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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 산재변호사 Jul 31. 2022

뉴욕에서도 점심시간에 일어난 사고가 산재처리 되나요?

뉴욕 산재보험 전문변호사 박희철

한국에서는 2018년 산재보험법 지침 개정으로 인해이제 점심시간에 당한 모든 사고에 대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뉴욕의 경우는 어떨까요? 


어느 청구인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네일 가게에서 네일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네일 가게 안에서 보통 점심을 먹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식사 후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이 갑자기 깨지는 바람에 깨진 그릇에 손목을 다쳤습니다. 이런 사고도 산재보험 처리 가능한가요?"


일반적으로 산재보험 처리되는 사고는 직원이 자신이 하던 일을 하다가 일어난 사고입니다. 이것을 업무와 사고의 연관성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causation이라고 합니다. “직무가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가?”란 의미입니다.


점심 시간에 일어난 사고는 산재처리 가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터에서 일하던 직원이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그 밖에서 일어난 사고는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점심 식사 중에는 “직원과 업무 사이에 일시적인 단절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점심을 먹으러 외출한 것은 고용주나 사업장을 위한 것이 아닌, 직원 개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네일 가게 직원의 케이스는 팩트가 좀 다릅니다. 바로 사고가 사업장 내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실제 제가 처리한 케이스이고, 직무 관련 케이스로 인정받아 산재처리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치료비가 종업원 상해 보험으로 처리되었고, 그 직원은 부상에 관한 보상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보험사에서 “점심 시간에 일어난 사고는 업무 관련 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일반론이 기대어, 이 네일 직원의 사고 역시 사고와 업무의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절하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고가 비록 점심 시간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사업장 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또한 직원의 업무가 비록 네일이기는 하지만, 고용주의 명령으로 설거지를 하던 상황이었다. 즉, 설거지도 직원이 고용주를 위해 하던 것이었기 때문에 네일 직원의 업무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직원의 사고는 산재 처리되는 것이 맞다.”고 맞섰습니다. 


사건 발생 몇 개월 후 진행된 재판에서 판사는 이렇게 판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점심 식사로 인해 직원과 업무 사이에 일시적으로 중단이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네일 가게 직원은 네일 가게 사장의 허가를 받아 사업장 안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습니다. 따라서 직원과 업무 사이의 일시적 단절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직원이 종업원 상해보험 혜택을 받을 권리를 배척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네일 가게 직원은 산재 혜택을 받습니다.”


다시 말해 점심 식사 자체는 고용주를 위한 것이 아닌 직원 자신을 위한 행위였지만, 그 점심 식사가 고용주의 관할에 있는 사업장 내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업무 관련 사고로 성립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네일 직원의 사건과 유사한 논지를 따르는 판례들이 몇 개 있습니다. 


판례 1. 상급자가 직원에게 업무 상 회의 때문에 함께 식사를 하러 가자고 제안하고 하였던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 되었습니다. 


판례 2. 고용주 쪽에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돈을 주며 사업장 밖에서 점심 식사를 하도록 한 상황에서 일어난 사고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 되었습니다.


판례 3. 직원이 하던 일을 빨리 마치기 위해 사업장 내에서 급하게 식사를 하다가 기도가 막혀 숨진 사고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 되었습니다.


판례 4. 외부 출장 또는 타지에서 업무와 관련된 식사행위 중 발생한 사고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 되었습니다.


판례 5. 점심 시간 중에 직원들이 핸드볼을 하다가 일어난 사고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점심 시간 중에 하였던 운동은 고용주나 사업장을 위한 일이 아닌, 개인 일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점심 시간에 일어난 사고가 산재보험 처리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사건 자체보다 고용주와 직원 간의 역학 관계에 관한 좀더 디테일한 정보들이 필요합니다. “고용주와 직원 중, 누가 그 점심 시간을 통제하던 상황이었는가?”란 질문의 잣대로 평가하여, 만약 고용주 쪽이었다면 그 사고는 산재보험으로 처리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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