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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사각형 안의 세계

갇힌 세상

by 무 한소

오늘도 아이들은, 어제의 감정, 학교에서의 공기를 그대로 안고 교실로 들어온다. 그건 대부분 부정적이다.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잠이 덜 깬 눈으로, 누군가는 핸드폰 아래의 학습지를, 다른 누군가는 친구의 표정을 먼저 본다. 사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예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무력감의 무게가 교실 전체를 덮는다. 교실은 늘 같은 공간인데, 아이들의 마음은 매일 다르게 움직인다. 매일이 다른 오늘, 유독 크기가 큰 중압감이 눌러댔고 호흡 곤란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들을 “학생”이라 부르며, 여덟 시간 이상 직사각형 안에 가두기도 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얌전히 앉아 있기를 바랐다. 가끔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떠드는 아이들보다 엎드려 자고 있는 친구들을 더 편하게 여기고 의지했다. 다행이라는 빈말로 가끔 스스로 위로도 했다.

네 개의 벽, 하나의 칠판, 그리고 정답으로 향하는 수많은 문제들. 누군가는 시선을 문제집에, 누군가는 창밖의 하늘에 둔다. 초점이 정해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흩어진 자신들의 마음을 정리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영혼 없이 습관적인 말로 뱉어냈다. "얘들아, 집중하자."

세상에서 가장 힘 잃은 집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에게 요구되는 건 한 가지 — 집중이다.

집중의 반대말은 산만이 아니라, 숨 쉴 틈 없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그 현실 안에서 아이들은 자리를 지키며 버틴다. 때론 친구의 눈빛 하나에 흔들리고, 때론 작은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진다. 아이들의 매 순간이, 어른들의 속도에 녹아 사라진다.


감정은 계산되지 않고, 관계는 늘 미지수로 남는다.


“선생님, 이거 꼭 해야 돼요?”

“어차피 다 틀릴 건데요.”, “이게 뭐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아이들이 습관처럼 말하는 것들은, 사실 작은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안엔 피로, 체념, 무관심, 그리고 아무도 듣지 못하는 마음의 소리가 숨어 있다. 나는 그 부정의 말들을 공식을 풀 듯,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려 한다. 그 안의 뜻을 해석하는 일, 그것이 진짜 내가 말하려던 공부, 제대로 된 수업인지도 모른다.



K-중3의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경쟁 속에서 웃음을 계산하고, 감정을 숨기며 하루를 견딘다. 그 사이 아이들은 자기 마음의 모양을 잃어버린다. 나는 그들에게 수학을 가르치지만, 그들의 불안은 언제나 정답 밖에 있다.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스스로의 방정식을 풀어낼 거라고. 사랑의 방정식이든, 관계의 방정식이든 언젠가미지수를 스스로 찾아갈 것이다. 그 답이 조금 늦더라도 괜찮다고, 인생을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것이 직사각형 안의 K-중3의 세상이다.



덧.

가르치는 것은 일이 아니라 마음이라 여겼다. 그런데, 혼란스럽고 답답한 마음으로 자동차 문을 열고 닫는 순간, 소리 울림이 지하 주차장 전체를 덮고, 내게 씌워져 주차장을 빠져나왔을 때 주변 불빛이 나를 몰아세웠기 때문일까. 불빛에 건조한 눈이 따가웠기 때문일까. 쏟아지는 눈물이 시야를 가려 운전이 힘들었다. 가르친다는 것, 배움을 돌아가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배워야 하고, 여전히 경험해야 한다. 그게 변화이고 이해이고 성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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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