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 한소 Jul 27. 2024

과거는 미래로 이어진다

끝이 다른 시작이 되는 원리

우영은 한 번 소리를 내어 얘기를 시작하자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논제를 발표한 후 자신도 깜짝 놀란다. 그것도 평소 말 한번 섞지 않던 형, 누나들 앞에서. 지금 순간의 경험이 우영에게도 새로운 세상으로 옮겨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어주길 수애는 아주 잠시 기대해 본다.  ->지난 글에 이어서


우영은 방황하던 자신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훅 들어온 윤이를 보며 자기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진부한 사랑 이야기까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윤이가 말한 탄생과 죽음에 관심을 가지며 삶의 시작과 끝, 윤회에 대해서도 한 번쯤 돌아보았다. 둘 사이의 이야기는 같은 학교 선후배로 수학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던 그날로부터 시작된다. 윤이가 동아리 회원을 모집했었다. 우영은 윤이가 강조했던 수학을 탐구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모임이 되도록 돕겠다는 그 말에 홀딱 넘어갔던 자신의 초심을 돌아보았다. 윤이의 회유에는 진심이 있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설득되어 버렸다.


학교 동아리 회장이었던 윤이는 동아리를 맡고 있던 선생님께 요청을 드려 하루는 자신이 모임을 이끄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 윤이는 동아리 활동 시간이 되자 보드판에 마카를 이용해서 큰 별을 그렸다. 꼭짓점이 10개 모서리가 15인 불규칙적인 별 모양을 그렸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꼭짓점이 10개인 별에 9개의 점을 찍어보세요. 시작점은 임의로 선택할 수 있으며 9개의 점 각각은 시작점으로부터 직선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 또 시작 점으로부터 세 번째 도착점에 점 표시를 할 수 있다. 한 번 체크한 점은 다음 출발이나 도착 그 어떤 점도 찍을 수 없다. 10개의 꼭짓점 중 규칙을 찾아 9개의 점을  찍는 것이 문제다. 윤이가 동아리 친구들에게 이문제를 가지고 온 건 특별한 이유에서 시작한다. 윤이는 최근 자신을 괴롭히는 화두를 떠올리며 친구들과 삶과 죽음, 시작과 끝에 대하여 나누고 싶었다.


윤이가 고민해 왔던 것은 무엇일까. 어릴 적부터 윤이를 괴롭혀왔던 죽음, 상실, 이별을 자연과 자신이 하는 수학 공부에 조금씩 적용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동아리 친구들은 흥미로워했으나 윤이가 하고자 하는 그녀가 던진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같았다. 그 과정에서 규칙을 찾지 못함은 당연한 게 아닐까. 윤이는 전한다. 과거는 미래로 이어진다. 시작은 다른 의미로 맺음이 될 수 있으며 맺음 또한 또 다른 점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진부한 듯 보이지만 얼마 전 수애 선생님의 글에서 보았던 '가장 먼 곳은 지금 여기'가 떠올랐다. 선생님도 윤이처럼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기에 그런 글을 썼을 거라 짐작한다. 시작은 또 다른 의미의 마무리 또는 끝이며 헤어짐은 다음 만남을 준비하는 시작이 되기도 한.


윤이가 보드판에 그린 별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우영의 생각보다 아이들은 호기심도 관심도 추친력도 훨씬 빠르다. 그런데, 우영은 규칙을 찾기 이전에 윤이가 낸 문제의 근원으로 다가가 접근하고 싶다. 아마도 그 근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과연 자신과 같은 10대의 윤이가 그런 철학에 접근하게 된 건 어떤 계기에서 시작된 걸까. 자신과 다르다면 한 살 많고 성이 다른 여성이라는 것, 무엇이 그녀를 애 어른으로 만든 걸까. 우영은 문제를 낸 윤이의 눈빛과 꼭 다문 입술바라보았다. 복잡한 윤이의 세상으로 들어가 그 안에 가득 담긴 비밀을 캐내고 싶다는 호기심이 강하게 들었다.


우리 삶을 별의 세계에 옮겨 그리고 시간을 나눠보자. 과거와 미래는 온전히 현재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그 시간은 하나의 직선 위에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끝 점이었던 삶의 시간

윤이가 관심 가졌던 삶과 죽음을 보면 탄생으로부터 죽음으로 가는 여정은 시작되며 죽음은 과연 현 삶과의 단절일 뿐일까라는 의문을 던져준다.


몇몇 친구가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 여덟 개의 점까지 찾았다. 그런데 모두 윤이가 힌트를 준 시간에 집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작이 또 다른 의미에서 끝을 얘기함을 지나친 이유에서 일까. 아홉 개의 점을 찍은 친구가 없었다. 별을 끝없이 바라보던 우영의 눈에 반짝이는 그 점들의 자리가 보인다. 어떤 점은 그것이 시작이자 끝의 역할을 한다. 윤이의 힌트는 시간의 문제이기도 하고 자신의 자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우영은 자신이 지금 비록 자식이며 학생의 자리에 있으나 언젠가 부모이자 스승이 되는 묘한 깨달음을 얻었다.


우영은 빠르게 앞으로 나갔다. 우선 윤이의 질문을 격하게 감동으로 대했고 박수를 보냈다. 친구들에게 문제를 낸 윤이의 사고와 심오한 철학적 깊이를 다시 반복해서 소개하며 윤이가 그려준 별을 삶과 관계 그리고 자신의 자리까지 이었다. 다음 별을 그릴 때 나타난 선분을 시간으로 표현하고 어떤 점에서 출발한 끝 점은 다른 점으로부터 시작 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과거는 미래로 쭉 이어지고 그 과정에 반드시 현재가 있다. 미래는 다시 과거로 시작한다. 



친구들이 경험하고 있는 시작과 끝 '0'의 경계를 대입해도 이해되리라. '0'은 존재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나 생각의 전환 변화의 기준이다. 운동 방향을 바꾸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프레임 안과 바깥에서 서로를 향해 걸어가는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시작은 곧 마무리를 해야 하는 끝이 되기도 하며 끝맺음은 다른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 우영이 그랬듯이 아이들은 삶에 스민 수학을 탐구하고 이해하며 한 뼘 더 성장하깊어지리라.


먼발치에서 한결같은 박수와 응원, 그리고 자극을 주는 수애와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하나 각자의 창의적, 깊이 있는 사고를 지지하는 친구가 함께하는 <수학 토론에 퐁당> 동아리가 있기에 그들은 시작했변화할 수 있다.




이전 13화 '기본'이라는 가치_수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