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계절엔 새 마음을

#13 입춘 2월 4일 무렵

by 씬디북클럽




"입춘은 무슨 입춘이야."


봄이 들어서는 날, 한파도 덩달아 들어섰다. 눈도 제대로 내리지 않아 겨울이 끝난 듯하더구먼 세찬 바람이 몰아쳐 존재감을 과시했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짧은 거리라도 롱패딩과 장갑과 마스크로 무장한다. 실은 가급적 동선을 최소화하고 집에 있는 날들이 많은 요즘이다.


겨울 속의 봄, 제철 행복을 찾는 모든 시절이 사랑




긴 겨울을 지나 봄에 도착했다. 한 해를 지나는 동안 우리는 계절에 들어서는 네 번의 '입절기'를 맞는다. 입춘, 입하, 입추, 입동. 그건 곧 우리가 어떤 계절에든 함께 도착하게 된다는 말. 더 빨리 가거나 뒤처지는 사람 없이, 보이지 않는 계절의 선을 나란히 넘어오며 "오늘이 입춘이래"라는 말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p21




퇴근 후 모처럼 들른 도서관, 반납과 대출만 하려고 했는데 2시간을 보냈다. 좋아했던 작가의 에세이 책탑을 쌓았다. 고새 몇 년 지났다고 책은 왠지 올드한 느낌이 들었지만 삶의 모토로 삼고 싶던 문장은 여전했다.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책을 좋아하고 남의 집 책장 훑기를 좋아했던 소녀는, 도서관과 북카페의 호젓함을 애정하고, 소설과 에세이를 편독하는 중년의 독자가 되었다. 2021년부터 1000권 읽기를 도전해 900권을 향해가는 지금, 대부분은 역시나 소설과 에세이. 계절이나 상황에 맞춰 읽어야 하는 책들 추천하기를 좋아한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필사하며 마음에 담기를 좋아한다. 우연히 펼쳐 든 노란 책 속에 담긴 겨울과 봄을 함께 담았다.


'나는 겨울이 좋아. 다음엔 봄이 올 거잖아."

(고수리, 선명한 사랑 p247 중에서)



에세이 책탑, 그 중 김신지 작가 책이 딱 내 취향





내게 입절기는 늘 '배웅'과 '마중'의 시간이다. 입춘은 떠나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라고 알려준다. 미루다 놓친 겨울의 즐거움이 있다면 이참에 챙겨두라고 눈을 내려주기도 하고, 이른 꽃 소식을 통해 봄엔 어떤 즐거움들을 통과하고 싶은지 묻기도 하면서. p24





"엄마가 꼭 사인받아주고 싶었는데 못 했어. 대신 이걸 사 왔어."

"오호, 좋은데."


겨울 방학 내내 하이 스쿨 대신 윈터 스쿨에 등교하는 아이에게 힘나는 깜짝 선물을 해 주고 싶었는데. '당신의 책과 강의 덕분에 아이는 6학년에 한능검 1급을 따고, 지금까지 한국사는 무리 없이 공부해 왔어요. 예비 고3 아이를 위해 한능검 교재에 사인 부탁드립니다, '라고 부탁을 하기에는 아줌마 기세보단 I 성향이 앞서버렸다. 대신 서점에서 발견한 쥐띠 행운 굿즈. 아이는 살짝 웃었다. 늦은 저녁을 챙겨 먹고 또 공부하러 방문을 닫았다. 행운도 복도 모두 스스로 노력하는 이에게 다가옴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역사 강사의 공개 강연과 귀여운 쥐띠 굿즈 하나




내게는 이 마음이 어떤 풍속보다 따뜻한 입춘첩으로 느껴진다. 좋은 행동을 먼저 하면 좋은 마음을 갖게 된다는 걸, 복이란 가만히 기도하여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움직여 만들어내는 것임을 일찍이 알았던 이들의 풍속. p30




다이어리 속 미루고 비전 보드 칸을 채웠다. 이루고 싶은 일들과 해내고 싶은 과제들. 2026년의 키워드는 '고상(高尙)하게' 조용하고 평탄한 나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2026년 비전 보드와 키워드




그러나 입춘의 숙제는 하나.

꼬박꼬박 때를 맞춰 찾아오는 봄처럼,

지치지 않는 희망을 새해 숙제로 제출할 것. p31










■ 입춘 무렵의 제철 숙제


□ 나만의 의미와 운율을 담은 입춘첩 써보기


□ 절기력으로 입춘이 새해 첫날, 작심삼일이 된 계획이 있다면 다시 시작하기


□ 사소하게라도 누군가를 위한 일 남몰래(!) 하기







입춘

立 설 입 春 봄 춘

2월 4일 무렵

봄이 일어서기 시작하는 한 해의 첫 번째 절기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