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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북클럽 Nov 15. 2024

혼자 쓰는 꿈

#15 꿈

#15

남몰래 간직해 온 꿈에 대해 써보세요.


오랫동안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림일기를 시작으로 손 편지 교환일기 비밀일기 등을 써 왔다. 수업시간 노트 필기도 잘했다. 대학 때는 전공과목 내 필기 노트 복사본이 시험 기간 내내 도서관에서 돌곤 했다.



사춘기 때는 노트에다가 몰래 소설을 쓰기도 했다. 내용은 비슷비슷했다. 공부도 외모도 별로였던 여자 아이가 갑자기 성적도 오르고 두꺼운 뱅글이 안경을 벗더니 최고 퀸카가 되어서 짝사랑하던 남자애한테서 고백을 받는 이야기, 공부를 잘하지만 늘 1등을 강요하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야기, 피아노 천재였던 여자아이가 어느 날 (피아노 뚜껑이 갑자기 닫히는) 사고로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못하다가 (갑자기 차에 치이는) 사고로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지내다가 잘생기고 헌신적인 남자친구의 사랑으로 다시 피아노도 치고 기적적으로 걷게 되는 이야기 등등... 그 노트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불질러 버리... 지는 않겠지만 혼자서 몰래 읽으며 이불킥을 하겠지.



책을 읽으면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어릴 적 혼자 쓰던 소설처럼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소설은 그냥 소설가들이 쓴 소설 읽기를 택했다. 혼자 쓰는 일기 말고 모두의 공감을 얻는 에세이를 쓰고 싶다. 극적인 사건과 이벤트가 없어도 일상에서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을 찾는 다정한 글을 쓰고 싶은데, 그건 또 심심하고 밍밍하겠지.



잘생긴 나의 아빠와의 몇 없는 추억을 쓰고 싶다.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나눈 모녀 북클럽 이야기를 쓰고 싶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었지만, 두 분의 사랑 속에서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 그 기록이 책이 되어 소중한 사람들에게 리본 하나 묶어 건넬 수 있다면.



혼자 쓴 책.

남몰래 간직해 온 꿈.

이제 그 꿈을 본격적으로 실현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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