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지식 활용에 머물 것인가? 방법 탐색을 시도할 것인가?
뉴욕에서 산재 클레임만을 전문으로 7년 이상 이 일을 해오면서 동포 분들이 직무 관련 사고에 대해 클레임 하기를 꺼려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습니다. 클레임을 할 경우 받을 인사상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고, 유교적 문화권 탓인지 몰라도 직장에 클레임 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클레임과 소송을 혼동하시는 경우 자신의 회사에 무슨 법적 조치를 한다는 생각에 클레임을 꺼려하시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직장 상해 클레임을 한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면 그 자체가 소송감이고, 직장은 직장 상해 보험을 들어 놓았기 때문에 청구인의 클레임으로부터 보호되며, 직장 상해 클레임은 소송과 달리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직무 중 당한 상해에 대한 보험 처리를 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알려드리고 있습니다만, 산재 클레임에 대한 한국 커뮤니티의 고정관념과 오해를 바로잡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왜 어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힘든가를 보여주는 재미난 동물 실험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첫째 날, 동물원의 우리에 장대를 하나 세워두고 맨 위에 먹음직스러운 바나나를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며칠을 쫄쫄 굶긴 원숭이 네 마리를 우리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장대 위 바나나를 발견한 원숭이들이 미친 듯이 장대 위로 올라갑니다. 거의 다 올라가서 장대 위 바나나에 손이 닿을 무렵, 실험자들은 원숭이들에게 호스로 물을 뿌립니다. 원숭이는 물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때아닌 물세례를 받고 원숭이들이 황급히 내려옵니다. 그리고 그날은 어느 원숭이도 다시 올라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둘째 날, 원숭이 네 마리 중에서 두 마리를 우리 밖으로 뺀 후, 며칠 굶은 신참 원숭이 두 마리를 집어넣습니다. 신참 원숭이들은 장대 위의 바나나를 보고 미친 듯이 장대 위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전날 들어와서 장대 위에 올라가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아는 선임 원숭이 두 마리가 따라 올라가서, 그 신참 원숭이들을 끄집어 내립니다. 선임 원숭이들은 심지어는 할퀴고 때리기도 하는데, 신참 원숭이들이 물세례를 받지 않도록 도와주려는 것입니다.
셋째 날, 첫날 들어온 선임 원숭이 두 마리마저 우리 밖으로 빼낸 후, 며칠 굶은 신참 원숭이 두 마리를 새롭게 집어넣습니다. 신참 원숭이들은 장대 위의 바나나를 보고 미친 듯이 올라갑니다. 이때 둘째 날 들어와서 장대 위에 올라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올라가려다가 저지당했던 원숭이들이 역시 따라 올라가서 셋째 날 들어온 신참 원숭이들을 끄집어 내립니다. 자신들이 당한 대로 할퀴고 때리면서까지 그들을 못 올라가게 막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는 네 마리 중에 아무나 한 마리를 빼고 새로운 원숭이를 우리 안으로 집어넣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신참 원숭이는 미친 듯이 장대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나머지 원숭이들은 그를 말리는 것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로 말입니다. 몇 달이 지나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은 둘째 날부터 실험자들이 몰 호스를 완전히 뺏기 때문에 물세례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것은 원숭이를 포함해서 영장류가 어떤 방식으로 조직 내에서 생활하는지를 보여주는 조직 축소판 실험입니다. 우리가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영문도 모른 채 조직의 어떠한 관습을 답습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위 원숭이 실험이 이러한 우리 행동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제법 큽니다. 우리의 사고방식도 마찬가지여서, 어떤 생각이 비판적 사고 과정 없이 외부에서 주입된 경우, 그 생각에 대한 검증해볼 노력조차 않은 채 나의 생각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얻은 지식, 사고방식, 고정관념, 습관을 오늘과 내일의 문제에도 계속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우리는 “지식 활용”이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내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이 뭔지를 살펴본 다음에, 그중에서 제일 좋은 결과를 내겠다 싶은 것을 찾아서 선택하는 방법을 “방법 탐색”이라고 부릅니다. 지식 활용과 방법 탐색은 경우에 따라 혼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양쪽이 충돌할 경우 어느 하나를 택하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건대, 직무 관련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장 상해 클레임을 꺼리는 분들은 어떤 맥락에서 형성한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그러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그분들은 “지식 활용”을 함으로써 인사상 불이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나름 합리적 행동을 하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비판적 사고 과정 없이 형성한 고정관념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직장 상해 클레임에 대한 고정관념에 묶여 계신 것이라면, 지식 활용을 넘어 방법 탐색을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직무 중 당한 부상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아무래도 클레임을 하는 것입니다. 경험 많은 변호사의 도움을 빌어 “방법 탐색”을 도모 함으로써, 치료와 보상에 있어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자 자신의 권리를 우리 동포분들이 스스로 찾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