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구두쇠, 그리고 게임적 요소
뉴욕 산재보험법에 의거, 직원으로 간주되는 우버 드라이버와 관련한 교통사고는 불과 몇 년 전부터 판례에 등장하기 시작하여, 최근에 부쩍 늘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저희 로펌에서 처리하고 있는 신규 케이스 중 적어도 20% 정도는 차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우버 케이스에는 한국인과 중국인 의뢰인이 유독 많습니다.
교통사고 당시 “앱을 켜고 있었는가”로 직무 관련 상해인지, 아니면 일반 교통사고인지가 정해진다는 판례는 사실 불과 몇 년 전에 나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 승객이 우버 택시 안에 타고 있었는가보다는, 앱이 켜져 있었는가가 잣대가 되어 직무 관련 사고인지 일반 자동차 사고인지가 갈리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앱”을 켜놓았다는 것은 우버 기사가 언제든 손님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아무리 손님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앱”을 꺼놓게 되면 일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간주됩니다. “앱”을 켜고 끄고 하는 순간마다 “on and off log” 기록이 우버 쪽에 남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들은 경찰 리포트와 더불어 재판에서 유용한 증거로 사용됩니다. 경찰 리포트는 아무래도 사람이 작성하는 것이니만큼 사건 발생 날자와 시간 등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나, “on and off log” 기록은 그런 오류조차 없습니다.
우버는 “아직 안타본 사람은 있는지 몰라도, 한번 밖에 안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합법화 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곳 택시업계를 잠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무엇이 우버를 이렇게 인기있게 만든 것일까요? 우리는 그 원인을 우리 인간 뇌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를 생각해 봄으로써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부쩍 일반화된 비대면 의사소통에 대해 우리는 한동안 어색해했지만, 점차 대면 의사소통에 비해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문자나 카톡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익숙한 사람들은 상대방이 화상통화를 하자고 하면, 그 상대방이 아무리 가까운 가족, 친구, 동료라고 하더라도 불편해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것은 코로나 이전에 이미 우리가 직접 대면하는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피로해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일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2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라고 일컫는 호모 사피엔스의 그곳과 비교해 보았을 때,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뇌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즉, 우리 현생 인류의 뇌는 아직 수렵시대 호모 사피엔스가 사용하던 뇌,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인간의 뇌는 21세기 첨단 문명을 잘 소화하도록 진화된 뇌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의 그것처럼 아직도 잘 먹고, 잘 쉬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잘 먹고 잘 쉬는 것을 좋아하고, 생각하는 것을 좀처럼 좋아하지 않는 우리의 뇌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인지적 구두쇠”라고 부릅니다.
반면, 현대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그리고 복잡한 인간관계에 노출되어 있었나요? 가족, 친인척, 학교, 직장, 동호회, 종교활동 등등 인간관계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더불어 더 촘촘하게 복잡하게 얽혀왔던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를 갖고 있으면서도 복잡한 인간관계에 피로해 있던 우리의 뇌에게 우버는 획기적 서비스로 다가왔습니다. 우버 기사는 우리의 목적지를 미리 알고 오기 때문에, 우리는 택시 기사와 대면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없는 안락함을 느꼈던 것입니다.
우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또다른 요소는 바로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우버 앱을 통해 우리는 우버 기사가 어디까지 와있는지 실시간으로 위치 정보를 제공받습니다. 콜택시에서는 이런 실시간 피드백이 어려웠지요. 기사님이 어디까지 와계신지 모른채 마냥 기다려야 했던 것입니다. 지하철의 상황판에서도 지하철이 언제쯤 도착할 것인지 알려주기는 하지만, 우버의 그것처럼 위치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지는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을 가르켜 게임적 요소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게임에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의 어떤 동작이나 행동이 바로 점수로 직결되고, 그 점수로 인해 우리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수를 올린 행동은 계속하면 되고, 점수를 떨어지게 한 행동은 피하면 되니까요. 우버는 게임처럼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존 콜택시와 차별화가 되었습니다.
우버라는 테크놀로지가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기술의 발전에 따라 듣도 보도 못했던 판례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변화에 저항하기 보다는, 그러한 변화에 능동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뉴욕 산재보험 시스템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