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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바늘은 승부다. 한 손은 내 승리를 거들뿐

그래, 보여주자. 방향치도 뜰 수 있다는 것을.

by 야초툰 Mar 29. 2025 brunch_membership's

  남편은 1+1 상품을 선호한다. 한 개를 사는 비용으로 두 개를 산다는 욕심에 생각 없이 바구니에 담는다. 하지만 결국 덤으로 받은 하나는 냉장고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갔다. 굳이 하나 더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 순간 잠시 후회할 뿐, 그의 장바구니에 늘 청테이프로 묶인 상품이 가득했다.


 그런 남편이었기에, 코바늘 하나로만 그의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 더 상품이 있다는 걸 안 이상, 그는 무조건 대바늘을 들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코바늘이 익숙해지니 그의 입에 시동이 걸렸다. 주변에 그의 입을 막을 청테이프가 없나 찾았지만, 너무 늦어 버렸다.


그는 이미 좁은 이마를 들썩이며 대바늘이 자기가 넘어야 할 마지막 고지인 것 같다며 침을 튀기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내가 예상한 행동을 했다. 배우기도 전에 도구부터 사는 그런 짓을. 그렇게 다시 우리 집 현관문 앞에 플라스틱 봉지가 쌓였다.


*도르마무…”

* 일상적으로는 '계속 똑같은 상황을 무한 반복해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


대바늘들은 마치 이산가족처럼 흩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대가족처럼 한대 모였다. 그러자 그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며 이번 주말에 장모님에게 가자고 말했다.


시작부터 장비발인 그가 다시 엄마를 찾았다. 엄마를 바라보고 앉은 그의 비장함이란, 흩날리는 눈발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무릎을 꿇고 있던 황장군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엄마가 이미 몇 차례 대바늘은 배우지 않는 게 낫다고 거절한 터라, 그는 자세는 사뭇 더 진지해 보였다.


“어머님, 저 대바늘도 배우고 싶어요.”

“글쎄. 아들,  대바늘은 코바늘과 좀 다른데. 괜찮겠어?"

“뭐가 다른데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엄마는 그 말을 하고 나를 그윽하게 쳐다봤다. 엄마의 눈에 수많은 말들이 담겨 있었다.


아들, 우리 딸은 말이야,
남자친구를 사귈 때마다
엄마한테 목도리를 떠 달라고 가져왔었어.
그 남자친구들은 알라나?
자신이 두르고 다녔던 목도리가
여자친구가 아니라 미래의 장모님이 될 뻔한
사람이 떠줬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 놈들은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입으로 히히히 요상한 웃음소리를 내면서도 누구보다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나도 노력은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 대바늘로 뜨다 보면, 이상한 무늬가 되거나 항아리 모양으로 들쭉 날쭉하게 떠졌다. 엄마는 그게 아니라며 내 손을 고쳐주었지만, 나는 곧 또 내 나름의 방식으로 뜨개질을 했고, 그럴 때마다 목도리가 아닌 여기저기 혓바늘이 돋아 있는 목도리도마뱀의 혀를 만들곤 했다.


 어떤 문제이거나, 해결을 하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야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알지 못했고, 엄마는 그런 나에게 뜨개질을 가르치다가 몇 번이나 뒷목을 잡았다. 그래서 효녀인 나는 엄마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엄마에게 넘긴 것이었다. 물론 나에게는 다 지나간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 엄마는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은 절대 고쳐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엄마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남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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