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찰 아니고 경찰입니다

짭새 아니고 참수리거든요

by 지인

범죄 피해로 안타까운 생명을 떠나보내고 사건이 언론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어 공론화가 되면 가해자만큼이나 비난과 질책의 화살을 받는 우리 회사.

팔은 안으로 굽는 식의 제 식구 감싸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의문을 품을 것이다.

공권력을 가지고도 왜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는가?


결론이 흉악범죄인 것으로 판명이 났기에

역으로 문책을 당하는 상황에서

그 어떤 말도 핑곗거리 이상은 될 수 없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항변

''경찰관은 '법대로' 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민주경찰' 이 허울뿐인 말이 아닌 것이

실제로 법집행 체계의 핵심은 인권보호라고 할 정도로 큰 테두리 자체가 경찰이 위에서 시민을 억압하는 구조가 아닌, 곁에서 법질서를 수호하고 시민을 보호하는(시민에는 가해자도 포함) 수평적이고 절차법인 시스템이라서 만에 하나라도 무고한 시민에게 강제집행을 했을 경우 국가는 법집행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정당한 공무수행이었다고 해도,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흉기 난동을 피우는 여자가 있다.

당신은 출동 경찰관이고 전자충격기를 소지하고 있으며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제복 입은 당신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

이미 몇 사람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고 경찰출동으로 가해자는 더 흥분한 상태. 대치중인 당신을 노려보며 온갖 음담패설은 물론 당신의 가족까지 들먹이며 욕설과 자해행위까지 시도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

난동 피우는 상대를 당신이 최대한 침착하게 테이저로 제압한 상황이라고 치자.


긴급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추후 대상이 전자충격기를 눈에 맞아 실명했다거나

기절하며 쓰러지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흉기에 찔려 숨졌다면? 혹은 임산부였다면?


당신은 과잉진압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일선 경찰관서에는 관련 교양자료, 교육 배정 등 시정조치가 내려지고 심한 경우 당신은 홀로 징계위에 회부되어 고통받다가 파면당할 수도 있다.

적극적인 공무집행을 하다가 말이다.


그런데 의료 및 아동 등 전문가 소견이 필요한 사건이라면?

피해자가 어려서 직접 진술도 받을 수 없고

오직 신고내용에 의존해야 한다면?

설상가상 가해자는 자기 방어에 필요한 객관적인 증거서류들을 들이댄다면?


더구나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신고의 경우

신고를 했더라도 가족의 해체를 원치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이때 경찰이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서 범죄 입증을 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현장에서 신고자가 악의인 경우 경찰의 처지는 더욱 비참하다.

본인이 수천만 원의 부채를 지고 밤늦게 채권자가 찾아오면 주거침입으로 경찰을 부른다던지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술에 취한 손님의 술값, 택시비 등을 받기 위해 주취자가 소란을 피운다는 식으로 경찰을 부르는 경우도 실제로 허다했다. 상습 허위신고자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나 알고도 출동을 나간다. 어쨌거나 우리는 법대로 해야 되기 때문에.

신고자가 양치기 소년이라도 만에 하나 진짜 늑대가 나타난다면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기에.


경찰도 사람이다.

부모가 있고 처가 있고 남편이 있고 자식이 있는.

냉정히 말하면 경찰 개인으로서는 범인 한두 명 놓치는 것이 내 직장을 잃는 것보다 낫다.

여기서 남겨지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범죄피해자''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새에, 또는 개에 비유하더라.

견찰? 하.

그래 개라고 치고

너 물지도 말고, 짖지도 말고, 이빨 드러내지도 마.

근데 집은 잘 지켜야 돼.

털리면 알아서 해.

그 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독재정권처럼 공권력 아래 개인 인권을 두면 솔직히 일하기는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손들어! 해서 손 안 들면 쏴 죽여도 국가는 경찰 편.

그런 사회라면 여경이 혼자 가서 범인 체포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도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무분별한 분노, 비난보다는

무엇이 이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인지

사회 구성원이 마음을 모아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