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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Jun 01. 2024

사랑 안의 배려

수학적 사고력과 배려가 만난 실생활 문제

->지난 화에 이어서


수애의 얼굴 가득 퍼진 미소를 보면 토론 동아리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살필 수 있다. 이미 멤버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들의 생각을 감싸 안고 창의력의 깊이와 넓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수애는 첫 토론을 경험하며 내면에 미세한 떨림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뒤죽박죽 복잡하게 섞인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토론을 하며 반짝이던 멤버 한 명 한 명의 눈빛이 담긴 얼굴과 목소리 그 시간의 열정과 호흡이 떠올랐다. 깊은 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멤버들의 첫인상을 떠올리며 그들이 나눴던 의견, 창의적인 수학적 사고, 그들 주변의 환경을 메모했다. 동아리에서의 사소한 일들을 덧붙여 기록했다. 과제로 남아있는 두 사람이 제안한 새로운 문제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토론 시간까지 그 친구들은 모두 어떤 일에 몰두할까? 들의 호기로움이 어떻게 표출될 것인지 일상에서 변화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알고 싶었다. 수애는 자신과 연결된 밀접한 생활 곧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윤이가 제안한 문제를 떠올리며 역시 윤이답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윤이는 햇살이 강한 요즘 태양볕 아래 호흡도 힘들어질 가까운 미래에 사람들에게 시원한 벤치를 만들어서 시원함을 선물하고 위안을 주고 싶었다. 윤이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심리학을 공부하셨고 지금은 센터에서 심리 상담을 하신다. 심리도 깊숙이 들어가서 세분화하면 다양하게 분리할 수 있는데 윤이는 부모님의 영향 덕분인지 타자의 감정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읽을 수 있으며 이해했고 할머니의 사랑 덕분에 따뜻한 마음까지 지녔다고 수애는 생각해 왔다. 윤이를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윤이는 첫 만남에 먼저 상대를 관찰했다. 뚫어져라 바라보며 상대의 흐름을 읽는다. 타자를 이해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윤이만의 방법이다.  


윤이가 제안한 문제는 창의적인 사고나 수학적 훈련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바탕에는 배려가 또 기본에는 사랑이 들어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 또는 주변 여러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 가운데 시원함을 선물한다.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서 쉬고 싶은 순간에 그들이 시원하고 편안함으로 위로받기를 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녹아있다.


첫째, 삼각형 모양의 화단 밖 벤치에 물이 튀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최대한 많은 꽃에 골고루  물을 주는 위치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분수의 물이 벤치에 닿거나 튀지 않아야 합니다. 분수까지 가장 가깝게 삼각형 모양으로 벤치를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천히 생각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수애는 다른 멤버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자신이 며칠을 기다릴 수 있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수애 자신도 변하고 있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생각을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프레임을 정해놓고 아이들의 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친구들 생각이나 관심 그들의 예리한 관찰 마지막으로, 배려나 사랑의 마음을 먼저 읽으려 한 자기 자신에게 놀랐다.


수애는 자리에 누운 지 한참이 지나서도 잠들지 못했고 생각이 이어졌다.  소극적이고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으며 말이 없던 현중을 잠시 생각했다. '자신의 의견이나 여러 사람 앞에 나서서 말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수학 토론의 역할일까. 그 생각에 흠뻑 빠져 가능했을까!' 수애는 기분 좋은 생각에 다시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소 너무나 조용해서 현중이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현중이의 평소 생활 태도는 딱 적당했다. 학습, 생활 등 모든 게 기준치에 있었기에 수애가 걱정하거나 칭찬하는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관심 밖 데이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현중이는 최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사를 하게 되었다. 학교가 있고 상가가 번잡한 곳에 있던 이전의 아파트에서 단독 주택이 밀집된 한적한 곳으로 이사를 한지 얼마 안 된다. 그곳은 띄엄띄엄 집들이 있고 버스가 없는 곳이다. 그곳에는 현중이가 이사할 무렵 그제야 버스 정류장이 들어 설 거라결정되었다. 이제 부모님이 자신의 등하교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사는 부모님 마음대로 결정했는데 불편함에서 오는 마음의 짐까지 짊어진 자신을 생각하니 답답해진다. 어쩌면 그래서 자신이 직접 버스 정류장을 기록체크하며 노선 만드는 것에 관여하고  싶어 졌는지도 모른다. 버스 정류장을 만든다는 건 현중이에게 정말 와닿을 수밖에 없는 마음속 깊은 진심의  문제인 거다.

새로 이사한 지역에 아직 버스 정류장이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신축 아파트 각  단지 대표 동인 A, B, C 동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곳에 버스 정류장을 세우겠다는 공문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이나 경우를 이용해야 세 동이 있는 곳에서 같은 거리에 버스 정류장을 세울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이 멤버들에게 낸 문제는 창의력이나 수학적 사고만을 요하는 문제가 아니다. 두 친구가 쭉 생각하고 제안했던 문제의 바탕에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 들어가 있다. 그 바탕의 내면에 깔려있는 사랑 안의 배려를 첫 토론에서 얻은 가장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 윤이와 용기를 내 준 현중에게 감사함이 터져 새로운 벅참으로 이어졌다. 수애는 기대하고 있다. 수애는 기대한다. 함께 나눔을 했던 퐁당 토론 동아리에서 그들은 희망이란 단어로 가슴이 점점 부풀어 올랐 오늘의 배려와 관심으로 새로운 내일을 기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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