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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킨타 Oct 06. 2021

'워즈워스'의 이해-여행하며 글쓰기3

트레블링 라이트

  워즈워스는 정치적 성향에 관하여 1805년의 「서곡」(The Prelude)을 집필할 당시에는 급진적이었으나 이후 보수주의로 전향하였다. 다만 워즈워드가 그의 시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애당초 그를 보수주의자로 격하하는 일군의 비평가 또한 존재하고 있다.

  급진주의적인 워즈워스  조차 산업혁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상황에 대하여 인간이 자연에 대한 애착을 갖고 질서와 조화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에게 치유와 생명력을 제공하는 자연을 통하여 인간성 회복을 추구한 것이다. 그를 위하여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상호적으로 보면서, 비유와 재현에 따른 전범을 나타내고 있다. 자연의 상태에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시인의 정서적인 반응을 표출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정민요집」의 서문에서 시는 인간과 자연의 이미지라고 하고 있다.      

 「서정민요집」은 낭만주의 영시의 전형이며 영시의 이해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그 서문에서 자유로운 형식의 실험적인 시가 시도되고 있다. 특히「턴턴 사원」("Lines Written a Few Miles above Tintern Abbey")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1인칭 구조의 시로써, 자아를 주제로 하여 화자가 특정 장소를 다시 방문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자아는 걷기를 터 잡은 글쓰기를 통하여 형성되고 있으며, 장소를 비롯한 타자와의 관계에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다. 시인이 “4, 5일간 두서없이 걸어 다니다”라는 싯구에서 토로한 것처럼, 걷기가 글쓰기의 바탕이 된다는 로빈 자비스(Roobin Javis)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워즈워드의 시에는 여행자로서의 화자가 고난을 통해 위대한 영감이나 통찰을 얻게 되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예컨대 ‘거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 의 표현에서 산업사회의 급속한 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암시하고 있거나, ‘일상적인 삶의 음울한 교제’에서 시인 자신의 삶 또한 소외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사악한 입”(129)은 당시의 사회적 혼란을 대변하고, “그 당시의 내가 무엇이었는지 / 그려낼 수 없다”(76-77)는 싯구는 주변의 경치를 묘사하면서 인간의 의식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회화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일종의 메타포를 활용한 상상력의 발현이다.       

  에릭 홉스봄은 ‘아래로부터의 역사’와 역사학 방법론으로서 마르크스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의 시대』에서는 자본주의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 부르주아를 구별하는 특징이 단지 자율과 독립에 대한 욕구뿐만 아니라 지배에 대한 욕구라는 지적. 『혁명의 시대』에서 과학기술과 산업혁명, 산업혁명과 국가의 역할 등에 관하여 서술. 『제국의 시대』에서 식민지가 중요한 자본투자처였다거나 상품시장이었다는 주장에 갈음하여 제국주의 경재의 전략적 측면이나 심지어 열강의 권력 경쟁에는 특별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비합리적인 심리적 차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요컨대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의 이중혁명을 통해 탄생한 부르주아 체제는 하나의 역사적 현상이고, 언제가는 끝날 것이라는 것이다.

 특정한 정치적 형태로서의 민족국가의 형성에 해당 민족의 민족의식과 자본주의 사회구조가 필수적인 요건으로 작용한다. 민족주의 운동의 역사적 목적과 그것이 동원하는 문화적, 사실적 실천과 신념들은 지배집단이 다양한 계급들의 정치적 충성심을 확보하는데 동원되었다.여기에서 민족주의 의식은 다양한 사회계층과 상이한 장소를 대상으로 하여 불균등하고 비지속적으로 발현된다. 다만 경제적, 도덕적, 정치적 합의를 위한 사회적 이념적 통합은 협소한 경제적, 기업적 단계에서나 국가권력을 보유하는 계급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한 통합을 위해서는 다양한 표현방식을 통하여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여기에서 재현체계가 민족 집단의 형성과 싱징적 동일시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국민을 시민으로 전화시키는 과정으로 규정한다.

  워즈워스에게 있어서 시를 통하여 자아를 재현하는 일은 영국이라는 공동체를 재현하는 작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여기에서 국가는 통치구조를 구비한 현대적 의미의 국가는 아니고 국가기관에 의하여 유지되고 있는 조직체로서의 관념을 의미한다. 민족의 개념에 근사한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앤 자노비쯔(Anne Janowicz)는 『영국의 유적』(England's Ruins : Poetic Purpose and the National Landscape)에서 워즈워드가 자아를 쓰는 것이 국가를 대상으로 한 쓰기의 필수적인 서사 구조임을 밝히면서, 서곡에서 워즈워드가 소망한 것을 달성하였다고 한다. 제임스 엠 가렛(James M. Garrett) 또한 워즈워드와 국가쓰기』(Wordsworth and the Writing of the Nation)에서 “국가와 자아의 상호적인 형성은 그 시의 정점이다. 상상력과 그 상상력의 국가주의적 기능의 보상적 행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이를 강조하고 있다. 서곡에서의 “had Nature lodged / The soul, the imagination of the whole"(1805, ⅩⅢ, 64-5) 라는 시적 표현은 위의 주장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워즈워스에게 자연을 이야기하는 것은 국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1805년에 정점을 이루었다. 1805년 이후에는 희망, 의심의 순간, 불확실성, 실패 등이 구현되고 있다. 1805년 또는 1807년의 작품 중 국가를 대상으로 한 시의 역설적이거나 난해함이 돋보이고 있다. 그리고 시인이 자기 이미지 창출에 적극적이었던 1814년 내지 1820년에 공간된 작품에서 개정, 재배열, 재공간된 작품은 주체의 반성적 재현에 의하여 재-각인 또는 상위-각인되고 있다. 워즈워드로서는 국민 시를 쓰고 국민 시인이 되기 위하여 신중하고 수줍은 노력을 행한 매우 중대한 기간이라 할 것이다.

  워즈워스는 풍광을 조각하는 예술가의 힘을 믿고 있다. 그렇더라도 부와 권력이 보다 철저하게 토지를 변경할 수 있으며 주변 환경으로부터 이를 박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이상적인 국가관념과 계층의 분리와 경제적 힘에 관한 간과할 수 없는 차이 등에서 행복한 영국(Happy England)과 분리되고 이질적인 영국의 실재 사이의 간극이 노정되었다. 서정민요집과 1801년 내지 1802년에 발표된 시들은 그러한 간극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1811년 프랑스와의 전쟁의 와중에 그러한 비평은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국가적 위기에 봉착한 현실을 중시하여 새로운 국가적 시를 쓰고 이로써 위의 대립과 긴장을 조정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특히 Black Comb에서 국가에 대한 상이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국가의 영원한 미래에 대한 관점과 다른 하나는 지도를 작성함에 있어 지리학적 내용 외에는 어느 것도 용납하지 않아 지도작성을 잠재적으로 실패로 이끌었던 제한적이고 어두운 국가관이 그것이다. 예컨대 “the amplest range / Of unobstructed prospect may be seen / That British ground commands”(3-5) 등에서 그러한 내용을 간취할 수 있다. 그러한 구별을 전제로 워즈워드는 이상적인 국가관을 보이면서, 프랑스와의 전쟁을 목적으로 자기를 억제하는 그리고 유사한 섬나라와 연합하는, 추상적인 통일적 단체인 양 국가를 묘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국가주의 서사시 Thanksgiving Ode와 마찬가지로 조화되지 않은 지병적 사안들 때문에 관념화된 추상적 국가를 용해하는데 실패하였다. 그 결과 워즈워드는 상실할 위험이 있는 전체주의적 관념에서 후퇴하였다. 이러한 후퇴에는 두 아이의 죽음도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워즈워드의 국가에 대한 봉사는 지방의 특별한 그리고 추상적인 표현의 이론에 대한 해석을 의미한다. Anne Janowicz는 위의 경향을 자연주의 국가주의(naturalized nationalism)(133)라 명명하였다. 워즈워드는 상업주의적 그리고 정부주도주적인 런던의 체증하는 추상성과는 반대로 행동하기 위하여, 그 자신이 구상한 관념- 은닉처로써의 골짜기. 독립적인 소지주, 양치기들의 집단, 시골의 강, 풍경있는 탑, 작은 마을, 교회의 탑 등을 서술하였다. 이는 전체적인 체제와 부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워즈워스의 활동기간에서 전반부의 서정적인 시에서부터 정치적 이념을 좌표로 한 활동을 비롯하여 후반부의 시골환경을 대상으로 한 작품 전반에 걸쳐, 본고는 워즈워드의 시적 상상력의 변화의 추이에 관하여 전통적 기능과 새로운 시각 내지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트래브링 라이팅 일반의 이론과 그에 관한 담론의 기능을 워즈워스의 시에 적용할 때 양자는 그대로 부합하는가 혹은 이질적인 요소는 없는가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자아의 표현과 타자의 재현에 관한 논리가 워즈워스의 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에는 사이드(Edward Said)의 푸코적 담론분석방법과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사회진화론적 관점이 일정부분 유용하게 기여하고 있다.

  둘째, 낭만주의 여행담론의 초석을 마련한 워즈워드가 자신의 국가관을 그의 시에서 표현하는 기법 및 그러한 국가관의 변천과정에 관하여 검토하였다. 그러한 검토에서 워즈워드의 공동체에 대한 두 개의 관점 즉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접목 또는 교차하는 태양을 그의 작품에서 촘촘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셋째, 사이드가 『오리엔탈리즘』에서 정립한 “지식의 내용이 주위정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입론이 워즈워드에게도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았다. 워즈워스는 그의 트래블 라이팅에서 도시에서 시골을 아우르는 대상을 다루고 있으며, 실제로 그의 국가관의 형성과 묘사에 있어서 주위 정황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의 여행담론에서 도시환경 및 시골환경, 그리고 양자의 관계를 다루는 것은 유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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