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d love to. 05화

그냥 갈래요

by 실버레인 SILVERRAIN


친구와 대화하다 생각난 노래, ‘나는 문제없어’ (1993) 내가 태어나기 전 노래이지만 이 가사와 리듬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나는 문제없어 (1993) - 황규영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짧은 하루에 몇 번씩 같은 자리를 맴돌다

때론 어려운 시련에 나의 갈 곳을 잃어 가고


내가 꿈꾸던 사랑도 언제나 같은 자리야

시계추처럼 흔들린 나의 어릴 적 소망들도


그렇게 돌아보지 마

여기서 끝낼 수는 없잖아

나에겐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나를 사랑하고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존재는 정말 큰 힘이 된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노래 가사로는 쉽게 흥얼거리지만, 실제 삶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결국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아가다 보면, 결국 서로를 알아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맞게 채워져 가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끝낼 수는 없잖아

흘려온 시간과 노력이 조금씩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미 시작한 걸음이라면, 끝은 가봐야 알 수 있다. 아무도 모르는 길이라 더 가보고 싶은 걸지도.


가고 싶은 길을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참 힘이 되는 곡이다. 밝은 분위기가 마치 응원가 같기도 했다.




어제 세 시간 좀 넘게 공원에서 걷고 뛰기를 했다.


혼자 달리면서 본 풍경들.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있는 단란한 가족,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는 연인,

운동기구 이용하는 할머니,

주인은 저 앞에 가는데 풀밭에서 혼자 노는 강아지,

삼삼오오 모여 농구하는 학생들,

러닝 크루들 등등


공원은 활기로 가득했고,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겉보기엔 다들 제각기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저마다의 무게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순간의 사람들은 밝고 경쾌했다.


공원 한 바퀴는 1km를 조금 넘는다.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매점 앞을 지나야 하는데, 그 앞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나는 내 페이스대로 묵묵히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를 돌았고, 네 바퀴, 다섯 바퀴....그렇게 계속 돌아오자 정면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나를 보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나? 계속 뛰네' 하는 듯한 표정. 그 표정이 웃겨서 나도 모르게 달리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달리며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떠올랐다.


포레스트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었다. 지능은 낮지만, 진심과 용기, 그리고 꾸준함으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어릴 땐 다리에 보조기를 차고 다녔고 왕따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어느 날,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졌다.


미식축구 스타, 전쟁 영웅, 탁구 국가대표, 새우잡이 배 선장… 포레스트는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인생은 예기치 않게 펼쳐졌다.


포레스트는 말한다.

“그냥 뛰고 싶었어요.”


포레스트 검프는 우연처럼 보이는 일들을 따라 살았고, 주어진 상황에 성실히 임했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건지, 아니면 모든 게 정해진 운명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순간이 온다.



"내 운명은 뭐예요"


"그건 네가 스스로 알아내야 해."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뭘 집을지는 아무도 몰라.”


“그냥 뛰고 싶었어요.”


“You have to do the best with what God gave you.”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최선을 다해야 해.“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re all just floatin’ around accidental-like on a breeze.”

“우리가 모두 정해진 운명을 가진 건지, 아니면 그냥 바람결에 떠도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I think maybe it’s both. Maybe both are happening at the same time.”

“아마 둘 다일지도 몰라. 운명도 있고,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도.”




운명이든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이라고 여기든, 결국 우리는 한 번뿐인 이 짧은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그 시간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스스로의 선택과 노력을 통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가치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고, 흔들림 없이 나의 길을 걸어가는 것뿐이다. 처음 언급한 노래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삶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



LA에 "Bubba Gump Shrimp Company"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 레스토랑 이름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전쟁 중 만난 친구 버바(Bubba)의 소원인 ‘새우잡이 사업’을 포레스트가 현실로 이룬 데서 유래했다.


LA에 살 때 나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영화와 비즈니스를 결합해 관객들의 관심과 머니를 끌어내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본 사람은 한 번쯤 가보고 싶으니깐. (내 머니도 가져갔어요..//)


나 같은 사람 타겟팅 한 거지 뭐...



레스토랑 내부는 영화와 관련된 소품들로 꾸며져 있고, 메뉴도 영화 속 테마에 맞춰 구성되어 있다.


새우 요리, 포레스트 검프 명대사 적힌 장식, 영화 속 장면 사진 등.


영화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레스토랑 한 번쯤 가볼 만한 것 같다.



그때도 혼자였는데, ‘나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특히 그때는 정말 아무런 연고도 없이 미국에 간 거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무의식에서 튀어나온 한 곡이 고마운 날이다.

오늘도, 각자의 길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아름답다.

매일 다시 일어나 걸을 것이다.


가고 싶은 길, 그냥 갈래요



글 쓰다가 책상 앞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불렀다. 며칠간 흥얼거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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