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따뜻한 물을 마시고 영어 공부와 필사를 하던 때가 아득하게 먼 남의 일처럼 느껴지면서, 그래봤자 달라지는 게 뭐가 있나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책을 읽어봤자 뭐 하나 대충 읽고 싶은 책만 건성건성 읽고 싶은 생각에, 내년 북클럽 선정도서 고민을 아예 내려놓고 치워 버리자 싶은 마음도 불쑥 솟았다가, 굶어가면서 뭐 하러 다이어트를 하나 그래봤자 체중은 눈에 띄게 줄지도 않고 작년에 살짝 끼던 옷은 올해 아예 들어가지도 않을 텐데, 먹고 싶으면 먹고 배 안 고파도 그냥 습관처럼 먹으면서, 그래놓고는 살이 쪄서 고민이라는 푸념만 늘어놓고, 애들은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그냥 내려놓자 신경 쓰지 말자 다짐하고 다짐해도 또 잔소리 잔소리 듣지도 먹히지도 않을 잔소리에 내가 다 지쳐가다 보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나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요새는 특히 다 부질없고 인생이 막 허무해지고 허탈하고 그런 마음이 들어 한없이 고적한 기분만 오래 남기도 해. 나만 그런가. 계절 탓인가. 나이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