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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Oct 05. 2024

소중한 기억과 공간이 이루는 면적

기억의 합으로 현재까지

수애는 경계인의 자리를 고수해 왔다. 회피의 자리로 그녀가 선택한 자리, 지금의 좌표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한 발 물러나 있었다. 책을 읽고 함께 나누며 무지에서 얕게라도 깨어 양 집단에 잠시 다가간다. '미분'으로 친구들과 나눈 지속적인 다짐과 마음이 쌓이고 쌓여 지금 이 순간을 미래의 어느 지점으로 옮겨본다. 섬광처럼 피어난 연결의 힘이 그곳에서는 빛나리라는 희망으로.


->지난 화에 이어서


도서관 주변을 배회하며 뚜벅뚜벅 사뿐사뿐 공원의 가장 소중한 장소, 기억의 공간, 그곳으로 한 발 옮겼다. 나만의 자리로 오른다. 오르막길 에 자작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박주가리, 배롱나무, 왕벚나무, 백일홍... 등 나무와 잎이 차례로 자신을 치장하고 다채로운 색을 입고 다. 사랑스러운 열매가 집합된 그곳은 나 혼자만 아는 비밀의 숲의 색을 띠고 있었다. 수애는 오늘 겨우 도착한 도서관 그녀의 자리에 서서 프레임 바깥으로 보이는 숲의 비밀스러움에, 숲이 전한 아련한 초록에 이미 설득되어 넘어가 있었다. 그것은 아름다움인 줄 알았으나 신비로움이었다. 신비로운 비밀의 숲은 습도도 소리도 조금 달랐다. 에 서면 새로움이 곳곳에 퍼질 듯 느껴졌다.


숲은 소리로 한 번, 모습으로 한 번 수애를 놀라게 했다. 곳곳의 새소리 하나하나, 잎이 부딪히며 사각거리는 숲의 숨소리,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노래, 대화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리는 너와 나의 소리... 하나하나 분류하고 나누었다. 나누고 나눈 그것을 다시 합쳐 숲을 만들었다. 최적으로 나눈 그것은 다시 모여 숲이라는 공간을 이루었다. 모습으로 보이는 숲도 마찬가지다. 온갖 식물과 나무로 나뉜 숲의 각각을 다시 합하면 그것 또한 숲의 '다른'이었다. 새로운 '숲'이었다.


그러다 문득, 수애는 자신이 숲 가운데 있음을 깨달았다. 비밀의 숲 깊은 곳에 규칙성이 없는 나무로 된 책상과 의자, 트러진 책과 긴 파마머리, 게 펼쳐진 치마가 가을을 듬뿍 받았다. 수애의 몸은 가을빛을 낚아채고서 하늘하늘 바람을 따라 움직인다. 그녀는 도서관 주변을 돌고 돌다 마침내 이곳으로 왔다. 신비로운 숲이 수애의 눈을 통하여 다시 들어온다. 교양교실에 모인 친구들을 확인하며 그들의 호기로운 눈빛이 고맙기만 하다. 빛나는 오늘을 가을이라 느끼며 수애는 가을 깊숙이 들어온 돋보이고 싶었던 지금의 자신을 찾아 펼쳐냈다. 그곳에 민하의 시간, 윤이의 시간, 영성의 시간 수애의 시간이 있었다. 그곳에 우영의 기억, 현중의 추억, 규선의 그리움, 향기의 일상, 한결의 아픔이 있었다. 시간을 잘게 나누고 나눠, 기억을 쫓고 쫓아 다시 나눴고 감정을 분석하고 깊이 들어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지금의 가을을 다시 확인했다.


수애는 시간과 시간 안의 기억, 감정을 말하려고 준비하며 적분을 읽는다. 적분의 시작이 되는 구분구적법을 그녀의 입과 소리에 온통 집중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소리 내어 말한다. 보드 마카로 원을 하나 그리며 미소와 함께 힘주어 말했다.


 "얘들아, 구분구적법 들어봤지? 구분구적법으로 원의 넓이를 어떻게 구할지 설명할 수 있을까? 적분은 구분구적법에서 시작하기에 선생님은 이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간다면 적분에 더 쉽게 닿을 수 있고  당연히 알게 되리라 믿으며 질문해 본단다." 질문이 끝날 때까지 수애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결이 자신이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바로 나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원을 잘게 잘게 나눕니다. 아주 작은 부채꼴 형태로, 더 이상 부채꼴이 아닌 삼각형 형태로 나눌 수 있을 때까지 잘게 나누어 그것들을 다시 합하면 됩니다. 반지름 길이가 같고 중심각은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미세하게 부채꼴을 나누어 다시 합하면 평행사변형, 더 잘게 나누면 직사각형 형태로 만들 수 있 그때의 넓이를 구하면 됩니다. 이것도 극한에서 출발하는 거지요. 직사각형 또는 평행사변형의 가로의 길이는 원주의 반,  높이는 반지름입니다. 그래서 직사각형의 넓이= 지름 ×원주율 ×1/2 ×반지름=반지름 ×반지름 ×원주율 이 되는 거지요. 원리를 알면 쉽게 원뿔이나 이차함수와 x축이 만나 이루는 면적도 구할 수 있게 되지요."


큰 도형을 작은 조각들로 나누어 무수한 그 조각들의 넓이나 부피를 더해서 전체 큰 도형을 구하는 것이 구분구적법이다. 삶을 긴 직선으로 보았다면 직선아래 직선과 X축이 이루는 면적을 직사각형으로 잘게 잘게 나눌 수 있다. 잘게 나눈 직사각형 하나하나를 다시 합하면 삶을 살아온 긴 시간, 기억이 되는 것이다. 원의 면적을 나눌 수 있을 때까지 잘게 나눈 부채꼴(삼각형)을 이용해 그 조각들을 다시 더해서 면적을 구한 것처럼  적분은 미분의 원시 함수를 말한다.


수애는 삶의 긴 시간 안에 있는 우리의 여러 시간을 적분으로 살피며 삶의 균형과 조화로움을 엿보았다. 자신의 삶에서 그것만큼 소중한 것이 무엇이랴. 어디에서나 놓치지 않으려 애썼던 팽팽한 균형, 그 균형을 위한 조화. 그것 또한 자연에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삶 안에 이미 스르르 녹아 있었다. 삶은 우리의 시간을 균형과 조화로운 감정, 기억으로 더듬는다. 수애는 비밀의 숲에서 그녀가 찾은 팽팽한 균형을 친구들과 나누고자 했다. 친구들에게 도서관 주변 비밀의 숲을 이루는 하나하나를 읊었고 마음을 나누었다.



<중용의 마음으로 항등함수를 걷다>



긴 직선 위로

뚜벅뚜벅

사뿐사뿐

농담과 미세한 떨림을 가리며 걸었다


근접할 수 없는 철벽 사이의

긴 호흡과 숨을 찾았다

내리막인 이 길을 오르며

우뚝 솟았다

오르고 있는 이 길이 내리막인 것처럼

놓지 못하는 나무와 놓아버린 열매 사이의

팽팽한 균형


바람이 손 끝과 귓불을 스치고 지날 때에도

미처 알지 못했다

중용을 말하는 내 여린 흔들림, 떨림을.


눈과 귀가 더 선명해지도록

미세하게 스치는 바람의 노력에도

잎새는 흔들리고 있었다


흔들리지 않은 마음을

흔들리는 잎새로

꼿꼿이 그 자리에 있는 나무로

다시 다잡는다


지키겠다는 마음과

떨어짐까지의 마지막 책임이

공존하는 중용의 마음을

항등함수는 전한다


가르침에서 다시 배운다

과 나와 수학의 균형과 조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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