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남편 번호를 스팸 번호로 등록할 뻔했다.

남편의 메시지 피싱

by 야초툰

최근 부쩍 늘어난 배달 주문으로 인해 살이 찐 돼지 두 명은 새해 또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주문하는 음식 비용을 미리 파악해서 줄이기 위해 가족 카드를 발급했다.


오직 이 카드는 음식을 주문할 때만 쓰기로 약속하고 배달 어플에 등록을 하였는데, 그때부터 이상한 아재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키가 주니 남편이었다.

연탄 불고기를 시키면 연탄이 없다며 문자를 보냈고 퐁당 미역국은 퐁당 미역이 빠졌다며 메시지 피싱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일전에 자신의 취침시간에 맞춰서 전화를 여러 번 한 복수를 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름 재밌기도 하고 내가 미리 주문한 음식을 기대하며 퇴근하는남편의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별말 없이 그냥 두고 있었는데, 점점 그의 수법은 메시지 피싱에서 보이스 피싱으로 진화했다.


문제는 그 수법이 진화한 시점이 오늘 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었다는 점이었다. 언니가 놀러와서 점심으로 오므라이스를 배달 주문을 시키고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음식 배달도착 시간이 되자 어김없이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감해진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언니는 남편 전화 왜 안 받냐고 자기 신경 쓰지 말고 받으라며 나를 재촉했다. 어쩔 수 없이 받아 든 전화기 넘어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주문하신 오물오물라이스가… 풋.. 푸.. 강풍으로 인해서 계란이 벗겨져서.. “

“미친…. 계란이 벗겨지긴 무슨!!!”

“푸흐흐 배달이 어려울 것 같아서 전화드렸어 푸하하 하하하하하 “


자신이 친 드립이 마음에 들었는데 말도 끝맺지도 못하고 웃음이 터진 키가 주니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가 어찌나 컸던 지 옆에 앉아있던 언니한테도 들리기 시작했다. 멋쩍어진 나는 남편에게 그만 전화를 끊자고 통보했다.


“야 언니 왔어 그만 끊어 징짜!! 못 살아”


황급히 전화를 끊은 나를 보던 언니는 그 이유를 물었고 나는 얼굴이 발게져서 대답했다.


“키가 주니가 우리가 시킨 오므라이스가 강풍으로 인해 계란이 벗겨져서 배달이 어렵데…”

“우리가 뭐 시킨 지 키가 주니가 어떻게 알아?”

“가족카드로 결제하거든… 이걸 바꾸든지 해야지.. 이런 전화를 언제까지 받아줘야 해?”

“왜 완전 귀여운데…ㅎㅎㅎ”

“우이씨.. “

언니가 집에 돌아가고 남편 번호를 스팸처리를 해야 하나 핸드폰을 들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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