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회인가? 송별회인가?

인싸의 파티장

by 야초툰

유리선배가 홍보부서로 부서 이직을 확정받고, 우리 부서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날 타 부서와 함께 송별회를 하기로 했다. 호텔 내에 핵인싸라는 직책에 걸맞게 여러 부서에서 많은 남자 직원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주꾸미 집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고, 유리 선배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이렇게 저의 송별회에 와 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사실 송별회라고 하기엔 그렇죠 바로 예약실에서 옆 사무실인 홍보 부서로 옮기는 건데 말이죠. 아무튼 그동안 저와 일한 저희 예약실 부서 직원들과 여기 와주신 모든 분들 복 받으실 거예요”


그녀의 대사에 모인 사람들의 환호성이 쏟아졌고, 나는 주꾸미 집에 앉은 주꾸미처럼 구석에서 조용히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유리선배가 빈자리가 없다며 팔짱을 끼며 끌고 온 남자직원이 내 앞에 앉았다. 빨간색 티셔츠에 190이 넘어 보이는 훤칠한 키에 쌍꺼풀 없는 남자 직원이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낯을 가리는 나를 위해 유리 선배는 그 남자 직원을 나에게 소개했다.


“야 너는 무슨 술을 혼자 마셔 이분이랑 같이 마셔 이분은 우리 호텔 컨시어지에서 일하는 준이라는 분이야 인사해!”


“아.. 안.. 녕하세요..”


내가 말을 더듬으며 어색하게 인사하자, 준이라는 분도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송준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연이라고 해요 영어이름은 수라고 하고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 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근하셨죠?”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랑 손님 픽업 전화요청 하면서 많이 통화했었는데 목소리 듣고 나이가 많으신 분인 줄 알았어요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라고 할까?”

“아... 네..”


갑자기 혼술 분위기에서 소개팅 분위기가 된 자리가 불편해져서 나는 조금만 앉았다가 나가려고 했지만 이를 눈치챈 유리선배는 굳이 내 옆에 앉아서 대화를 이어갔다.


“뭘 그렇게 좋게 말해? 또 얘가 싸가지 없이 빨리 손님 픽업해 달라고 한 거 아니야? 연륜은 개뿔”

“나 안 그랬어! 다른 부서 직원들한테는 친절하려고 해!”

“친절은 무슨... 가식이겠지..”

“우이씨!”


투닥투닥 싸우는 유리선배와 나의 모습을 보고 준이라는 사람을 시트콤 같다며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술을 마시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유리선배는 대뜸 엉뚱한 말을 했다.


“준이 너 얘 지나가다 본 적 없지? 아마 없을 거야 무슨 출근하면 사무실 직원식당 사무실 밖에 돌아다니지 않는 유령 같은 애라니까”


유령 같다는 말에 나는 발끈해서 소리를 질렀다.


“무슨... 직원 휴게소도 가!”

“그게 회사생활이냐? 회사 사람들이랑도 어울려야지 내가 이제 예약실에서 나가면 말 걸어줄 사람도 없을 텐데 준 씨 부탁 좀 할게요 얘가 워낙 숫기가 없어서 친한 사람도 없으니까 앞으로 통화할 때나 그럴 때 좀 잘 챙겨주세요 무슨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서 원!”

“뭐 나 이제 스물여덟 살이야 아이는 아니야!”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나에게 유리 선배는 조용히 귓속말로 말했다.

“야 이미지 관리 좀 해 언니가 이렇게 밀어주는데.. 너한테 송준 씨 연락처 보냈으니까 잘해봐!”

“뭐래?!”


하며 나는 선배를 밀쳤고 유리선배는 실실 웃으면서 다른 테이블에 술을 따르러 갔다. 그렇게 유리 선배가 자리를 떠나니 어색해진 나는 남은 주꾸미를 밥 위에 비벼서 먹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유심히 보던 송준은 나지막이 나에게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알게 된 송준 씨와는 계속 오고 가는 통화 속에 사랑이 싹트게 되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가 나의 남자친구가 되었다. 나는 그와 사귀기로 하면서 그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유리 선배에게만은 알리지 말아! 그녀가 알면 호텔 전체가 알게 될 것이니”


그는 고개를 끄떡였지만, 다소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심지어 다른 사람에 비해 유독 튀어나온 그의 입술이 매우 불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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