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지도거의 1년 가까이 되었다. 시라는 것을 처음 느끼기 시작한 시점은 5년 전 수험생활 때였으나 그때 조금 나온 시라고는 오글거리는 허접한 습작 몇 편이었다. 문학 공부를 하면서 시를 쓰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 시란 인식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했었기에 보기 민망해서모두 지워버렸다. 그 뒤로 몇 년간 시를 쓰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도 몇 수한 내 시가 나름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이제는 어느 정도 봐줄 만한 정도는 된 듯하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게 시는 그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텍스트에 불과하였다. 그 보잘것없던 시가 지금은 내 인생 그 자체가 되었다. 조금씩 내면에 쌓여가던 상처가 결국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던 작은 황홀경은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다.
아직은 한 호흡이 길지 않기에 긴 시는 쓸 줄 모른다. 텍스트란 일관성이 있어야 하기에, 호흡이 끊긴 시는 맛이 없다.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긴 시는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더 멋진 시를 쓰기 위해 살고 있다. 그것은 골방에 틀어박혀서 머리를 굴린다고 나오지 않는다. 하나뿐인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야 멋진 시가 나온다. 삶의 마지막 작품을 위해 사포질을 열심히 해대고 있다.
이번 연재는 써놓은 시보다 연재 중에 작성한 것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시도 쓰다 보면 점점 느는 것 같음을 느낀다. 첫 브런치 연재북인 "가끔 쓰는 시"는 내 첫 번째 작품이 되었다. 이제야 방황을 멈추고 마지막을 향한 여정을 내딛기 시작하였다. 그런 점에서 길고 긴 여정의 시작점인 이 작품은 내게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