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age Dream: The Complete...

Confection /album by Katy Perry

by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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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만들어진 백화점식 음반에는 2010년대를 대표하는 팝스타의 전성기가 담겨 있지만, 내실 있는 아티스트가 되지 못한 한계도 공존한다.

2008년에 낸 데뷔 앨범 One of the Boys로 긴 무명생활과 실패했던 CCM 가수 시절을 보상받았던 케이티 페리는 2년 후 Teenage Dream으로 완전한 황금기를 맞이했다. 확실히 당시의 그녀는 미스 아메리카였고, 실체화된 핀업 걸이었다. 가슴에 휘핑크림 캔을 붙여놓고 새하얀 크림을 발사했으나 그녀는 마냥 값싸 보이지 않았고, 남자 모델과 뜨거운 베드 씬을 찍으면서도 우리는 그녀에게서 풋풋함과 청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류애를 펼치며 가슴에서 불꽃을 내뿜는 거리의 여신, 먼 우주에서 사랑을 찾기 위해 온 외계인, 파티 퀸으로 변신한 너드 소녀, 연인과 슬픈 이별을 맞이한 젊은 화가… 대체 그녀가 소화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앨범에서 케이티 페리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Teenage Dream은 하나의 기획된 음반보다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케이티 페리의 옷장과도 같다. 물론 좋은 음악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맥스 마틴과 닥터 루크의 힘에 입은 다수의 싱글 트랙들은 2010년대 팝 트렌드를 착실히 따라갔다. 그녀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Firework”를 예로 들어보자. 여성 팝 솔로 뮤지션이라면 그 당시에 하나쯤은 내던 LGBT 앤썸을 표방하면서도, 특정 계층을 딱 잡아 겨냥하는 대신에 케이티 페리는 폭넓은 대중에게 용기와 격려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과감한 정치적 발언과 실험적인 음악을 택하기보다,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팝으로 다수에게 적용 가능한 친절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바로 케이티 페리였다.


그리고 이런 노선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성공적이었다. 적당한 섹스 어필, 꽤 좋은 멜로디, 그리고 유독 화려한 미모라는 무기로 그녀는 다섯 개의 싱글을 빌보드 Hot 100 차트의 정상에 안착시키며 전설적인 마이클 잭슨의 87년도 Bad 앨범과 동일 기록을 달성했다. 심지어 리패키지 앨범의 싱글까지 합하면 여섯 곡으로 그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앨범은 평단에서 뭇매를 맞았다. 싱글 단위로는 매력이 넘쳤으나 앨범 단위로는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는 아티스트였던 것이다.


모든 앨범이 특정한 서사나 확실한 테마를 갖추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Teenage Dream은 어쩌면 가능했을 그런 목표가 너무 손쉽게 버려졌다는 점에서 큰 감점 요인을 가진다. 훌륭한 타이틀 트랙의 팝-록 사운드와 함께 순조로운 출발을 선보인 앨범은 불과 네 곡 만에 그 흐름이 종료된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했어야 했을 “Firework”는 너무 빨리 등장하여 에너지를 소진해버리고, 그 탓에 뒤이어 등장하는 플래티넘 논-싱글 트랙 “Peacock”은 따지고 보면 “California Gurls”와 수위 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경박해 보이는 효과를 받아버리고 만다.


Hot 100 차트에서 6주 동안 정상을 차지한 “E.T.”는 노래 자체로는 매력적이지만 앨범의 달콤한 분위기와는 지나치게 따로 논다. 낯선 대상에 대한 사랑을 앨범 타이틀 속의 “10대”라는 타이틀과 연결지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굳이 이 앨범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대체 우리가 왜 비루한 삶에 찌든 애인을 욕하는 “Circle the Drain”을 여기서 들어야 하는가? “Who Am I Living For?”는 가히 가관이다. 방방 떠 있는 앨범 대부분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칙칙하고 무거운데, 이것이 균형을 잡아준다는 느낌보다는 이질적으로 잘못 끼어든 느낌만이 가득하다. 가사만 따로 놀았으면 모를까, 멜로디의 힘도 떨어지고 프로덕션마저 우왕좌왕하며 깔끔하지 못하다.


산만함은 허리 부분에만 그치지 않는다. 분위기를 다시 상승시켜 줄 것 같은 “Hummingbird Heartbeat”은 마지막 트랙인 차분한 피아노 발라드 트랙 “Not Like the Movies”로 인해 금세 힘을 잃고 만다. 이후의 커리어를 보면 케이티 페리는 매 앨범의 마지막 곡을 발라드로 장식하려는 집착을 살짝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Fingerprints”라는 노래로 팝 스타로서의 첫 앨범을 당찬 포부로 마무리한 그때 그녀는 어디로 사라졌나 안타까울 뿐이다.


정신없는 본편의 흐름은 확장판 Complete Confection에서도 이어진다. “Part of Me”는 케이티 페리가 지닌 브랜드 파워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의의를 제외하면 그녀의 싱글 리스트 중에서 가장 무색무취를 자랑하는 노래고, “Dressin’ Up”은 섹슈얼한 코스튬 플레이를 나타내는 가사를 제외하면 그다지 볼 것이 없는 곡이다. 두 곡 다 한참 전에 유출되었던 곡인데, 유출되었던 노래를 수록한 것이 죄는 아니나 전후를 비교했을 때 변화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성의조차 없어 보인다. 그나마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라갔던 “Wide Awake”가 뻔한 파워 발라드의 느낌에서 살짝 빗겨나가면서도 케이티 페리의 진심 어린 내면을 보여주며 앨범을 살려준다. 하나 정도 덧붙이자면 “The One That Got Away”의 어쿠스틱 버전을 리패키지의 맨 첫 곡으로 위치시키며 그나마 차분한 감성을 이어가려 노력했다는 정도겠다.


이외 디스크의 나머지 공간을 전부 리믹스, 그것도 대부분 이미 발매했던 것들로만 꽉꽉 채운 구성은 이 “완전한” 버전이 케이티 페리에게 그냥 몇 장이라도 더 팔아먹고자 하는 순도 100%의 상업적인 프로젝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공고히 한다. 사실 스트리밍 수치를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이런저런 떨거지 트랙들을 수록하여 앨범을 우려먹는 요즘 기준에서 별거 아닌 일이지만, 2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에 등장했던 온갖 알찬 리패키지 앨범들을 생각하면 유독 당시 케이티 페리의 전략이 안 좋은 쪽으로 튀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모든 아티스트가 앨범에 신경 쓰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특히 앨범의 존재감이 하락하고 싱글 위주의 소비가 완연한 대세를 이룬 지금 시점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2010년대 초반의 그 시절은 앨범이 지니는 가치가 지금보다는 더 컸고, 그렇기에 그 당시 이 앨범에 가해졌던 비판은 안타깝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이 앨범이 지금 나왔다면 그때만큼 평가 절하되지는 않았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때만큼 히트를 거둘 수도 없겠지. 아이러니한 신세다.


(원 게시일: 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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