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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은 Nov 08. 2024

남자의 가족을 만나다

아빠가 보내주신 선물

여자의 부모를 만나고 2주 정도가 지났을까. 이번에는 남자가 여자와 함께 본인의 가족을 소개해 주러 간다. 여자는 남자가 이전에 여자의 부모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긴장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남자 가족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여자를 사진으로만 보던 남자의 엄마는 여자를 처음 마주했을 때 미소를 짓는다. 아마 속으로는 비혼주의자인 본인의 아들을 결혼하겠다고 인사시키려 온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남자의 엄마는 정성스레 식사를 준비했다. 직접 만든 요리로 성의를 표시했다. 남자에겐 남동생과 여동생 이렇게 두 명의 동생이 있는데 그 둘은 어색한 듯 표정을 감추었다. 여자는 동생들의 마음이 어떤지 살짝 걱정했지만 자신 있게 대화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쩌다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분위기는 매우 훈훈했다. 당연히 어색한 분위기는 흐를 수밖에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수용적이고 친절한 태도를 비쳤다. 다정한 눈빛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사실 남자의 부모는 더 이른 시일 내에 둘이 결혼하길 바랐다고 이야기한다. 독립을 일찍 한 남자가 혼자 사는 것보단 둘이 함께 알콩달콩 사는 걸 원했다며. 거기에 여자의 인상이 너무 좋아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여자는 칭찬에 쑥스러워 어쩔 줄 몰라했지만, 속마음을 듣고 안심한다. 자신만 원했던 결혼이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괜히 신께 감사 기도를 드린다.  



남자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가족에게 여자친구를 처음 소개해 준다. 아쉬운 건 하늘에 있는 아빠에게 소개를 해주지 못하는 것. 그럼에도 자신의 엄마와 동생들에게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을 소개해 줄 수 있어 행복한 마음이 든다. 남자는 독립적인 성향임에도 혼자 지내는 게 늘 외롭고 답답했다. 그런 자신이 오늘 이렇게 누군가를, 그것도 아빠가 준 선물 같은 사람을 보여주는 게 행복했다.


집에 와서 가족과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들이 꽤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짓는다. 평소보다 더 다정한 말투로 여자를 대한다. 아무래도 점점 여자의 제안에 마음이 기울어 가는 느낌이다. 비혼주의, 그게 본인에게 큰 건 줄 알았지만 여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지워진다. 여자는 그만큼 남자에게 큰 존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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