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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회사에서 콩쥐가 되지 마세요

오늘도 직장에서는 주변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하여, 불합리한 고객, 상사, 선배들의 요구를 묵묵하게 견디어 내는 콩쥐들이 많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도, 자신이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호의에 만족하며 오늘도 콩쥐들은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면서, 못된 계모 같은 상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묵묵히 일을 합니다


그렇다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나서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나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자리마저 위험해질까 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신을 상사나 주변에서 칭찬해 주는 소리를 가끔 들으면 힘들었던 마음이 눈 녹듯이 풀립니다. 열심히 일한다, 잘한다, 우리 한테는 콩쥐밖에 없다는 소리를 들는 것이 참 보람됩니다.


자신이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가끔 상사가 하는 말을 떠올립니다. 나니까 당신한테 이 정도까지 잘해주는 거라는 그 말...


상사는 자신의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자신에게 시키고 있습니다. 점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일들을 하나둘씩 자신에게 넘기는데도 싫은 소리를 하기가 싫습니다.


그들과 갈등을 무릅쓰면서 내가 얻게 되는 이익보다는, 그냥 이를 감수하고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듣음으로써 얻는 평안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계모와 팥쥐 언니들이 놀면서 지내는 이유는 콩쥐가 있기 때문입니다. 콩쥐가 없는 집에서는 기존의 팥쥐 중에 하나가 콩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콩쥐가 도망가지 못하게 보이지 않게 막을뿐더러 여기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가끔은 도망가는 콩쥐들이 생깁니다. 갑자기 회사를 도망갑니다. 그런데 충분히 준비하고 선택한 결정이 아니고,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을 때 내린 결정이라 도망간 회사에서 다시 만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걸 본 팥쥐들은 이를 가지고 다른 콩쥐들에게 그것 보라고 말합니다. 


못된 상사 밑에는 항상 콩쥐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무능함이 마을에 드러나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콩쥐들을 밭으로 내몹니다. 작은 마을처럼 폐쇄적인 조직은 이런 사실이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사실 마을 촌장님이 농사를 지을 사람이 필요하니 모른 척하는 것입니다.


나쁜 마을의 촌장님들이 많은 팥쥐들을 만들어 내듯이, 오늘도 멍청한 경영자들이 못된 관리자들을 만들어 냅니다.

콩쥐가 해야 할 일은 열심히 농사를 짓는 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 누구의 도움 없이 밭을 갈고 논을 갈아엎을 수 있을 때까지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불합리한 점을 바꾸어 놓으라고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저 묵묵히 더욱 열심히 일을 한 결과로 다른 밭쥐들이 더욱 놀게 만드는 일을 멈춰야 합니다.


농사를 잘 짓 사람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는 마을을 찾아서 떠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단, 시기가 중요합니다. 열심히 새로 밭에 뿌릴 씨앗도 준비하고, 내가 쓸 농기구도 갈고닦아 놓고, 그리고 정말 가서 살아도 좋을 만큼의 마을인지 잘 알아봐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 마을에 가서도 콩쥐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콩쥐를 필요로 할 그때에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다음 콩쥐를 만들기 위해 팥쥐들이 싸우는 모습도 볼 수 있고, 가끔은 촌장에게 끌려가서 혼나는 못된 계모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도망치듯 떠나는 것보다 내가 팥쥐들을 압도할 때까지 버티면서 결국 그들이 다른 마을로 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매우 재미가 솔솔 합니다. 떠나야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입니다. 


그러나 그건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콩쥐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 지나고 나면 밭쥐도 못된 계모도, 촌장도 다 의미가 없습니다. 기억도 안 납니다. 콩쥐가 잘 배우고 잘 준비하고 그리고 행복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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