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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Jul 20. 2024

'기본'이라는 가치_수열

'무'로 '유'를 깨닫다

경옥과 자신, 엄마와 수애는 각자 먼발치에서 유지된 거리만큼 서로를 다시 돌아보려고 한다. 여전히 빈 공간이 있다. 수애는 더 채우려 들지 않는다. 빈 공간을 사랑한다. 그곳은 무엇으로도 다시 채울 수 있다. 관계에서, 상황에서, 감정에서... 가능성이다. 언제고 새롭게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 아이들과 수학 토론을 하며 문득 든 생각이 인생의 난관을 깊이 파고들어 자신을 깨우치게 했다. 수학 토론에 퐁당!!

->지난 글 이어서 씁니다!!


아이들의 열기에 습도를 더하니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방울이 보이는 듯 불편했다. 끈적이는 피부와 무기력한 감정 모두. 요즘 날씨는 이곳이 한국이 아닌 동남아시아 어느 곳에 위치한 낯선 느낌이 들게 한다. 그만큼 습도가 해마다 누적되지만 지금은 뭔지 모를 순간의 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에어컨 바람이 이렇게 산뜻했었나 하고 수애는 잠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가장 기본이지만 잊고 지냈던 매우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그 고마움에 대해서도.  


아이들은 저마다 토론에 퐁당 빠진 것처럼 윤이의 웹툰 정기 구독권 문제를 나누고 각자 방법대로 해결한 뒤 한바탕 웃고 떠들고 다음 문제로 시선을 돌렸다. 수애의 걱정으로 만들어진 현대 사회 문제와 마을의 미래까지... 앞으로 바이러스의 영향 안에서 꼼짝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졌다. 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퍼지는 마을의 미래를 염려하며 수애는 친구들의 마음을 둘러싼 색깔과 모양, 근간이 되는 에너지가 궁금했다. 세대를 지나며 분명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는 사뭇 다르나 지금 청소년들을 움직이는 힘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된 호기로움과 이타심이 함께 움직이던 어느 순간 특별한 지점에서 친구들과 접점이 생겼다. 이제 함께 고민해야 할 현실 문제에 뛰어들어야 할 때다. 지구를 다른 모습으로 위협바이러스! 영장류 중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인류가 저지른 만행들은 그 자리에서 즉각 정확한 모습으로 드러나거나 미세해서 모습을 찾을 수는 없으나 바이러스의 모습을 하고 가장 큰 전파력으로 인류를 파괴하고 위협한다.


잠시 지난 에서 위대한 아름다움으로 빛이 났던 자연과 함께한 수열, 오만한 인류가 범한 바이러스의 전파와 예방에서 살펴본 또 다른 수열을 살펴보려고 한다.


벚꽃이 만개한 어느 봄, 매년 봄 정신적 사랑, 삶의 덧없는 아름다움, 순결, 의식의 아름다움이 제 몫을 다했다고 착각한 날이었다. 늘 했던 착각 중에서 가장 큰 착오가 아니었었까. 자신이 소유하던 에너지 이상으로 빛이 났던 벚꽃 잎. 마지막 생명을 아름다움으로 그려주기 이전에  흩날리며 흩날리며 원주율을 그려낸다. 벚꽃 잎은 첫출발을 3으로 다음으로 소수점까지 또렷하고 경건하게 찍어줌으로써 책임을 경쾌하게 보여주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원주율을 그려내던 꽃잎이 바닥에 닿는다. 그 순간이다!! 환희의 순간, 벚꽃 잎이 아름다운 선을 그려가며 원주율을 읊는다. 노래한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벚꽃잎들은 준비, 대기하고 있던 옥수수 알알팝콘 기계에서 뿜어져 폭발하며 그와 같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폭죽이 터지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 모습은 처음 벚꽃 가지 위에 싹을 틔웠을 때, 2에서 4, 8,16,32,64,128,256,512,1024...

그렇게 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같았다. 마침내 만개하기까지. 그때 수열을 보았! 그것들은 하나의 수열을 이루고 있었다. 꽃잎이 퐁퐁 팡팡 하나씩 터지더니 마침내 가지 전체를 이루었고 만개한 벚꽃 잎이 이루는 수의 규칙은 등비수열로 이루어져 있었다. 최초의 팝콘의 개수가 a개라면 시간에 따라 튀겨지는 팝콘의 개수는 a×r^ (n-1)이다.


수애가 아이들과 생각하고 나눠보고자 했던 논제를 다시 떠올려 수애의 소리로 정리해 본다.

"COVID_19의 팬데믹 상황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과 연구, 경각심이 끊임없이 되풀이되었고 그 예방책은 '차단' 뿐이라고 생각했기에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단다. 너희들도 기억하고 있지? 이제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리 지역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생했어. 제일 처음 도서관을 방문한 어느 한 사람이 외부에서 감염되어 왔다고 가정했을 때, 이 바이러스는 두 배로 전파되어 감염자가 증가한다고 하자. 그렇게 도서관을 이용했던 이용자는 원인도 모르고 도서관 곳곳에서 감염이 될 거야. 물론 그들은 도서관 외에 외부나 각 가정에 돌아가서도 기하급수적으로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도 있지. 그렇게 한 명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10일 후, 20일 후면.. 총 몇 명을 감염시킬 것인지. 친구들 생각은 어떤지, 숫자로 닿아야 인간의 경각심이 더 확실해지리라 믿기에 수치화해 보려고 해.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예방책은 무엇인지 의논해 보려고 하는데. 예방책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는 것 외에 수학적 접근으로 이해하고 한 번 새롭게 시도해 볼까 하는데. 어떨까 얘들아! 선생님은 친구들을 믿는다. 너희가 우리의 미래이기에."


수애가 낸 논제를 아이들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생각하고 살피고 찾고 의논하고 있었다. 수애는 그분 위기가 마치 자신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행복한 기억의 표본을 옮겨놓은 것처럼 따뜻함이 조화롭게 그려진 느낌이었다.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바닥에서 공깃돌을 바쁘게 옮겨가며  뭔가를 정리하던 우영이가 벌떡 일어선다. 자신의 생각만큼 경쾌하고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자신 있게 걷던 걸음보다는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교양교실에 모인 친구들을 쭉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수애와 눈이 마주치자 힘이 들어갔던 어깨가 좀 내려간다. 평소 소리 내어 말하는 것에 취약한 우영이었으나 긴장감까지 가지고 사라진 어깨 덕분이었는지 목소리를 가다듬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는 수애 선생님의 논제를 정리하다 무작정 도서관 주변 공원과 화단을 살폈습니다. 바이러스가 전파될 때 다음 옮겨지는 것은 전 날 이전 사람의 두 배씩 전파한다고 했습니다. 처음 한 명에서 시작된 감염은 다음날은 두 명, 두 명 각각이 다음 전파될 때 두 사람씩 옮겨가면 세 번째 감염에서는 네 명으로 옮기게 되죠. 그렇게 옮겨진다고 추정하면 10일 후에는 1024명이 될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총 인원과 10일 후 감염될 인구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두 명이 감염시킨 사람은 네 명이지만 그 두 명도 총감염자에는 포함됩니다. 정리하면 10일 동안 총 감염된 사람은 2+4+8+....+512+1024=2046명입니다. 다음 20일 후는 각자 체크해서 보여주셔도 가능합니다. 지금 정리한 내용에 질문이 없다면 잠시 후 20일 후 감염된 사람과 총감염자를 다시 정리하고 발표해 보겠습니다.

우영은 한 번 소리를 내어 얘기를 시작하자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논제를 발표한 후 자신도 깜짝 놀란다. 그것도 평소 말 한번 섞지 않던 형, 누나들 앞에서. 지금 순간의 경험이 우영에게도 새로운 세상으로 옮겨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어주길 수애는 아주 잠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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