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만난 데칼코마니
4년 동안 다닌 단골 카페가 있다. 카페 문을 열면, 남자 사장님과 눈을 마주친다. 그는 나를 알아본다. 하지만 눈은 다시 허공으로 도망친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지만, 바로 눈을 바닥으로 내린다. 사장님과 나는 말을 하지 않지만,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처럼. 신속하게 주문을 이어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맞으세요?"
"네. 여기 카드."
결제를 하기 위해 딱 필요한 말만 하는 우리. 남들이 봤을 땐 친하지 않다고 오해할 만한 거리. 하지만 우리는 안다.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바로 우리가 친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라는 걸. 처음엔 신기했다. 카페를 하는데 낯을 가리는 사장님이라니.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저 모퉁이 너머에는 여자 사장님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4년 전부터.
남자 사장님과 나는 다른 곳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날씨가 춥지 않은지.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퉁이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검은색 모자를 쓴 여자 사장님은 빠르게 나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모퉁이 너머로 숨는다. 닮은 듯 다른 세 사람이 한 공간 안에 있다. 남자 사장님은 얼굴이 빨개지진 않지만, 말주변이 없고, 손님인 나는 사장님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여자 사장님은 우리의 대화를 들으면서 모퉁이 너머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 다행인 건, 우리는 낯은 가리지만 서로의 역할을 성실히 하고 있다.
카페에 자주 오게 되면서 그들의 사연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시작이 카페가 아니라 낯가림 극복이 먼저였다는 걸. 처음엔 장사를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손님들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하게 되지 않을까. 카페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낯가림은 꼭 이상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니까. 저 사람 나를 싫어하나? 불편한가. 내가 뭘 했다고 도망가. 불편한 시선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 두 분이 힘을 합쳐 극복하시려고 했다고. 결과는 안타깝게도 더 심해진 낯가림이었다. 아무리 연습해도 춤을 추지 못하는 발라드 가수처럼, 사장님 부부는 매번 커피를 들고 떠난 손님의 등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고 한다. 도저히 카페는 힘들겠다. 싶었을 때, 자신들과 닮은 나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눈에 같은 과라는 걸 아셨다고 한다. 커피가 나오면 바로 뛰쳐나가는 그 익숙함이랄지. 남자 사장님이 날씨가 어때요? 용기 내 물었더니,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고개만 끄떡이는 나를 보고. 어쩌면 여자 사장님보다 낯을 가리는 사람이 있구나. 생각하셨다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말을 못 하면 입에 침이 흥건해지는 우리 남편, 낯을 가린다기보단 까칠한 편에 속한 언니, 잘생긴 남자가 지나가면 무조건 말을 걸던 선배. 다양한 사람 속에서 같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다니. 남자 사장님은 삐꺽거리는 나를 보면서, 어쩌면 나처럼 낯을 가리는 손님을 위해 말을 걸지 않은 사장이 있는 카페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용기 내 나에게 그 말을 전했을 때 남자 사장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웃고 사장님 부부도 웃었다. 맞다. 낯을 가린다면 우리는 우리를 위해 필요한 장소를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굳이 나를 바꾸지 않아도 되는 곳. 남 사장님의 고백에 나도 용기 내 말했다.
“사실 저도 알았어요. 이 카페 사장님이 나와 같다는걸요. 카페에 들어오기도 전에.”
간판도 없는 카페. 유동 인구가 없는 외진 곳에 들여다봐야 열었는지 안 열었는지 알 수 있는 가게였으니까. 가게가 주인을 닮았었다. 하지만 상상도 못 했다. 낯가리는 걸 극복하기 위해 차린 카페라는 걸. 어떤 사람들은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맞지 않는 주제와 어색함을 이겨내려는 용기를 꺼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나는 낯을 가린다는 공통점 때문에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천천히 스며드는 빗물처럼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도 장사는 계속되어야 하므로, 사장님은 낯가림을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이라는 쉽지 않은 문제집에서 오답을 계속 내놓지만, 그 오답으로 배우는 사람처럼 사장님 부부는 성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니, 차가운 얼음이 담긴 커피가 테이블에 놓인다. 얼음이 커피에 닿아 사그락사그락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커피를 들고 한 모금을 삼킨다. 문뜩 커피도 그들을 닮은 것 같다. 시큼하지 않고 묵직한 원두. 코끝을 휘감는 잔잔한 초콜릿 향. 커피를 받은 나는 특별히 남자 사장님께 인사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니까. 마음속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그 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카페 한편엔 내 사인이 걸려 있다. 나는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인데도 주말이면 커피숍을 들른다. 그렇게 부끄럼쟁이의 우정은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