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루팡의 예고장을 받았다. 다가오는 월급날 내 통장에 든 돈을 가져가겠다는. 매일 달력에 엑스 표시해가며 내 월급날만 기다리는지 매월 어김없이 날아오는 카드대금청구서. 과거의 나에게 미래의 월급을 도적질 당한 것이다. 매월 받는 급여는 정해져 있는데 이번 달은 자동차보험료에, 차 수리비, 치과를 포함한 병원비, 경조사 등 피치 못할 지출이 많았던 것 같다. 순간 내 월급에 육박하는 숫자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 돈 걱정 없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돈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제 아무리 돈이 많다한들 불로장생은 살 수 없겠지만 백가지 걱정 중에 아흔여덟 가지는 해결될 것 같다. 일단 대출 갚고 부모님 호강도 시켜드리고, 애들이랑 좋은데 여행 가서 호사도 부리고, 소중한 이들에게 통 크게 선물도 하고.. 영원하진 않겠지만 잠깐의 행복은 충분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아닐까 잠시 망상에 빠졌다가 이내 줌인(zoom-in)으로 빠르게 현실로 돌아온다. 그래서 내가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거야?
행복에 대한 갈망은 마치 우주에 대한 동경과 같아서 밤하늘 아스라이 먼 수억 광년의 발치에서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그곳에 가 닿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은 내가 발 딛고 서있는 행성인 지구 역시 우주 속에 함께 살고 있는데도. 내가 존재하는 이상 단 한순간도 이 우주 속에 속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도.
성경 말씀 중에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이사야 61:1~11)'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받은 복들. 아침에 눈 뜨면 내가 챙겨야 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고,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고, 남의 편 아닌 언제나 내편인 남편님과 부모님이 내 곁에 계심이 감사한 매일이다.
돈이 많으면 더 잘 살 수(buy) 있겠지만,
돈이 좀 없어도 잘 살 수(live)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