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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디북클럽 Nov 16. 2024

"인천 분이신가요?"

#16 도시

#16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에 대해 써보세요.



나는 인천 사람이라고,

지금도 말할 수 있을까.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초중고대를 졸업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인천에서 취업을 하고 남자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해서 신축 아파트 분양받아 친정 부모 곁에서 오래 살 줄로만 알았다. 인천을 벗어날 일이 없는 인생일 줄로만 알았다. 상도민 강원도민을 거쳐 경기도민의 삶은 결코 상상한 적 없었다.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 주몽의 친아들 유리가 성장해 아버지를 찾아오자, 위협을 느낀 소서노 왕비의 두 아들 비류와 온조는 남쪽으로 내려오니, 형 비류는 미추홀, 지금의 인천에 터를 잡았으나 바닷물이 짜고 토지가 농사에 적당치 않아 국가로서 부족하여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우 온조는 지금의 서울에 자리를 잡고 나라를 세우니 그 나라가 바로 백제였다,라고 국사책에서 언급될 때부터 늘 마음 한편이 아쉬웠다. 물만 조금 덜 짰어도, 땅만 조금 비옥했어도, 인천이 지금 대한민국의 수도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 나는 인서울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콤플렉스 따위는 없었을 텐데.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푸가 없으면 못 마신다느니, 바닷물처럼 짜디짠 사람들이라느니, 크게 긍정적인 뉘앙스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최근 '마계'라는 단어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기분이 상하는 걸 보니 여전히 내게 '인천 사람' 정체성이 살아 숨 쉬고 있던 걸까.



수봉 공원 맥아더 장군 동상 옆에서 찍은 사진이 있고, 바다 아닌 바다 송도 유원지로 소풍을 가고, 동인천역 대한 서림 앞에서 약속을 잡고,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쇼핑 정도는 해 주어야 인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수도와 근접해 있다는 이유로 행정 문화 시설 등이 인천에는 잘 없었다. 서울 어디든 가려면 '1호선 냄새'라고 묘사되는 그 시시큼큼한 전철 시트 좌석에 앉아 1시간 반 이상을 가야 한다.



몇 년 전, 나고 자란 고향의 아픈 손가락 같은 사건이 소재가 된 소설 한 편을 읽었다. 나도 그 거리를 오가던 학생이었다. 술집이나 드나드는 노는 애들이라고 치부하던 사건을 세심하고 세밀하게 어루만진 문장들에 탄복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향의 동갑의, 같은 인인천의 캠퍼스를 걸었을 작가에게 남모를 경애의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작품들을 찾아 천천히  고요히 읽어 왔다.

  


작가의 신간에서 언급된 창경궁 대온실을 찾아 충동적으로 나선 혼자만의 가을 산책.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를 품은 궁을 포근히 감싸 안은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유리 온실. 오가며 읽은 소설과 인증 사진을 찍고, 용기 내어 작가를 태그했다.



"창경궁에 대온실이 있는 줄 작가님 책 덕분에 처음 알았어요. 읽기 전 창덕궁 + 창경궁으로 가을산책 다녀왔어요. 동향의 작가님께 늘 경애의 응원드려요. (어쩜 우리 같은 캠퍼스를 같은 시기에 거닐었을지도요. ^^) 궁과 일제 강점기 시대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로서 이번 책도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지나면 추워진다는데 잘하셨어요.인천분이신가요!! 반갑습니다. 읽어주셔서 그리고 인사해 주신 것도요. 건강한 가을 보내세요:)"





나는 인천 사람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말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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