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자연스럽게 먼 미래에 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는 남자의 마음이 열린 걸 보고 행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불안함이 많던 여자는 점점 더 안정감을 찾게 된다. 내가 이토록 바라던 사람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평소에는 MBTI 중 P 성향이 강한 여자지만, 일이나 어떤 사건에 있어서는 J 성향이 강해지는 여자는 결혼에 대해서도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워본다. 아직 남자와 정확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시기와 방법을 혼자서 마음껏 고민한다.
어느 날 여자의 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지? 빈이랑은 별 탈 없고?
-응 엄마. 요즘 빈 오빠랑 미래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야기하고 있어. 나는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 웬일이야 우리 딸. 좋은 소식 있으면 꼭 알려줘.
여자의 부모는 남자의 존재를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 하는 구석이 있었다. 크게 따지는 기준은 없었지만 본인들이 만났으면 하는 딸의 배우자상과 꽤 비슷하기 때문이다. 통화를 끊고 여자는 여러 가지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족에게 소개해 본 적이 있었나라는 고민을 하면서.
여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에게 묻는다.
-오빠 혹시 우리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갈래? 나도 오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싶고.
-인사? 괜찮을까. 긴장이 많이 되는데.
남자는 고민한다. 인사를 드리러 가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남자 쿨하게 대답한다.
-그래 가보자. 나도 은이 부모님 한번 뵙고 싶었어. 얼마나 좋으신 분들인지 기대돼.
남자가 이야기하자 여자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금세 웃는다. 좋은가보다. 남자는 어느 순간부터 여자가 좋아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사랑도 사랑이지만, 여자에겐 의리가 있으니까.
사실 남자는 비혼주의자를 선택한 후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마냥 덜컹거렸다. 왼쪽으로 가기에는 답답할 것 같고, 오른쪽으로 가기에는 여태 살아온 삶과 너무 달랐기에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수없이 덜컹거리는 상황에서 많은 방황이 있었다. 그러다 여자를 만난 것인데 여자는 남자의 방황을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많은 눈물과 긴 시간을 통해 이해하며 수용했다. 남자는 그 과정을 보면서 이 여자를 더 사랑하게 됐고 그래서 이 여자가 행복해하는 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하고자 다짐했던 것이다.
그래서 여자의 부모를 보러 가는 것도 생각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사랑하니까. 그리고 점차 결혼에 대한 마음이 열려가면서 이 여자와 오랜 세월을 보내고자 마음먹게 된 것이다. 둘은 그렇게 여자의 부모뿐만 아니라 남자의 부모까지 보러 가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