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무원 2화] 교행이 적성에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교육행정이라는 길을 준비하거나, 이미 걷고 있는 분들께 작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처음 이 길을 선택했을 때, 사실 저는 정말 무작정 뛰어들었어요. 대학교 3학년이 되면서 동기들이 대부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저 역시 안정적이라는 공무원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원래 교사가 꿈이었던 저는 단순하게 학교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면 괜찮겠다 싶어서 공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 무슨 업무를 하는지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취업 자체에 포커스를 맞췄고, 직장 생활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그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현실은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선생님들과 제 월급을 자꾸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4대 보험이 뭔지 연말정산이 뭔지도 모르는데 냅다 1월에 발령나서 발령나자마자 연말정산 서류를 받기 시작했었어요.
시설물 점검 나가고 수리 업체를 부르고 선생님들 업무 도와드리고… 저는 입사 초기에는 오히려 현타가 안왔습니다. 그럴 틈도 없이 바빴거든요. 여름엔 너무 더워서 에어컨이 자주 고장났고 장마철에는 늘 비가 새는 학교에서 근무했습니다. 50년 이상 된 학교 문서고에 가서 기록물 뒤져가면서 민원 접수하기도 하고… 이런 구체적인 업무들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업무들이었습니다.
저는 2년차까지도 바빠서 잡생각이 안들었는데, 3년차 때 조금 흔들렸습니다.
마음이 잘 맞지 않는 실장님 밑에서 일하면서 매일 눈치를 보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은 실수에도 쉽게 지적을 받았고, 그럴 때마다 '내가 부족한 걸까' 하는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위축되고, 하루하루 버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행정실에서 맡는 일은 생각보다 세세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많았습니다. 학교 회계는 꼼꼼함과 멀티플레이를 요구했고, 제가 맡은 급여 업무, 물품 구입 관리, 공문 작성 등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을 조용히 정리하고 처리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실장님과 제업무 스타일이 너무 달랐고 저는 그 부분이 큰 스트레스였죠.
차라리 인정 받는 중요한 업무들이면 모르겠는데 때로는 나 하나 없어도 학교는 너무 잘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장님은 예산 짜시고 계약 하시면서 중요한 일들을 하시는데, 제가 하는 업무는 너무 뭐랄까요, 중요하지도 않아 보였고 그런 부분이 가장 현타가 많이 왔던 것 같습니다. .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지금 맡고 있는 업무도 소중하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다음 발령은 교육청으로 가보려고 하는데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저는 청에서도 근무를 해보고 싶습니다. 안맞으면 다시 나오면 되니까요.
학교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담당하는 영역이 넓은 만큼 한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교육청은 부서별로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어, 하나의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죠. 저는 좀더 전문적인 사람이 되고 싶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을 선호하는 제 성향을 생각할 때, 조직적으로 체계가 잡혀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앞으로 몇 년은, 저에게 있어 경력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방향을 잡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제 웬만큼 차석이 하는 업무들까지는 오래 일해봐서 다 알기 때문에 다른 업무들도 해보고 싶습니다.
몇년 전에 잠시 방황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좋은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예전 힘들었던 시간을 통해 더 잘 알게 됐습니다.
혹시 지금 혼자서 버티고 있는 분이 있다면, 스스로를 탓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힘든 건 주무관님께서 부족해서가 아니라, 환경이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다른 사람 문제일 수도 있고요.
물론 그 기다림은 때로 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늘 주변 분들이 10년만 일하면 훨씬 좋을거라고 늘 말씀하시는데 그날이 언제 올지 까마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의 저에게 집중하면서 하루하루 일하는 저를 응원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은 조금만 더 자신을 믿고,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꽤 잘 해내고 있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