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만남 혹은 훈훈한 만남
여자의 집에 도착했다. 여자의 부모는 한껏 차려입은 상태로 남자를 기다렸다. 그들은 두 번의 결혼을 골인시켰지만 막내의 결혼에는 긴장을 많이 한 상태였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떤 태도로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특히 남자가 비혼주의에 생각이 있다고 하니 어려운 생각도 들었다.
어색함 속에 남자는 최대한 공손하게 여자의 부모에게 인사를 건넨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은이 남자친구 빈입니다.
- 어서 와요. 만나서 반가워요.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남자의 모습에 여자의 부모는 마음이 열린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날카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부드러운 인상이 꽤 마음에 든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여자의 부모 네 명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한다. 상 한가득 정성스레 차린 손길이 느껴진다.
남자는 긴장했지만 음식을 먹지 않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대화에 최대한 집중하며 식사를 한다. 여자의 엄마는 남자를 바라보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낸다. 입에 숟가락을 대는 척만 하며.
- 은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은이가 정말 많이 좋아하는 게 느껴져요. 둘이 우연히 만났다고 하던데.
- 네 맞습니다. 제가 은이를 처음 봤을 때 반해서 만나보자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오늘 인사도 드리러 왔습니다.
- 그래요. 맛있게 먹어요. 이렇게 얼굴 보니 참 좋네요. 실물이 훨씬 보기 좋아요.
사소한 대화가 오고 가며 분위기는 훈훈하다.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려고 하자 여자의 엄마는 질문을 던진다.
- 그래서 오늘 왜 왔어요? 호호.
긴장한 나머지 질문을 너무 직관적으로 해버린 것이다.
- 네? 은이랑 교제하는 거 허락도 받을 겸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하하.
남자는 당황했지만 무난하게 답변했다. 답을 들은 남자의 아빠는 미소를 지었다.
- 요즘 허락받는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참 기특한 청년이네요.
남자의 모습에 여자의 부모는 마음에 드는 티를 낸다. 남자도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하지만 여자의 엄마는 만족하지 못한다.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눈치를 챈 여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 그래서 나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인데, 오빠는 원래 비혼주의자였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렵네. 엄마, 아빠의 도움이 필요해.
여자의 아빠는 당황한다. 첫째도, 둘째도 모두 상대방이 결혼하고 싶어서 연인을 데리고 왔는데 막내는 그것도 막내딸이 먼저 결혼하고 싶어서 데리고 왔다니.
- 너.. 네가 먼저 결혼하고 싶었던 거니?
하지만 천방지축 여자는 신나서 대답한다.
- 응 아빠! 그래도 오빠도 마음이 많이 바뀌고 있어. 걱정하지 마.
여자의 아빠는 작은 한숨을 내쉰다. 순간 그 한숨을 뚫고 남자는 말한다.
- 네 은이 말이 맞습니다. 저는 원래 비혼주의자였지만 은이를 처음 볼 때 ‘어?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몇 번의 고비 끝에 지금이 되었는데 결혼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은이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 어머님, 아버님을 뵈러 온 것도 있었습니다. 제가 점점 더 확신을 갖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자의 엄마는 환한 미소를 짓고 아빠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남자는 여자의 부모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