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교회의 신앙 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그 자체가 기독교 신앙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소장된 작품 대부분은 르네상스 시대를 비롯한 유럽 미술사 속에서 교회의 후원으로 제작되었으며, 성경 이야기와 성인들의 삶, 교회의 교리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처럼 많은 예술작품이 신앙을 표현하고 전하는 수단으로 탄생하였다.
또한 과거에는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에, 벽화와 태피스트리, 조각 등이 성경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하는 ‘시각 성경’ 역할을 했으며, 이는 바티칸 미술관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공간을 넘어서, 신앙 교육의 장이었음을 보여준다.
각 작품에는 단순한 미적 가치뿐 아니라, 교회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그 시대의 영적 권위가 담겨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티칸 미술관은 유럽 문명사 속에서 예술과 종교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발전해 온 전통을 대표한다.
결국, 바티칸 미술관이 왜 기독교 중심이냐는 질문은, 왜 성당에 십자가가 있느냐는 질문과 같다. 이곳은 예술과 신앙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살아 있는 성전’이며, 인류 문화와 기독교 정신이 깊이 있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따라서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예술적으로도, 영적으로도 큰 감동과 통찰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죽기 전에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 한 곳 더 추가되었다.
5시간의 관람 후 당이 떨어져 곧장 젤라또를 먹으러 갔다.
지금은 이게 최고의 예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