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사라졌어 놀랄 필요는 없어
가끔 사라지기도 해
어디로 갔는데?
등 뒤를 빠져나갔잖아
무조건 따라다닌다고 생각하지 마
그림자들이 모이는 술집에 갔겠지
주인대신 취하고 싶을 때 술집에 모여
시간을 보내게 되지
서로 한탄이나 하소연을 하면서
시커면 속을 보여주겠지
시커먼데 숨기는 게 하나도 없어
단 하나의 태도
때론 울기만 하는 그림자도 있지
주인은 그것도 모르고 잠을 자지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켤 때
등 뒤에 다시 달라붙는다는 걸 모르지
주인이 개운한 표정이면
그 사람만 빼고
그림자들은 다 알고 있지
밤새 그림자 하나가
오랫동안 묵혀둔 체증을
저 혼자 다 들어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