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I'd love to. 06화

엄마의 바람

by 실버레인 SILVERRAIN


커피가 무척이나 마시고 싶다. 마셨는데도 계속 마시고 싶은 날이다.


양초 켜는 걸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독일에 살던 시절 생긴 습관이다.


독일은 겨울이 길고, 해가 오후 4시만 되어도 어두워진다. 그래서 전등 외에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촛불을 많이 켠다.


오래된 집들 중에는 거실 천장에 중앙 조명이 없는 곳도 있었다. 간접 조명으로 만들어 내는 그 묵직하고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



예쁜 꽃다발을 몇 주 동안 병에 꽂아 두었는데, 점점 시들어 가길래 말리기 시작했다.


말린 꽃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어서 오랫동안 그대로 두는 편이다.



이 아이들은 생명이 다한 후에도 곁에 지니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밥을 먹다가 엄마가 최근 결혼식에 다녀오면서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 주셨다. 요즘 결혼식 시즌인가 보다. 나와 가까운 친구들 중에도 올해 결혼하는 사람이 몇 명 있다.


“너희들 결혼식은 펜션 하나 빌려서 하루 종일 하면 어때? (아무도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없는 게 포인트다.) 아주 친한 사람들만 초대해서 하루 종일 축하하고, 잘 사람들은 자고.”



엄마는 예전부터 ‘너희는 스몰 웨딩해~’ 하고 자주 말씀하셨다. 물론 ‘스몰 웨딩’도 알고 보면 돈이 작게 드는 건 아니지만. 나도 엄마의 의견에 동의한다.


'꼭 일반적인 한국식 결혼식을 따라야 하나?' 요즘은 결혼식에 가서도 부조만 하고, 밥만 먹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분위기보다 제일 먼저 들리는 말은 “밥 어디서 먹어요? 맛있어요?” 심지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결국엔 밥밖에 남지 않는 느낌이다.


세 시간 남짓한 결혼식을 위해 1년 동안 신경을 쓰고, 몇 천만 원을....

물론 그게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겐 그날이 인생 최고의 날이 될 수도 있으니까.


언젠가 내 결혼식이 있다면, 그날이 정말 아름답길 바란다.


하지만 남들의 아름다움이, 남들의 우선순위가 내 것이 될 수는 없다. 남들이 다 한다고 나도 다 해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현재 한국의 결혼식은 거품이 너무 많다. 친구들도 웨딩업체를 끼면 이것저것 추가되고, 몇십만 원이 금방 올라간다고 말한다.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한국에 있었으며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들은 자연스레 결혼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거의 1년을 준비하면서, 할 게 왜 이렇게 많냐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 친구는 요즘엔 아이폰으로 찍는 스냅사진이 유행이라 그것도 옵션으로 넣었는데, 알고 보니 사기였다. 지금은 피해자들끼리 함께 일처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머리가 '띵~' 하다.


나는 차라리 결혼식 비용으로 신랑 신부가 여행을 하며 추억을 쌓거나, 아직도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나라에 우물을 파주는 등,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이 훨씬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라는 것은 애초에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없으며 사랑하는 사람 둘이 삶을 맞춰나가는 것이다.


미국에 있을 때, 교회 사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으셨고, 미국에 합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결혼이라고 생각하셔서, 내가 남자를 만나 결혼하길 바라셨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교회에 있는 오빠들을 만나보라고 넌지시 이야기하셨었다.


“원래 완벽하게 시작하는 결혼생활 없어요, 둘이 마음이 맞고 사랑하면, 그 힘으로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으쌰으쌰 해서 가정을 키워나가는 거예요. 돈 없어도 결혼해서 여기 지금 잘 사는 사람들 많아요“


나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랬을 것 같고.


미국에서의 삶이 한국에서의 삶보다 내게는 더 잘 맞았다. 나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 미국에 있고 싶었다. 남자를 만나고 결혼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만남의 목적이 잘못되었다.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요즘 여러 TV 프로그램들 때문에, 이혼에 대한 인식이 너무 가볍게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게 된 사회 분위기.


결혼은 신성한 것이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창세기 2:24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나가 되는 것, 즉 영적·육체적·정신적 연합을 뜻한다.



에베소서 5장에서는 남편과 아내의 관계를 예수님과 교회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남편은 예수님처럼 아내를 희생적으로 사랑해야 하고, 아내는 교회처럼 존중과 순종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권위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와 존중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삶을 말한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것처럼 사랑하라는 무거운 명령을 받는다.


결혼은 단순히 역할 분담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헌신과 책임,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맺는 신성한 언약인 것이다.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부모님께 질문.


나: “보통 한국에선 자식들 결혼식 때, 뿌린 돈을 거둔다고 하잖아. 우리가 그렇게 결혼하면, 그 돈이 아깝진 않아?”


부모님: “그게 뭐가 아까워. 정말 축하하는 마음으로 낸 거고, 이미 내 손을 떠난 돈이야. 전혀 아깝지 않아.”


좋다. 나와 부모님의 생각이 같다.

쉽다. 이제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남자를 찾으면 된다.


엄마는 그 얘기를 왜 꺼냈을까 갑자기


글을 쓰면서 나도 참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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