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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Aug 04. 2023

쌈의 의미

이희경



  비가 그치자 은행나무 안이 시끄럽다 언제 날아와 앉은 비둘기가 작은 새 한 마리 앉자마자 싸움을 건다 작은 깃털을 콕콕 찌르며 텃세를 부리는데 누구도 새 싸움을 말리지 못한다


  너와 나의 틈에는 몇 센티가 필요할까 의자가 서로의 거리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종이 한 장의 두께도 허락지 않아 벌어진 틈이 틈이 아닐 때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작은 새가 엉덩이를 들고 볼 것을 본다 그 아래를 지나던 여자의 어깨 위로 자석처럼 철썩 달려가 붙는다 앗! 순간적으로 

  무슨 수를 써야 한다 새가 지나는 시간을 알아보던지 우산을 쓰던지 아님 새들을 모아 배변 운동을 시켜야겠지 새똥에다 향기를 입힐 수는 없을까?


  집에 돌아온 여자는 식탁 모서리를 감싸고 있는 그에게서 집안 모서리가 둥그러져 부딪히는 후회를 줄이는 배후가 있었음을 감지한다 참 다행이야. 옷을 갈아입는다


  푸성귀 한 보따리 풀어 저녁을 차리면 한 쌈 두 쌈 한 입 가득 아까를 까맣게 잊은 눈물이 나오는데 여자로 말할 것 같으면 기대하시라 흘긴 눈으로 그를 훔치고


  남은 푸성귀를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는다 그것이 제일 오래간다 하기에 

  사랑은 그런 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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