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작가 박혜진 May 13. 2024

13. 아인이한테 학생 1호가?

체조 러버 아인이가 함께 운동하며 알려주는 동네 체조 교실

뭐 하나 싶어 운동장에 가 보니, 셋이서 서로 말을 주고 받기도 하고, 아이 둘이 아인이가 하는 설명을 듣고 동작을 따라했다. 



지난 2월,

4학년을 앞두고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아인이는 동아리를 만들고 싶단다. 체조 동아리.

우리 초등학교에 축구 동아리, 농구 동아리, 댄스 동아리는 있는데 왜 체조 동아리가 없는 거야??

중학교에서는, 쉽지는 않지만 동아리 만들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여 승인이 나면 된다던데, 초등학교에서도 될까?


자기가 커리큘럼을 짜서 체력 운동부터 체조 기술까지 가르쳐 주겠단다.

한 시간 수업을 5분 단위로 쪼개서 뭘 할지 끄적였다.

학교 강당에서 하면 좋은데, 여의치 않다면

운동장 한편에 있는 철봉과 구름사다리, 운동장 트랙을 활용하면 된단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좀 곤란하긴 한데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야!



학교에서 동아리로 운영해 보기 어렵다면,

주말이나 주중 오후에 따로 만들어 보자는 얘기도 했다.

"무슨 요일에 할까?"

"토요일에는 체조 학원에 가야 하니까, 일요일에 해야겠어."

"그럼 몇 시에? 오전에는 예배도 드리고 할머니 뵈러 갈 수도 있는데~?"

"일요일 4시?"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는 실제로 그렇게 모집을 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아인이가 누구를 가르쳐 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여름 방학, 겨울 방학에 영어 학원에서 중학생 언니 둘한테

매일 다리 찢는 법과 몇 가지 기술을 알려 주면서 함께 운동을 했다고 자랑하곤 했었다.

 한 명은 관심이 많아서 끝까지 함께 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비록 아인이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잘한다고 격려하고 숙제도 내주면서 신나게 "가르쳤다".


 


운명의 날인가, 오늘이?

오랜만에 운동장에 나갔는데 마침 반 친구 하나와 일행 아이들이 둘 있었다.

그중에 2학년 아이는 철봉에서 하는 동작들을 좋아하고 나름 잘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아인이가 '화려한' 동작들을 선보이니 입이 떡 벌어지고 눈이 반짝였다.

 

아인이 언니를 쫒아서 트렉에서 뛰기도 하고 철봉에 매달려서 돌기를 시도했다. 아인이가 도움을 줘서 거꾸로 돌아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신이 났다.

아인이는 아인이대로 받쳐주는 데 성공해서 들떴다.


마침 아이들 엄마가 있어서 체조에 관심 많은 딸내미라는 것,

배울 데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차에 이렇게 만나서 기쁘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인이랑 앞으로도 시간 맞춰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다.

아인이도 체조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1호 회원을 모집하는 데에 성공했다.



                                                  생각 씨 하나가 생기고
                                                  알맞은 토양을 만나면
                                                      싹트게 마련이다.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자랄지
                                                 따뜻한 호기심이 생긴다.


작가의 이전글 12. 내가 잘하는 것, 체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