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면접부터 이상했다.

더 메모리 회사와의 첫인상

by 야초툰

사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건 기적이었다. 첫 만남부터 온몸을 땀으로 젖게 만든 회사였으니까. 면접 첫날, 면접 장소라고 도착한 건물에는 임대 문의라는 빨간 글자가 덕지덕지 붙여 있었다. 이 건물이 맞나 건물 위쪽을 쳐다보니 건물 5층 짜리 건물에 4층 한 사무실만 불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곳이 지금 내가 향하는 곳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올라가기도 선뜻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는데 달랑 한 개 있는 엘리베이터마저 고장 나 있었다.


4층이 그 죽음의 4인가? 심지어 힘들게 4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왔더니, 땀에 절여진 검은색 정장에서 불쾌한 냄새마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면접 망한 것 같은데...'


그냥 집에 갈까도 생각한 찰나 이를 눈치챈 것처럼 저 멀리서 사무실 문이 삐꺽 대며 열렸다. 임대 문의가 가득 붙인 건물이라 그런지 문을 여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크게 들렸다. 머리에 까치집을 한 아저씨가 삼색 슬리퍼를 끌며 순간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며칠 감지 않아 보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오늘이었나? 면접 날이?"


가재 눈으로 흘겨봐도 사장님이 폭삭 망했어요를 걸어둔 속옷 가게 주인 같은 모습의 아저씨는 자신이 이 건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더 메모리 회사의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장이긴 한데 그냥 뭐 김 씨라고 불러요"


당신이 사장? 검은색 그을린 피부에 면도를 며칠 하지 않아서 턱 여러 곳 수세미처럼 삐쭉 나온 수염에 신입직원을 뽑는데 80년대 고등학생들이 입고 다녔을 법한 검은색 운동복 바지에 회색 후드티라니, 당장이라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 마저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아 이 옷이요? 원래는 더 멋지게 입고 있는데,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어쩔 수 없었어요."


딱 들어도 거짓말이었다. 보일러는 무슨 한 여름에 보일러 트는 사람 있나요? 심지어 김 사장의 안경에 습기가 가득 고여 있었다. 저렇게 두꺼운 후드티를 입고 있으면서 보일러 고장이라니. 아마 곧 망하거나 이미 망했거나 둘 중 하나는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내가 계속 입술을 깨물며 망설이는 건 이곳에서는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모른 채 일할 수 있다는 이회사의 근무조건 때문이었다. 터져 나오는 심장소리에 한숨을 들이쉬며 더 메모리 회사로 안내하는 김 사장의 손짓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김사장은 자신의 사무실에 놓인 갈색 소파에 나를 앉히며 흐르는 땀을 대충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우리 회사 면접이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심플해요. 지금 제가 묻는 질문에 대답하면 되는데 다들 대답을 잘 못하더라고 아쉽게도. 남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키기 싫어한다고 해야 하나?"

"네..."

그는 나를 슬쩍 떠보는 것처럼 눈을 힐끔거렸다. 무슨 질문을 하려고 저렇게 뜸 들이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그는 헛기침을 몇 번 뱉더니 질문을 했다.


"흠흠.. 그러니까 수연 씨를 가장 당신을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그게 언제였나요? 어떤 기억이었죠?"

생각보다 단순한 그의 질문에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아마도 그건... 제가 숨을 쉬고 있는 모든 순간입니다..”


나의 그 대답에 사장은 빠르게 자기 손에 들린 커피 자국으로 얼룩진 이력서를 처음 보는 듯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사원에서 초고속 이사에 대기업 전략 기획실 근무라…."


남들은 꿈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회사, 그럴듯한 직함이었지만 막상 내가 직면한 현실은 곰팡이가 가득 핀 커피잔이 가득한 사무실 안 고립, 그게 내 회사 생활이었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 소리는 "수고했어"가 아닌

"그래서 확실해? 책임질 수 있어?"뿐이었다.

승진을 하면 할수록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나 자신을 괴롭힘이었고, 매일이 뜨겁게 달군 철판 위를 네 발로 기어서 오르는 기분이었다. 철판의 온도가 다를 뿐, 매일 뜨겁기는 매한가지인 그런 느낌. 뜨거운 건 그나마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져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일 참을 수 없었던 남에게 막말을 마구 쏟아내야 하는 염병할 인간이 되어간다는 것이었다. 인간 혐오 그 자체.


"아니 박 팀장님! 이번 달에 이렇게 하신다고 했잖아요. 왜 못하셨죠?"

"시장 수요가 좋지 않고, 신규 경쟁자들이 많이 입찰해서…."

"매일 같은 변명 같은 이유, 그럼, 저희는 매달 손해를 봐야겠네요? 그럼 저는 주 회장님에게 이번 달도 매출 달성을 못 하고 내년도 내후년도 못한다고 말하면 되나요?"

"그러면 안 되죠. 정말…. 이사님 저희가 어떻게든 방법을. 염병…. 아니 이사님이 염병이 아니라. 제가 "


세일즈 팀장년, 앞에서는 매일 나에게 굽신되더니, 화장실에서 얼마나 나를 염병한다고 말했으면 회의 시간에 저렇게 익숙하게 염병이라는 말을 뱉을 수 있을까? 싸늘해진 내 생각이 비집고 나온듯한 얼어붙은 회의 분위기에 아무도 말을 못 한 채 결국 회의는 끝났다.


그 이후로도 매번 똑같은 그들의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나는 지쳐갔다. 그리고 점점 주 회장님께 보내는 판매 하락 분석 보고서에 매출 하락 이유가 블랙버스터 영화를 뺨치게 되었을 무렵, 갑작스러운 이메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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