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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Jul 14. 2024

딸 같은 며느리의 존재

며느리 같은 딸의 존재

아이들은 각자 생각의 깊이만큼, 사고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배경만큼 걸음이 조금씩 더니 잠시 30분의 쉼을 가졌다. 속에서도 그들은 저마다 자신이 만든 상황과 사건에 빠져서 윤이가 낸 웹툰 정기 구독료 문제를 연계하며 여기저기 어수선한 생각의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그사이 수애는 엄마 옥에 대한 연민이 앞선 책임인지 공감인지 모를 마음으로 의무가 점점 무거워졌다. 아들캐나다로 떠난 후 경옥은 자신이 아들을 찾거나 먼저 아들의 이야기를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평등을 꿈꾸며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짊어져야 할 부양의 의무와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자유롭기를 희망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이별을 고한 아들을 놔주기로 했으면서도 서운한 감정은 끝내 경옥에게 아픔으로 돌아왔다. 수애는 엄마에게 아들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한 번씩 엄마의 삶을 생각하며 한이 느껴질 때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어내곤 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불안, 당황의 감정대로. 윤이가 낸 정기 구독료 문제가 수애를, 정확하게는 마음에서 놓지 못하는 삶의 가치를 가슴에 묻어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경옥을 돌아보게 했다. 수애는 자신에게서 독립할 경옥을 꿈꾼다. 자식에게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꿈꾸는 경옥을 바랐다. 어쩌면 여러 공황상태에서 독립하지 못하는 수애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일지도.


아들이 결혼식을 올린 후 얼마되지 않았을   경옥의 생일을 처음으로 맞이했다. 자식들은 모두 외식을 하자고 했으나 경옥은 자신이 준비한 음식을 천천히 집에서 정갈하게 차리면 되는 게 아니냐고 며느리에게 상차림만 도와서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경옥이 꿈꾸었던 딸 같은 며느리. 편안하게 마음의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마음을 진심으로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이.  그런 딸 같은 며느리, 친정 엄마 같은 시어머니 사이를 원했다. 진정성을 담아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이후 아들은 홀연히 캐나다로 떠났다. 물론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며 한 번쯤 함께 가자고 제안한 적도 있었다. 윤이가 한  질문은 일파만파 수애의 기억 저편으로 넘어간 기억까지 꺼냈고 그 시간을 통해서 수애는 자신을 찾았고 엄마 경옥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생각의 골이 너무 깊어서 헤엄쳐 나오기 힘이 들었다. 잠시, 자신 앞에 앉은 아이들의 눈빛과 꼭 다문 입 안에 든 에너지를 살펴보았다. 수애는 가려진 안갯속 형상들을 확인하려고 가능한 팔을 세차게 휘저어본다. "엄마는 딸 같은 며느리를 원했을까?" 옥의 마음처럼 딸 같은 며느리가 존재하는 걸까. 우리는 인지하지 못한다. 경옥도 수애도 그 말속에 숨어있는 모순을 진정 알지 못했을까. 어쩌면 그냥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윤이는 아이들을 향해 수애 선생님이 걱정하며 낸 바이러스 문제를 풀기 이전에 자신이 처한 웹툰 구독료부터 해결해 주기를 부탁했다. 윤이는 그 이야기를 전할 때 회의실 안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윤이는 아이들에게 부탁하며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고 자신의 의지를 더 단단히 담아서  깊은 상념에 빠진 수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애는 과거 부정적 기억 속에서도 문득문득 현실과 마주했다. 윤이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을 한 명씩 바라본다. 이후, 도움을 청하는 윤이의 강렬한 눈빛과 마주했다.


경제적 태도가 이미 몸에 배어 단단해진 향기가 웹툰 정기 구독권에 대한 두 가지 경우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 첫해 구독료가 2만 원이고 매년 구독료를 전년 대비 10%씩 인상할 때 5년 후의 구독료와 5년 동안 지불한 총구독료를 비교하며 풀어냈다.


첫째항: 2만 원

공비: 1+0.1=1.1

n: 5년 후

5년 후 구독료

20000 ×(1+0.1)^(5-1)=29282원


5년 동안 낸 총 구독료

20000 ×{(1.1)^5-1}/1.1-1=122102원


혹시나 이해가 안 되는 친구들, 각 항들을 비교해 첫 번째 두 번째... 한 해, 한 해 인상된 구독료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을 위해 자신이 관심 있는 통계로 정리해서 기록으로 인상된 구독료 전체를 보여주었다.

첫해 구독료: 20000원

다음 해 구독료: 22000원

셋 번째 해 구독료: 24200원

넷 번째 해 구독료: 26620원

다섯 번째 해 구독료: 29282원


총구독료를 확인하려고 모두 더하면 122102원으로 향기가 앞서 정리한 등비수열의 합으로 푼 내용과 같았다. 향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5년 정기 구독권이 10만 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향기가 확인해서 보여준 대로 5년 정기 구독권은 5년 동안 제대로 구독해서 꼬박꼬박 잘 사용한다면 정말 유리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손해율,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해지하는 것에 대해 손해율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정기 구독을 사용한 첫해 상반기인 6개월 이내 해지를 한다면 손해율에 의해 1만 원을 제외한 4만 원을 환불받을 수 있다. 또, 하반기에 해지를 한다면 손해율에 의해 1만 5천 원을 제외한 3만 5천 원을 환불받을 수 있다.

이제 어떤 경우가 더 유리할지는 여러분에게 맡기겠다고 야무지게 한마디 덧붙였다. 향기는 활짝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에게 눈을 찡긋했다. 멤버들 가운데 향기와 더불어 경제관념이 확실하다고 여겼던 영성이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수열의 합까지 향기가 잘 마무리했다며 박수를 보낸다. 영성이의 아쉬워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윤이의 활짝 핀 미소와 웃음소리가 수애의 귀에도 들려왔다.


수애는 그 아이들이 내는 웅성거림과 확신에 찬 소리가운데서도 속으로 연신 되뇠다. '딸 같은 며느리는 엄마의 기대, 희망일 뿐이야. 세상에 그런 모순은 없어.' 차라리 경옥의 마음을 바꾸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며느리 같은 딸. 후자에는 대접과 존중이 느껴진다. 친근감에서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 해도 조금 더 가깝다는 안개가 가득한 가림 속에 상처되는 말이나 아픔이 오간 건 없는지. 수애의 생각은 확신으로 그녀 마음속에 점점 짙게 피어오른다. 경옥과 자신, 엄마와 수애는 각자 먼발치에서 유지된 거리만큼 서로를 다시 돌아보려고 한다. 여전히 빈 공간이 있다. 수애는 더 채우려 들지 않는다. 빈 공간을 사랑한다. 그곳은 무엇으로도 다시 채울 수 있다. 관계에서, 상황에서, 감정에서... 가능성이다. 언제고 새롭게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 아이들과 수학 토론을 하며 문득 든 생각이 인생의 난관을 깊이 파고들어 자신을 깨우치게 했다. 수학 토론에 퐁당!!




덧,

마침표 없이 쉼표에 앉아 잠시 쉬어 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여러 사연이 만든 시간 여행이 있었다. 세월 여행인가, 붙잡으려고 얼마 전, 지난 시간이나 아주 오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부정적 시간, 행복의 시간, 일과 일 사건과 사건 사이 시간을 붙잡으려 한 발 한 발 디딘 것은 아니다

이번 여행으로 우린 자신을 또 서로를 얼마만큼 독립적으로 놓아줄 수 있을까, 급히 잡힌 여행으로 연재는 예약으로 맞춰 진행했는데 변명보다 큰 시스템 오류가 있었다

 여전히 기기의 움직임이 불편한 나에게만 가혹했던 시스템 오류였을까, 어쨌든 지나왔고 지난 연재를 올릴 수 있는 여러 상황에 감사드리며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편안한 쉼을 하련다

쉼이라는 글자와 쉼표에 감정을 실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다독이는 손놀림에 감사할 뿐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무거운 마음을 딛고 폴짝 뛰어올라 발행 버튼을 기쁘게 누른다

"조금 늦은 연재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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