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행일기#35] 사회 초년생은 누구나 흔들린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도종환 시인의 시구절입니다. 저 역시 지금 흔들리며 살고 있습니다. 제 부모님은 누구보다 돈 관리를 잘하고 계시지만, 사회 초년기 시절 자주 흔들리면서 단단해지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겪어보지 않아 한 번도 돈에 대해 진지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돈 때문에 생활고를 겪고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이제 돈이 인생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1인 가구가 되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입니다. 가까워서 통근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오래전부터 부모님에게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독립은 쉽고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독립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저는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어떻게 모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가계부를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불필요한 소비 충동에 휩싸이게 됩니다. 정작 나는 필요 없지만, 남들은 다 쓰는 멋진 헤드셋이 너무 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제 월급으로 헤드셋을 사면 생활비가 부족할 것 같았습니다. 순간 책상 서랍 구석에 넣어놓은 신용카드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3개월 할부를 통해 헤드셋을 구매했습니다. 나눠서 돈을 내면 되니 현명하게 잘 샀다고 만족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한번 사용하기 시작한 신용카드 할부는 출구가 없었습니다. 점점 비싼 물품을 오랫동안 할부로 긁게 되었고, 소비하기 전 망설이는 시간이 짧아졌으며, 매월 내야 하는 카드 금액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습니다. 몇달 지나지 않아 저는 카드 금액이 월급보다 많이 나온 것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자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살다간 혼자 돈 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당장 밥을 먹어야 하는데 통장 잔고가 없어서 그 밥을 신용카드로 긁어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정신을 차리고 경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경제 스터디에 들어가 경제신문을 스크랩하고, SNS를 통해 짠테크와 무지출 챌린지라는 것을 알게 되어 소비를 절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매일 만 보씩 걷고, 미라클 모닝을 하고, 퇴근 후에는 집에서 닭가슴살을 먹으며 식비를 절약했습니다. 성과금과 명절휴가비로 신용카드 빚을 다 갚자마자 카드를 가위로 잘라버렸습니다.
소비는 제가 두려워하는 존재이자 저를 우울하게 만드는 주범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제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한, 저와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것을 깨달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저는 경제 공부를 꼼꼼히 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어디까지가 올바른 소비인지 매일 고민합니다. 소비하면 우울해지는지 혹은 행복해지는지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성장 중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갓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처음 자취를 시작하고 돈을 벌기 시작한 청년이 완벽하게 다 잘 해내라는 법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여러분은 소비와 절약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