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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Apr 26. 2024

퐁당 모집 공고

첫걸음을 내디디며


"늦었다!"


정신없이 걸었다.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를 집중적으로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오후였다. 여름 습도 탓에 시간에 쫓겨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가는 수애의 얼굴 위로 방울방울 맺힌 땀이 흐르고 있었다. 수애는 땀방울을 슬며시 닦아내고 또 닦아내며 도서관을 향해 일정한 속도로 걷고 있다. 호주머니에 있는 전화기의 진동이 쉴 새 없이 울린다. 살짝 꺼내 확인하니 윤이었다. 서둘러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윤이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벨소리가 끊어지기 전에 급히 전화를 받느라 얼굴 표면이 폰에 닿는 줄도 모르고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댄다. 수애는 얼굴에 끈적임이 닿아 찝찝했지만 애써 소리를 높여 경쾌하게 인사를 건넨다. "윤이야 안녕! 무슨 일이야? 수업은 낼인데 울 윤이가 무슨 일일까?"


요즘 그녀의 태도가 수상쩍다. 수애를 자극했다. 섬세하고 예민한 윤이는 고민이 많아졌는지 부쩍 수애와의 만남을 유도하거나 질문하는 횟수가 늘었다. "선생님, 지난번에 수학 토론에 퐁당할 사람을 모집한다고 하셨죠? 저 지극히 사적인 그 동아리에 들어가 보려고요!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 외 고민해 볼 문제가 많아요." "응. 그렇다면 서둘러 지원해야 할걸. 멤버는 신청 지원자 순서대로 뽑을 거야. 와~~ 갑자기 힘이 생기는군." 가볍게 얘기했지만 정말 뜻밖이었다. 우선 두~세명이라도 모집이 되면 시작해보려고 했다. 물론 회비는 없다. 무료로 시작해서 우선 지원의 벽을 만들지 않고 지원자 마음의 경계를 없애고자 한다. 모임이 활성화되면 지역사회 발전으로 이어지리라는 마음에 모집 인원은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음... 그러면 윤이가 마지막 신청자다." 설렘 가득한 심장과는 별개로 지금 수애의 머릿속은 뒤죽박죽 복잡하다. 미뤄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부담처럼.


관계를 풀어 나가는 함수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

수학과 우리의 일상, 수학과 당장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 나와 아이들 등 이 관계를 풀어 가야 하는 함수에 대해.


윤이의 근심 어린 표정, 어두운 얼굴빛도 토론의 횟수가 더해지며 차차 밝은 빛으로 고유색을 찾아가리라. 윤이는 또래보다 책임과 의무가 강했고 그에 상응하는 얼굴빛과 어깨는 훨씬 더 무겁게 처져 있었다. 무겁고 가벼운 맘으로 도전하려는 윤이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늦은 밤 수애는 신청자를 확인했다. 윤이가 지원자 마지막 명단에 올라있었다. 인원이 다 채워지고 대기자가 생겼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시작하기도 전에 뿌듯한 감정이 앞섰고 좀 더 잘하리라는 의지를 다졌다. 이후 고1 수학 교육과정과 토론 주제를 연계해서 7개월 간 우리가 나눠야 할 실생활을 연계한 수학 과정과 주제를 정리해야 한다. 물론, 과정을 정리 마무리 하는 것은 수애가 해야 할 책임이지만 토론을 즐겁고 재미있게 끌고 나가는 것은 토론을 할 구성원들 각각이다. 토론의 서두를 뱉어내면  마인드 맵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리가 잘 된다. 이제 곧 윤이는 친구들과 함께 수학 토론의 세상으로 퐁당 들어갈 것이다.


지금의 경계는 수학의 세상으로 들어가기 전 변화를 위해 준비하는 프레임이다.


수애는 천천히 걸으며 선분과 곡선이 공존하는 수학의 세상에서 '나'라는 미지수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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