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학교 앞 떡볶이집을 그냥 지나갈 수 있을까?

기억의 편집자

by 야초툰

"모리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모리의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확인사살은 하고 싶었다. 모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당신이 생각한 그대로예요."


아무리 딥페이크를 썼다 해도 저 발걸음 와 숨소리 게다가 저 익숙한 빨간 국물까지 역량 없이 나였다.


"아니 내가 왜 연쇄 살인마야? 그리고 내가 언제 내 기억을 판다고 했어?"


연쇄살인마라니. 다소 흥분해서 목소리가 크게 밖에까지 울렸다. 우리 밖에 없는 사무실에서 복도까지 내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되돌아왔다. 모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니 우리 둘 밖에 없는데 소리 지르지 않아도 다 들려요. 그리고 약속했잖아요. 분명 얼마 전에. 차란 씨의 기억의 결말까지 저에게 팔겠다고 말이에요. 제가 기억하기엔 그다음 날이 수연 씨의 휴무일이었고."

"집에서 하루 종일 청소를 했지. 하지만 연쇄 살인마라는 건 거짓말이야. 난 누구도 살인하지 않았어!"


말을 뱉고 나니 순간, 두려워졌다. 혹시 입사할 때 모리가 가져간 내 소중한 기억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었다면 만약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거라면 어쩌지? 불안감에 말라버린 입술에 간신히 붙어있는 입술 각질을 질끈 뜯으며 물었다.


"에이 수연 씨 뭐예요? 기억 안 나는 거예요? 아니면 잊어버린 거?"


모리의 대답이 내 말문을 막았다. 안 나는 거? 그럼 가져간 기억이 아니라는 건가? 모리의 대답에 조금 남은 용기를 단전에서 끌어모아 물었다.


"뭐.. 뭘 말이야?"

"수연 씨 고등학교 때인가?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요. 전 그 기억을 보고 이거다 싶었는데 정작 본인은 기억 못 하다니 실망스러운데요."


고등학교? 그때 내 별명? 뭐였지?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그때 내 기억에 연쇄 살인마라는... 그 순간 어떤 단어가 내리를 스쳐 지나갔다. 비명을 지를뻔했다. 떠오르는 단어에 가장 중요한 단어를 지우니 정말 연쇄 살인마라는 답이 나왔다.


"설마.... 연쇄 살인마라는 게.."

"맞아요. 떡볶이 연쇄 살인마.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당신에게 지어준 별명이었죠. 하루도 쉬지 않고 학교 끝나자마자 학교 앞 자매 분식점으로 달려가서 떡볶이를 먹는 당신의 모습을 본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 당신의 입에는 항상 흡혈귀처럼 떡볶이 국물이 묻어 있었고, 교복 블라우스도 빨간색 물이 들지 않는 날이 없었어요. 심지어 담탱이마저도 떡볶이 연쇄 살인마가 학교를 휘젓고 다닌다며 조심하라고 수연 씨를 놀리셨잖아요."

"그건 내가 떡볶이 국물을 묻히고 다니니까... 그래서 그때부터 였지. 결벽증이 생긴 건. 친구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까지 놀려대는데 떡볶이는 너무 먹고 싶고, 또 놀림당하기는 싫으니까. 그래서 블라우스도 여벌까지 들고 다니기까지 했다고 “


떡볶이를 사랑한 고등학생에게 하얀색 블라우스는 치명적이었다. 그랬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오늘 이 영상이 아니었다면 기억해내지도 못했을 거다.


사회생활에 찌들다 보면 과거가 점점 회색빛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도 우리 집은 저렇게 새하얀 흰색이 아니었다. 우리 집에는 하얀색 이불도 베개도 없다고 따지자 모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수연 씨 그건 제가 일전에 말했잖아요. 모두에게 공개되는 기억에는 딥페이크 기술이 들어간다고, 빨간색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하얀색이. 떡볶이 연쇄살인마에게 하얀 블라우스가 있었듯이.


모리가 디테일한 설명이 행복했지만 악몽 같았던 과거가 떠오르게 만들었다. 어쨌든 사람들을 속이는 건 나쁜 거라고 말하자 모리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콧방귀를 소리를 냈다.


"처음에 사람들을 끌어오려면 자극적인 제목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거짓말도 아니잖아요 연쇄 살인마가.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은 당신의 영상에 위로를 받고 있어요. 이것도 제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올지 몰랐어요. 지금 달린 댓글이에요."


모리가 모니터에 띄어주었다.


'당신이 더러운 빨래를 끓는 물에 휘젓는 영상에 오늘 하루 회사에서 시달린 제 마음도 보내보아요. 제발 뽀드득 소리 나게 빨아주세요'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 힐링. 남이 빨래하는 모습이 뭐라고..‘

'다음에는 발로 팍팍 밟는 이불 빨래 해주세요. 우리 상사 주둥이를 세탁하는 것처럼'


"이거 봐요? 엄청나죠? 사람들은 특별한 하루를 보길 원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평범한 일상에 안정감을 느끼죠. 나보다 잘난 남들이 잘되는 건 하루에 넘치게 보잖아요. 그리고 그랬던 이들이 자신의 기억을 팔기 시작하겠죠? 자기 일상도 당신 못지않게 평범하다고. 이거 봐요 벌써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모리는 더 메모리 플랫폼에 아직 올라오진 않았지만, 판매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메시지를 받고 있고 그들은 공감과 동시에 수익을 얻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기억을 팔아서 받은 수익이 없는데?"

"당신은 이미 입사할 때 사인했잖아요. 소중한 기억 외에 다른 기억은 회사에 제공하겠다고"


와 씨... 그게 여기까지 적용된다고? 말도 안 되는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따지자 미모리는 침착하게 나에게 제안했다.

"그래서 수연 씨에게 일 다운 일을 제안하려고요 “

"그게 뭔데?"

"기억의 편집자. 어때요? 너무 매력적이지 않아요? 우리는 모든 기억이 필요하진 않아요. 팔릴 것 같은 기억들이 필요하죠.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 팔릴 기억들만 플랫폼에 올릴 거예요. 나머지는 반려되죠. 그런데 수연 씨는 딥페이크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순수한 기억 자체들을 미리 볼 수 있는 거예요? 매력적이지 않아요?"

"하나도! “

난 그런 거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라고, 가멸차게 거절했다. 하지만 미모리는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날카로운 창이 되어 나를 찔렀다.


"아 그럼 여기 당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연예인 B군의 연애 기억은 폐기해야겠군요? 수연 씨가 좋아할 것 같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

“그..건..아안돼! 그래..알았어 나 할게”


이어지는 1초의 정적과 미모리의 웃음소리. 그렇게 나는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내 학창 시절을 모두 바친 오빠의 기억이라니.


“그럼 지금 맛보기를 보시겠어요?”


모리가 모니터에 띄운 영상을 클릭하려는 찰나,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 사무실에 전화기가 있었나 싶었는데 모니터에서 울리는 전화 소리였다. 나는 뭔가 싶어 화면을 쳐다봤는데 미모리가 전화 승낙 버튼에 커서를 갖다 대며 나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수연 씨 기억의 편집자 외에 CS 고객상담을 해야 한다는 걸 안내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판매자님이 너무 화가 나셔서 일단 연결해 드릴게요."


"아 잠깐만 미모리!!"


말릴 새도 없이 ID: 이불세탁이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ID는 기억의 판매자들에게 붙는 듯했다. 잔뜩 화가 난 사람의 목소리가 모니터를 타고 들렸다.


"이 사기꾼들! 이건 내 기억이 아니야! 당장 환불 해줘"


무엇이 그를 이렇게 화가 나게 만들었을까? 내가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답을 주저하는 사이. 모리는 자연스럽게 모니터에 ID: 이불세탁씨의 기억을 틀었다. 제목에 잊지 못할 행복한 발리 여행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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