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소문을 부른다.

OMG

by 야초툰

당신은 이 호텔에 재방문할 의사가 있습니까?

★★★★★

2PM의 노래처럼 우리는 10점 만점에 만점을 꿈꾼다. 그러나 매달 지나지 않아 그 꿈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설문지를 받고 깨닫게 된다.


이번 달도 역시 여느 때처럼 보통이요 3점이 우수수 떨어졌고, 나는 평상시처럼 그 설문지를 읽지도 않고 일단 반성문으로 시작하는 관련 회의 준비 파일부터 열었다. 그 파일에는 이미 저번에 적고 지지난번 회의에서 적은 문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다음번에는 직원들을 잘 교육해서...”


물론 나도 손님들을 이해한다. 나 역시 식당에 가도 5점은 내가 주기엔 과분한 점수 같았고 2점은 나름 만족했는데 점수를 적게 준 것 같은 마음에 보통이요 3점을 체크하고 나오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매번 회의마다 총지배인은 '이게 문화라고 하는데 이런 문화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보여 주는 게 진정한 호텔리어 서비스 정신이라 회의 시간마다 침을 튀기면서 연설했다. 그런 그였지만 어차피 그도 다른 경쟁 호텔에서 '문화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받았어도 만약 그가 설문지를 받게 된다면 1점을 줄 거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부정 평가를 방지하고자 호텔 만족도 설문지는 무작위로 손님을 선택해서 발신되었고, 그리고 그들이 퇴실 후 일주일이 지나면 호텔은 손님들의 답변을 받기 시작한다. 그렇게 매달 공포의 일주일을 보내다 보니 점점 위에서 쌓인 노하우가 전수되기 시작했다.


경력직 선배님들은 늘 말했다.


“피할 수 없으면 감춰라!”


어차피 늘 사건은 생기고, 누구에게나 스치듯 상처를 남기는 법. 그러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낸 상처를 반창고로 라도 숨겨야 했기에 선배들은 손님들의 이메일 주소를 예약 시스템 곳곳에 숨겼다. 그리고 선배들은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불상사를 대비해 반창고와 같은 우리들만의 보이는 암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원을 알 수 없는 암호의 규칙들이 입에서 입으로 타고 내려와 손님의 예약을 받을 때 뜨는 직원끼리의 비밀 메시지를 보게 된다면 자칭 수사관이 되어 용의 선상에 몇 명을 올려보는 탐정 놀이도 하곤 했다. 오늘 아침에도 한 건이 수사상에 올랐다.


8.MAY.15/IS/SOS-손님 이메일/나 화났다@다음번엔. COM//더블 체크인 발생 사과의 의미로 와인과 과일을 올려드렸지만, 본사에 메일 쓰신다고 함.

암호 해독 코드


*8 MAY. 15-사건 발생 날짜 2015년 5월 8일


*IS : 용의자 직원의 이니셜을 쓰는 칸이었다.


*S0S-사건 발생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더블 체크인: 직원의 실수로 같은 방에 두 명의 손님을 같이 배정함


해당 이니셜 직원을 몇 명 떠올리다가 유력한 용의자가 특정되는 순간 다시 창을 닫았다. 그러나 이러한 치밀한 조치에도 늘 문제는 발생하였고 어김없이 1점 또는 0점의 점수가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호텔 투숙률이 높았던 날에는 그날 뒤에 올 폭풍우와 같은 설문지를 우리는 떨리는 두 손 모아 ‘제발 내가 쉬는 날에 오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곤 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누구든지 걸리기만 해!! 가만 안 둬!! 하지만 여지없이 설문지 결과가 돌아왔고, 이번에는 조금 긴 반성문이 필요해 보였다.


“당신은 이 호텔에 재방문할 의사가 있습니까?”


☆0점


요청사항 : 호텔에서 직접 해명 전화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호텔에 투숙 예약하지도 않았는데, 노쇼 위약금이 청구되었어요.

저는 이 호텔에 멤버십 회원인데 어떻게 연락하지도 않고 청구할 수가 있죠?


처음에 나는 이 요청사항을 보고 잘못 읽었나 몇 번을 다시 읽었다. 왜냐면 절대 말이 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손님이 예약을 한 뒤 예약 하루 전까지 예약 취소 변경 없이 호텔 투숙하지 않으면 1박의 위약금을 청구한다. 그렇지만 손님 사인 없이 결제라는 것은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에 우리 부서에서는 위약금 청구 전에 손님에게 전화해서 위약금 청구 금액을 안내하고 안내 메일을 보낸 후 결제하곤 했기에 호텔에서 연락받지 못한 채 위약금이 결제되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손님 이름과 투숙 일을 검색해 봤더니, 두 달 전에 우리 호텔에 투숙한 기록 외에 최근 투숙 기록은 없었다. 때마침 프런트 당직 지배인이 전화했다.


“야 허사원 너 그 답변 봤어?”

“아.. 네..”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요 확인해 봐야죠”

“그런데 너 그거 알지? 그 손님 엄청 유명해! 호텔 연회원 관리팀에서 그 손님은 연 회원권 연장 신청 안 받는 데 하도 항의 많이 하고 다녀서 “

“아... 그래.. 그 손님이구나”


당직 지배인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신나게 '깔깔깔' 웃으며 해결되면 자기한테 메일로 보내달라는 말만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역시 그도 나만 아니면 된다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이 들자 동지애에 이가 바득바득 갈렸다. 심지어 호텔에 회원 관리과에서 연 회원권 연장을 권유 안 할 정도면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었다. 적어도 1시간 이상의 통화가 불 보듯 뻔했다. 나는 가만히 시계를 쳐다봤다. 오전 11시였다. 그래 지금 전화하면 어차피 밥을 못 먹을 테니 밥을 먹고 와서 전화하기로 했다.


오후 2시 그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녀의 통화 연결음은 기가 막히게도 2PM –Heartbeat '캔유 필 마이 하트비트 / 내 심장 소리가 들리니?~'라는 노래가 내 귀를 타고 들려왔다. 지금 내 심정을 대변하는 가사들이 이어지더니 교양을 갖춘 듯한 앙칼진 50대 여성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네~”


“안녕하십니까? 특급호텔에 허 사원이라고 하는데요 고객님 혹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의 이야기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뱉어내는 그녀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펜을 들고 적다가 갑자기 들린 한 단어에 멈췄다.


‘하와이’


“아니 나는 영수증에 찍힌 호텔명만 보고 이 호텔인 줄 알았는데 하와이 호텔에서 청구한 거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녀는 하와이에 있는 GRAND FOREVER FIVE HOTEL에서 청구한 위약금이 우리 호텔에서 청구한 금액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소 황당한 이유에 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은 기분에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러셨어요. 많이 속상하셨겠네요. 그럼 저희 호텔에서 더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라며 전화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채며 언성을 높여서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서 같은 호텔 직원끼리 잘 이야기를 해주면 안 돼요? 나는 영어도 못하고... 심지어 그때 내가 그 호텔 예약한 걸 깜빡하고 하와이에 있는 다른 호텔에 같은 날짜에 투숙했단 말이에요 보내 달라고 하면 그 호텔 투숙 영수증을 보내줄 수 있어요! “


“아 그럼 그 호텔도 저희와 같은 브랜드 호텔인가요?”


*간혹 같은 호텔 브랜드에 같은 날짜에 투숙하면 위약금을 면제해주기도 했었다.


“아니요.. 거기는 타 브랜드 호텔인데..”


“글쎄요 그러면 저희가..”


그때부터였다. 그녀는 갑자기 떼를 쓰는 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자기가 우리 호텔의 중요한 고객이며, 회원권을 5년 넘게 재등록하면서 호텔에 가져다준 매출이 얼마며 다른 사람에게도 얼마나 자기가 소개를 하고 다니는지 가입한 회원도 꽤 된다며 하와이 호텔에 전화를 해달라며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영어를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전화했겠지만 말도 안 통하는 해외라서 못한다며 내가 해준다고 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겠다고 본격적으로 생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녀는 다년간의 경험에서 한국 호텔에서는 '우기면 장땡'이라는 기술을 이미 터득한 듯 보였다.


그래서 해외호텔에서 결제된 것을 알았음에 두 달 전에 투숙했던 호텔의 만족 설문지를 굳이 열어서 그렇게 남겼겠지 그리곤 ‘이렇게 우겨보자 호텔 직원끼리 부탁하는 게 손님이 부탁하는 것보다 더 먹힐 것’이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방문에 미끼를 던져 방으로 나를 들어오게 했고 그리고 그곳에는 ‘당신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밖에는 절대 못 나감 ‘이라는 메시지가 남겨 있었다. 걸렸다. 걸리고야 말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와의 전화를 끊고 하와이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


‘링링링링’


하와이는 오후 11시


밤 교대를 막 시작한 시간이었다.


“알로하! 저는 고객 서비스 센터 에드워드라고 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래서 네가 가라 하와이! 하는 거지' 하와이 특유에 밝고 경쾌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 직원이 대표전화를 받았다. 그의 한마디에 나는 마치 하와이에서 환영받았다는 생각과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에 나는 그 손님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아 손님이 너희 호텔에서 청구된 위약금 관련 문의를 우리 호텔에 해서 전화했어!"


"오! 그래? 하하하 오키오키 손님 성함이 뭔데?"


그렇게 밝았던 직원의 목소리는 그 손님의 이름을 말하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


우리 사이에 몇 분의 정적이 흘렀을까? 에드워드는 자신이 해줄 일은 없고, 당직 지배인에게 이야기해 보라며 전화를 연결해 준다고 했다. 아마 그 침묵 사이에 에드워드가 찾은 손님의 비밀 메시지에는 이 손님 관련 문의는 절대 응대하지 말고, 당직 지배인에게 연결해요!!라는 암호가 남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에드워드는 손님 이름만 댔는데 바로 알았을까? 이것이 그들의 하와이 서비스의 속도 인가? 나는 그들의 속도에 감탄하고 있었을 때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의 당직 지배인 캘리가 전화를 넘겨받았다.


그녀는 분명 에드워드에게 보고를 받았을 테지만 다시 나에게 전화를 건 이유를 물었다. 이에 나는 ‘역시 매니저란 직원의 말을 바로 믿지 않고 자신의 귀로 직접 들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직원을 믿어서 벌어진 여러 참극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초보 신입사원이 아니다. 능력이 진화되었음을 보여주리라 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같은 매니저끼리 이런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알지?”라며 매니저인 척 말을 시작했다. 그리곤 최대한 불쌍하게 내가 얼마나 그 손님 때문에 힘든지를 20분 넘게 호소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안돼” 너무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다시 한번 부탁을 했다.


“그녀가 우리 호텔에 VIP라서 어떻게 안 될까?”


라고 물었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그게 우리 호텔과 무슨 상관이야?”


단호한 캘리의 대답에 처음 자신감 넘치던 나의 모습은 어느덧 사라지고 조금씩 비굴하게 말끝까지 흐리게 되었다.


“아니.. 나도 호텔 규칙은 아는데... 부탁할게 어떻게 안될까? 응? 나도 이 일을 총지배인한테 보고를 해야 돼서...”


마지막 총지배인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손님한테 하와이에 있는 당직 지배인 캘리가 '손님이 실수를 했고, 손님은 그에 상응하는 값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 너네 총지배인한테도 그렇게 보고해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럼 총지배인은 나에게 말하겠지 '0점을 해결 못한 허사원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겠다'라고....


예약실-허사원

인사평가 0점 - 문제 해결 능력 빵점!!!

by 총지배인


그리고 손님 또한 호텔 서비스에 대한 점수가 개인을 향한 악플로 변해 메일에 가득 쌓이겠지 아찔했다. 어쩌면 총지배인이 말한 문화의 차이가 만든 유리벽이 그녀와 나 사이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유리벽 너머에 그녀가 부러웠다. 손님한테 '당신이 잘못하셨잖아요! 그럼 받아들이세요!' 라며 당당하게 말하라는 그녀가 말이다.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기나 했나? 생각해 보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손님의 잘못에도 '아니요. 제가 잘못 들었나 봅니다' 거나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 나에게 손님에게 전화해 당신이 잘못하셨잖아요라고 말하라니!! 나는 이 일에 대한 막막함에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걱정을 한숨으로 “후유”하고 내뱉고 말았다. 그런 내 한숨을 들었는지 그녀가 대뜸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너네 호텔일도 아니잖아?”라고 묻는 게 아닌가? ‘손님을 위해서...’라고 말하려다가 그래도 같은 직원끼리니까 솔직해지고 싶어졌다. 솔직히 이 모든 건 손님이 아닌 나를 위해서였다. 얼마 후에 있을 호텔 만족도 보고 회의에서 ‘죄송합니다’가 아닌 한번이라도 '제가 이 0점을 해결했다.'라고 쓰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나는 조금 주저하다가 모르겠다 그냥 솔직하자 라는 생각으로 뇌를 거치지 않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 그래.. 솔직히 이 손님이 호텔 만족도 조사를 0점을 줬고, 내가 그에 관련 회의를 다음 주에 해야 해”


“아!! 너네 부서가 그럼 0점을 받은 거야 맙소사!!”


그녀는 0점이라는 말에 처음으로 박수를 치며 웃기 시작했다. 캘리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0점이 주는 파장에 대해서 그리고 총지배인이 그 위에 윗선에게 보고를 하기 위한 0점을 뒤집을 감동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말이다. 이제는 너의 그 행동들이 이해된다며 그녀는 갑자기 다정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야 그런 거라면 미리 말했어야지 세상에 0점이라니!!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네가 하와이 호텔에 정중히 부탁을 했고 너의 그 부탁에 감동을 받은 담당 매니저가 원래는 안 되는 건데 총지배인과 확인 후에 직접 손님과 통화하기로 했다고! 직원을 감동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적어!"


캘리의 스토리 라인은 사뭇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손님이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그녀에게 주저하며 말했다.


“아니 그 손님은 영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너네랑 통화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호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야 우리 한국인 직원 있어!! 헤이 컴온!! 여기 하와이야 한국인들이 신혼여행으로 가장 많이 오는 곳이잖아!”


'아차! 심지어 최근 결혼한 줄리 주임도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갔었다!!' 그때 내 기분은 마치 차가운 유리벽을 깨려고 작은 짱돌들을 열심히 던지다 지쳐서 그 유리벽을 가만히 쳐다보는데 그 문 앞에 초라한 내가 서 있었다.


'한국인 직원이 있었다니...'


그리고 그 벽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


"문은 열려있는데 왜 깨고 들어오려고 했어?"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들리는 건 해맑게 웃는 캘리의 웃음소리


'깔깔깔깔'


그렇게 유리문이 열려서였을까? 그제야 그녀는 나에게 유독 차가웠던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손님의 예약 건으로 자기 호텔에 전화한 직원이 내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그 손님의 이야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니 처음에는 날씨 때문에 비행기 결항되었다고 해서 항공편이라 결항된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어. 나도 웬만해서는 환불을 해주려고 총지배인에게 보고까지 했었어. 그런데 보내주지 않고, 다시 다른 호텔 직원을 통해 이번에는 본인이 아파서 비행기를 못 탔다고 하지 않나 마지막 통화가 머였더라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못 왔다는 거야. 계속 달라지는 이유도 이유지만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점점 괘씸해 진거야”


“사실은 부끄럽지만 한국에는 우기면 되는 게 많거든”


“그래 나도 한국 직원한테 들었어 너도 많이 힘들겠구나”


“응 그래서 말인데.. 혹시 거기 내 자리 없니? 나도 말해보고 싶다 '손님 잘못입니다' 그거 한 번만 말하면 안 되겠니?”


“깔깔깔깔 그래그래 우리도 이렇게 바뀐 지 얼마 안 됐어 총지배인 덕분이지 머.. 총지배인은 무조건 직원 편이거든! 직원이 '손님이 잘못해서'라고 보고 하면 쿨하게 오케이 하셔"


“그런 총지배인이 있어? 너네 총지배인 혹시 유니콘 아니니?”


라며 그렇게 나는 우스개 소리를 했고 그녀는 나에게 자리가 나면 꼭 알려준다고 말했지만 그 뒤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나는 연락이 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호텔이라면 빈자리가 날 리가 없지 유니콘... 나도 만나보고 싶다.'


그렇게 나는 그렇게 차갑던 유리문을 열었고, 서로 다른 세계를 가진 두 사람이 전화기를 통해 이어졌음을 느꼈다.


어쩌면 문화의 차이라는 게 뛰어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때 자연스럽게 열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열린 호텔 만족도 회의에서 이번에는 반성문이 아닌 보고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 하와이 호텔에 한국인 직원이 있었고 그 직원이 손님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위약금 청구는 환불이 어렵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허사원이라는 직원이 너무 간곡히 부탁해서 다음번에 손님이 그 호텔에 방문한다면 클럽 객실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고 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총지배인은 이번에는 자기도 반성문이 아닌 타 호텔에 책임을 전가하는 보고서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옅은 미소를 보였다. 당당하게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나에게 유리선배가 씩 웃으면서 귓속말을 했다.


“야 너 준이랑 사귄다며?”

“뭐?.. 뭐?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어제 준이가 술 마시면서 다 이야기했는데 너네 혹시 결혼하게 되면 언니가 소개해 준 거니까 명품백 사줘야 하는 거 알지?”

“미친...”


유리선배가 알았다면 호텔 사람들이 아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호텔 내에서 소문이 나면 그 사람 이마에 인두가 찍힌 것처럼 누구의 여자친구 헤어지면 누구의 전 여자친구로 불릴게 분명했다. 나와 상의 없이 유리선배에게 말한 남자친구에게 따졌지만 그는 웃으며 어차피 결혼할 건데 소문이 무슨 상관이냐며 되물었다. 이 소문이 어떤 소문으로 결론 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며 웃는 그의 얼굴에 혹시 일부러?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과연 나의 과민반응이었을까? 그 소문의 끝이 나와 대화를 나누던 캘리처럼 해피엔딩이 될지 아니면 전화하면서 우겼지만 결국 환불을 받지 못 한 손님처럼 새드엔딩이 될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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