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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May 03. 2024

동아리의 시작_ 문을 열다

바라봄 보다 다가감

깊은 밤, 봄날 낮 시간의 경쾌함을 누르듯 수애의 방에서는 고요와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 수애의 방 한가운데 뒤척이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 귀에 바짝 대고 소리를 내는 것처럼  울림으로 느껴졌다. 내일 시작될 토론으로 예민한 건지 수애는 벌써 한 시간째 뒤척이고 있다. 수애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인사와 앞으로 진행될  7~8개월간의 계획안, 리더의 역할, 멤버들의 태도와 책임을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첫 토론 주제를 정리하고 누웠다. 한 시간째 어떤 고민에 빠져있었는가. 다가감과 바라봄에 대하여. 요즘 수애를 괴롭히는 질문이다. 학생들을 대할 때도 타자와의 관계에서도 다가감과 바라봄이라는 단어에 좀 더 집중했다.


사전적 해석


다가가다: 어떤 대상 쪽으로 가까이 가다.


바라보다: 어떤 대상을 향하여 보다.

어떤 현상이나 사태를 자신의 시각으로 관찰하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일에 기대나 희망을 가진다.


 동사인 이 두 단어는 ㅁ이 붙어 품사가 달라지며 명사형으로 표현된다. 다가감에는 '가다'라는 동사가 진행 행위를 결정한다. 또 바라봄에는 '보다'라는 동사가 단어를 바로 설명한다. 가다는 보다 보다는 능동, 적극적 행위로 생각할 수 있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가다와 보다의 어느 쪽이 상대를 알아갈 때  적극적이며 긍정적 태도라 할 수 있을까.


수애가 지금까지 자신을 지켜왔던 태도 중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하나는 배려였다. 수애 자신은 배려라고 생각해 온 여러 가지 태도가 타자에게는 불편한 마음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는지 돌아본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가장 어렵고 풀기 힘든 시험 문제 같다고 생각했다. 수애는 기쁜 일, 슬픈 일을 누군가에게 뱉어낸다는 것이 힘에 부쳤다. 혈연 외에 연결된 가까운 관계에서는 나눔이 더 힘들었다. 친구가 맞는지 신뢰하는 관계가 맞는지 때로는 수애 자신도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점점 복잡해지며 이것저것 얽힌 생각을 내려놓고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못 이룬 시간 마지막 생각의 끈을 기억한다. 마지막까지 잡고 있었던 기억들. 그렇게 뒤척이다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는데 잠에서 깨고 나서야 깊이 잠들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몇 시간 후에 토론 멤버들을, 어디를 튈지 모르는 독특한, 창의력이 뛰어난 우리 아이들을 만나게 되리라. 곧 그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수애는 샤워를 하며 오늘의 주제를 다시 떠올렸다. 시작부터 천천히 되짚고 다시 꼼꼼히 생각했다. 출발점에서의 이 주제가 아이들의 생각을 펌프질해 줄 중요한 변곡점이 되길 기대했다. 사실, 그건 최근 지인이 보내준 기사문을 읽으 떠올린 생각이었다. 주말 오전 공원에서 산책이나 (길을 걷던 중) 운동 중 작은 무선 이어폰을 잃어버렸을 때 또는 목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를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시간을 좀 더 단축해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 나눠보려고 한다. 친구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사실, 조급하다. 친구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회원 모집에서부터 여러 질문거리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애는 자신이 기억하는 시점에서부터 이성보다 훨씬 빠른 감성에 대해 불편해하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함께한 긴 시간이지만 특별한 위기의 순간, 수애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작동하는 계획된 무모함이 있었다. 되었다는 것은 평소 무모함과 구분되는 단어의 언어가 아닌가. 수학적인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인가. 실생활에서 과연 그것이 어떻게 활용될지.

   

옷을 입는 것도 평소 토론을 갈 때 마음보다 더 신경 쓰며 움직였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소리 울림을 뒤로하고 바삐 걸었다. 하늘이 진한 푸른빛으로 특별히 더 푸르른 날, 하늘에 퍼져있는 구름을 보니 하늘에 퍼진 구름(물방울)의 농도와 물방울 사이 밀도가 궁금해진다. 수애는 하늘의 깊은 푸름을 마음에 담고 걸음을 조금 더 재촉했다. 토요일 오전이라 도서관까지 가는 거리는 한산했다. 도서관이 수애의 시선에 들어오자 심장을 진정시킬 조금 더 깊은 호흡이 필요했고 설렘이 팔딱이며 살짝 올라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토론이 있을 빈 강의실로 오르며 친구들과 나눌 문제를 다시 생각했다.


강의실 문을 천천히 열고 들어가며 오늘 만날 친구들 얼굴을 한 사람씩 떠올렸다. 그들의 성향과 평소 관심과 생각도. 다 알 수는 없었다. 수애가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들 성향을 대충 알고 있다. 조금씩 더 알아 가겠다 다짐한다. 수애가 동아리를 시작하며 떠올린 일이다. 좀 이른 시간이라 강의실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며 떨리는 마음을 잠시 다독였다. 신청자 프로필을 확인하려고 파일을 펼쳤다. 친구들이 한 사람씩 강의실로 들어왔고 그들은 모두 취지를 이미 동아리 신청을 하며  확인했고 알고 있었다. 먼저, 친구들의 생각을 읽으려 계획했던 첫 문제를 떠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문제를 공개한다. 또박또박 읽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문제를 듣던 친구들 눈빛에서 이미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먼저 수애를 바라보고 있었던 한 친구가 번쩍 손을 든다. 그녀는 세 번의 손뼉을 치며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던 친구들의 주의를 끈다. 경청을 하자는 무언의 제안일지도. 손을 든 친구를 가리키며 발언권을 주었고 도구가 필요하면 강의실 안 모든 것을 활용해서 생각을 보여도 좋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멤버 중 가장 어린 규선이었다.


규선이는 꼭 다문입으로 의지를 다졌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다른 친구들(언니, 오빠)과 마주하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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