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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파 Mar 07. 2023

마음은 인어공주인데

수영 일기 2 

  수영 강습은 주 2회 반을 끊었다. 강습이 있는 저녁 시간은 언제라도 다른 일정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에 욕심내지 않고 현실적인 결정을 했다. 주말을 낀 목요일과 화요일 강습 사이에는 긴 공백이 있어 수영장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퇴근 종이 울리면 땡 하고 달려 나가고 싶었는데 새 학기의 교실은 처리해야 할 일이 끝없이 밀고 들어온다. 동료 선생님들께도 수영 스케줄을 공유했더니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교실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 "쌤 - 얼른 정리하고 나가야지. 수영 안 늦으려면." 하고 챙겨주신다. 오늘도 과감하게 컴퓨터 전원을 끄고 나왔다. 

  두번째로 들어선 수영장은 여전히 초등학생들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보다 많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첫날엔 예상 밖의 어린 수영 동지들에 놀란 마음이 그 수를 부풀려 왜곡한 모양이다. 가장 왼쪽 레인에 소수정예 성인반이 모였다. 상급자 아주머니 한 분, 자유형+배영이 가능한 청년 한 분, 오늘 평영 진도를 나가는 청년 한 분, 그리고 내가 속한 초급반 네 명. 오늘은 초급반 아저씨가 회사 동료를 데려와서 초급반 멤버가 한 명 늘었다. "여기 아가씨들 많다고 내가 오라고 했어, 껄껄." 어디에나 한 분씩 있는 너른 오지랖을 가진 아저씨다. 

  오늘은 발차기 연습을 많이 했다. 걸터앉아서, 엎드려서, 킥판 잡고, 킥판 없이. 여러 버전의 발차기 연습을 했다. 지금 배우고 있는 발차기는 물에 뜨기 위한 발차기라고 하셨다. 속도를 내는 발차기는 나중에 배운다고 하는데 무엇이 다를지 궁금하다. 지난 주말, 경기도까지 멀리 다녀오는 일정이 있어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지 체력이 부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거 발차기 몇 번 했다고 헉헉거리는 저질스러운 나의 체력에 매번 놀란다. 자유형을 하려면 일정한 속도와 자세로 발차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의 나는 그럴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상태다. 수영을 더 잘하려면 체력을 길러야겠다. 


고개 너무 숙이지 않기

숨 쉴 때 고개 너무 들지 않기 (코에 물들어감)  

허리에 힘주지 않기 

엉덩이가 동동 뜨도록 

무릎, 발목에 힘 빼기

더 부드럽게 움직이기


강사님의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지만 귀까지만 들어오지 내 몸에는 가닿지 못했다. 이 정도 용을 써서 발차기를 했으면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는데 제자리 헤엄을 친다. 앞주자와 멀어진 격차를 보며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빨리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 마음은 바닷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인어공주인데 현실은 뚝딱이다. 인어공주는 꼬리지느러미를 두 다리로 바꿨다는데 나는 그 반대의 교환을 하고 싶다. 이거 이거, 쉬운 것이 아니다. 어디 첫 술에 배부르랴!   


수영 강습 후에 새벽반에 다니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니 그쪽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제자리 헤엄과 저질 체력에 십분 공감하면서 주말에 수영 연습 약속을 잡았다. 새로운 도전과 배움은 일상에 활기를 준다. 특히나 몸을 잘 쓰지 않는 나에게 몸을 움직이며 배우는 수영은 닫혀있던 새로운 차원이 열어젖힌듯한 경험의 연속이다. 


뚝딱거리는 내 두 다리가 유연한 꼬리지느러미가 되는 그날까지.

물속에서 땀나도록 헤엄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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