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프롤로그
"더러운 사람과 더 더러운 사람이 만나면 결국 덜 더러운 사람이 치우게 된다"라며 한마디로 결혼생활을 정의하는 말이 있다. 나는 결국 파국을 불러올 것 같은 그 표현 대신해 우리의 결혼 생활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게으른 사람만이
더 게으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
마치 우리는 서로의 게으름을 첫눈에 알아본 것처럼 결혼을 한 후에도 각자가 만든 게으름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서로가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다는 걸 알고 있었고 결국 서로에게 내뱉었던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기보다는 암묵적인 침묵을, 서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갔다. 그게 아마도 진정한 부부의 모습이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남편이 벗어놓은 뱀의 허물 길을 보며 내일의 그의 행동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아.. 이 인간이.. 내일은 양말부터 신으려고 이렇게 벗어났구나"
퇴근한 남편은 밤 12시까지 피사의 탑처럼 내가 쌓아 높은 설거지통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 이 여자가 설거지를 몰아서 하려나 보네.."
그리고 만약 우리 중 누군가가 아주 조금 남은 치약을 발견한다면 “이 치약을 마지막 사람에 쓰는 사람은 내가 아닌 너 여야해."라고 외치며 안 나오는 치약을 짜고 꽈배기처럼 비틀어 결국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자신에게 머리를 숙이며 버리게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서로의 행동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게으르다는 왕관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덜 게으른 사람이 결국 더 움직이게 된다.라는 잔인한 결말에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마치 스. 우. 파. 를 뛰어넘는 눈치 싸움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며 살고 있다.
그렇게 방관과 이해로 입을 꾹 닫고 세월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서로를 위한 방법을 찾게 되었다. 만약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영화로 찍는다면 아마도 그 제목은 ‘게으른 그대들이여 그럼 이제 어떻게 좀 더 게으르게 살 수 있을 것인가?‘일 것이다.
*매주 월요일 오늘 하루도 게으르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부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예고)
Q. 남편/아내가 옷을 계속 바닥에다 허물처럼 벗어던져놔요.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
'옷을 바닥에 벗어 허물처럼 늘어놓는 행위' 란?
: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자주 등짝을 맞는 레퍼토리 중 하나. 그리고 결국 어릴 때부터 몸에 세포들이 기억해 결국 어른이가 되어서도, 퇴근하고 옷방에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움찔하며 마치 발에 동상이 걸린 것처럼 무겁고 멀게만 느껴지게 되어 버리게 만든다. 즉 한번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중독성을 가진 행위.
A. 물론, 우리만의 방법이 있다. 게을렀던 나와 남편이 자주 했던 행동이었고, 결국 옷들의 무덤 즉, 무한 증식의 섬을 만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매번 빨랫감을 찾기 위해 이 섬, 저 섬을 등정해야 했다는 점이었다. 결국, 남편과 나는 흩어져 있던 보물섬들을 한 군데에 모을 방법을 생각하는데....
To be Continued...
보너스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